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A씨는 여름방학 기간 아르바이트를 통해 번 돈으로 노트북을 구입하기로 하고, 인터넷 가격비교사이트를 검색해봤다. 노트북은 같은 모델인데도 상점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이었다.
A씨는 가장 저렴한 가격을 제시한 00상점에 문의했다가 뜻밖의 얘기를 들었다. 인터넷에 나온 '최저가격'은 현금으로 결제할 경우에만 가능하며, 현금영수증을 요청하거나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가격의 10%를 더 내야 한다는 것이 상점 주인은 설명.
대학생인 A씨는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현금영수증이나 신용카드 연말정산 혜택도 없기 때문에 현금을 주고, 현금을 주고 최저가격으로 노트북을 구입했다.
A씨와 00상점은 지금 무슨 일을 한 것일까?
□ 현금거래는 매출 숨기는 '탈세의 근원'= 00상점의 입장에서는 A씨에게 현금으로 판 노트북 가격만큼 매출을 누락시킬 수 있다. 이는 '탈세의 근원'이 된다.
신용카드나 현금영수증으로 결제할 경우 가격이 높아지는 이유는 노트북 가격만큼 00상점의 소득이 국세청에 잡혀 00상점이 부담해야 할 세금액수가 높아지기 때문에 이를 '완충'하기 위한 수단이나 다름없다.
반대로 현금으로 결제하면 00상점과 A씨의 거래사실은 국세청에 노출되지 않게 되고, 주인은 그만큼 세금 신고를 하지 않을 계획이기 때문에(?) 10%정도를 할인해줘도 손해보는 것이 없다. 오히려 '득'이 된다.
즉 00상점은 현금결제를 통해 매출을 누락, 부가세와 소득세 등을 감소시킬 수 있다. 노트북을 현금으로 팔았다면 부가세를 신고할 때 그만큼 소득을 숨길 수 있고, 이듬해 종합소득세 신고에서도 세부담을 줄일 수 있다.
00상점의 입장에서는 소득축소를 통해 세금을 덜 낼 수 있고, A씨도 10% 싼 가격에 노트북을 샀기 때문에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 되는 것이다.
성실하게 세금을 내고 있는 대부분의 납세자들은 탈세자가 빼 먹은 세금만큼 손해를 보게 된다. 단순히 물건을 사고 팔았다는 의미 이상으로, 탈세를 통해 불특정 다수의 납세자들을 우롱한 것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세정당국도 이런 문제를 잘 알고 있지만, 워낙 광범위하게 퍼져 있기 때문에 일일이 적발하기에는 역부족인 형편이다. 세정당국에서는 지도와 홍보 외에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납세자 의식 개선이 가장 중요하지만, 거부하기 힘든 '달콤한 10%의 유혹'이 찬물을 끼얹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