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
정부, "R&D분야 세액공제 2012년말까지 세계 최고수준"
국회 예산정책처, "임투공제 상시적 운영 일몰 바람직"
-반대-
국감, "전면 폐지보다 공제폭 단계적 축소…공제대상 조정안 제시"
한국경제연구원, "임투공제 폐지시 차연도 설비투자 3.5% 감소"
전경련, "올초 임투공제율 확대해놓고 6개월도 안돼 폐지한다고"
지경부 장관, "임투세액공제 2~3년에 걸쳐 단계적 축소 바람직"
기획재정부가 지난 8월 임시투자세액공제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하자, 수혜를 받아오던 기업들은 물론, 경제단체, 여야 의원들을 비롯해 심지어 같은 정부부처까지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임시투자세액공제(이하 임투공제)는 기업이 사업용 자산에 투자할 경우 투자금액의 일부를 세액공제해주는 경기조절용 제도로 매년 2조원대의 조세지원이 이뤄지는 기업 관련 조세감면제도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재정부는 임투공제가 지난 1982년 이후 8년을 제외하고 20년 이상 매년 일몰 연장을 반복하며 유지돼온 만큼, 사실상 기업의 보조금으로 전락, 투자를 유도하는 데 더 이상 효과가 없다고 보고, 올해말로 폐지하는 방안을 내놨다.
임투공제는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에 올해말로 일몰되도록 돼 있어 재정부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내년부터는 폐지된다.
임투공제는 대기업에게 혜택이 집중돼 있는 만큼, 서민·중소기업 중심의 정부 정책과 맞지 않는다는 게 재정부의 생각이다. 재정부에 따르면 작년 임투공제 지원액 2조1165억원 중 84%(1조7669억원)가 대기업에 지원됐다.
재정부는 신성장동력산업 및 원천기술 분야 R&D 세액공제를 2012년말까지 세계 최고수준(20~25%, 중소기업은 30~35%)으로 확대했기 때문에 기업 투자를 R&D 분야로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최근 국회 예산정책처도 임투공제가 도입목적과 달리 '상시'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점에 주목해 예정대로 일몰을 종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임투공제 폐지를 반대하는 목소리는 여전히 커지고 있다.
□ 與野 "中企도 피해 입어"‥정부부처 각료도 반대= 이런 의견과는 달리 지난 10월 재정부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임투공제를 없앨 경우 기업 투자가 위축돼 전면 폐지보다는 공제폭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거나 공제대상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정부의 임투공제 폐지방침이 본격적으로 반대에 부딪히는 순간이었다.
의원들은 임투공제를 전면적으로 폐지하면 중소기업이 매년 받아오던 3000억원 가량의 세액공제도 사라져 중소기업에게 피해가 미친다는 지적이다. 경기가 이제 막 회복되고 있는 상황에서 괜히 기업 투자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을 걱정하는 것이다.
이런 점을 고려해 임투공제 폐지 대안으로 중소기업투자세액공제를 현행 3%에서 10%로 확대하고, 일몰을 2012년말까지 3년간 연장하는 내용의 세법 개정안이 의원입법으로 제출되기도 했다.
그러나 재정부는 임투공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고수하고 있다. 다만, 중소기업의 세금부담 증가 등에 대해서는 국회 차원에서 충분히 논의해 대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같은 정부부처에서도 임투공제를 반대하는 의견이 공식적으로 제기됐다. 지식경제부 최경환 장관은 지난달 말 한 조찬강연에서 "임투공제는 2~3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줄이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혀 정부부처가 서로 엇갈린 의견을 내놓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 "임투공제, 기업 수로 보면 中企가 더 혜택 받아"=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여러 경제단체는 임투공제 폐지에 좀 더 적극적으로 반대 의사를 나타내고 있다.
전경련은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에 의뢰해 임투공제를 폐지하면 다음 년도에 설비투자가 약 3.5% 감소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국내 600개 기업의 연간 투자금액이 작년 89조원, 올해 87조원(계획)인데, 임투공제율을 1%p 인하하면 설비투자비용이 1.2% 증가해 다음해 설비투자를 0.35%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현행 10%인 임투공제가 폐지되면 3.5% 투자가 감소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전경련 배상근 경제본부장은 한 토론회에서 "올해 초 임투공제의 세액공제율을 확대했는데, 6개월도 되지 않아 폐지한다고 하는 것은 정책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대기업에 혜택이 집중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임투공제를 적용받는 기업 수로 따지면 오히려 중소기업이 70~80%를 차지한다"고 덧붙였다.
임투공제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지방(비수도권) 기업에 한해 7%의 공제율을 적용했으나, 올해부터 1년간 한시적으로 지방에 10%, 수도권과밀억제권역에 3%로 공제율을 늘렸다.
또한 경제단체들은 정부가 재정건전성 차원에서 임투공제를 폐지하는 것보다 경제선순환 차원에서 계속적인 세제지원을 통해 기업 투자를 활성화하고, 이익증대가 세수증가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한편 국회에서 논의 중인 중소기업이나 지방기업에 세액공제를 유지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대기업을 논외로 두는 것보다 경영전반에 대한 지원 차원에서 임투공제가 유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전경련 관계자도 "세액공제 대상이 되려면 모든 기업에 적용돼야지, 일부만 혜택이 돌아가서는 안 된다"며 "특히 대기업에 세액공제 혜택이 있으면 협력기업들이 많아 같이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