납세자의 세금신고를 돕는 세무사는 그 어느 직업보다도 성실한 납세의식과 투철한 윤리의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
만일 세무사가 탈세를 조장하거나 개인정보를 흘리고 다닌다면 국가적인 혼란이 야기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자타(自他)의 감시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세무사의 성실한 직무수행을 나열한 세무사법이 마련(1961년 제정)돼 있고, 한국세무사회의 자체 감시활동이나 국세청의 관리감독이 엄격하게 이뤄지고 있다.
또한 기획재정부는 불법행위를 저지른 세무대리인(세무사·공인회계사·변호사)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수시로 징계위원회를 열고 있다.
세무대리인이 납세자에게 탈세상담을 해주거나 자신의 명의를 빌려주는 등 '성실의무'를 위반할 경우에는 과태료나 직무정지와 같은 중징계가 내려진다.
그러나 세무대리인이 유일하게 징계를 받지 않는 조항이 있다. 세무대리인 본인의 사업과 관련한 수입금액을 누락하거나, 비용을 과다 계상할 경우에는 정부도 별도의 징계를 내리지 않는다.
세무대리인 자신의 탈세는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안이지만, 현행 규정상으로는 정부가 징계할 수 없게 돼 있기 때문. 물론 탈세한 부분에 대해서는 관련세법에 따라 응분의 조치를 받는다.
재정부가 자체적으로 정하고 있는 세무사 징계양정규정에는 '세무사의 직무와 관련된 수입금액 누락 및 비용 과다계상'에 대해 징계하도록 돼 있었다.
이를 반대로 보면 세무사의 직무(세무대리업무)와 관련이 없는 본인의 세금탈루는 징계 사안이 아니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로 법원에서는 지난 2007년부터 이와 유사한 사례에 대해 정부의 징계가 잘못됐다며 탈세 세무대리인의 손을 들어줬고, 지난해 말 재정부는 관련 징계양정규정을 삭제해 더 이상 그 사안에 대해서는 얘기도 꺼내지 않기로 했다.
납세자의 세금납부를 대행해주는 세무대리인이 자신의 세금신고도 제대로 못하거나 고의로 탈세하는 일은 세무대리인으로서 자격이 없는 일이지만, 세무대리인 입장에서는 본인의 세금신고를 할 때 만큼은 단지 한 사람의 납세자에 불과 할 뿐이라는 주장에 정부도 사실상 손을 든 것이다.
이제 탈세 세무대리인들은 법원의 잇따른 판결로 인해 세무대리인으로서의 직무와 관련해서는 정부의 징계로부터 자유로워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