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세금’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머리가 지끈지끈 할 정도로 조세제도는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한 나라의 국민으로서 납세의 의무는 피할 수 없고, 우리 일상 생활에서도 세금은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알아두면 분명 든든한 ‘보약’이 될 수 있습니다.
조세일보는 우리가 흔히 겪을 수 있는 생활에 밀착돼 있는 세금들에 대한 궁금증들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 소개할 예정입니다. 매주 연재되는 ‘생생한 세금’ [Why?]로 어렵기만 했던 세금문제를 시원하게 풀어드리겠습니다. -편집자주-
일주일에 3~4번 정도는 술자리를 가질 정도로 술을 좋아하는 A씨는 얼마 전 성행했던 소주 병뚜껑 현금 경품행사에서 10만원에 당첨된 적이 있다. 그 후로 A씨는 소주를 마실 때면 관심에 없던 병뚜껑을 이리저리 살피는 버릇이 생기게 됐다.
그러던 어느 날 A씨는 소주 병뚜껑 바깥쪽에 작은 글씨로 '납세필' 이라고 써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됐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맥주 병뚜껑에서도 '납세필'을, 알루미늄 캔맥주 아래쪽에서도 '납세필'을 보게 됐다.
A씨는 처음에는 글자를 대충 보고, 소주공장 사장 아들 이름쯤으로 여겼는데, 아무래도 뜻을 생각해보니 '세금'과 관련된 용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A씨는 '병뚜껑에까지 세금을 매기는가'라는 생각에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 '주세' 탈세를 막기 위한 장치 '납세필'= 정말 우리나라는 소주, 맥주 병뚜껑에까지 세금을 매기는 나라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나라는 병뚜껑에까지 세금을 매길 만큼, 그렇게 지독한 나라는 아니다.
소주, 맥주 병뚜껑에 찍혀 있는 '납세필'이라는 글자는 우리나라 세금 중 '주세'와 연관이 깊다. '주세납세필.' 쉽게 말하면, 주세의 탈세를 막기 위해 '이 소주 또는 맥주는 주세를 납부한 술입니다'라는 표시이기도 하다.
술에는 주세, 교육세, 부가가치세 등 최고 112.96%의 높은 세금이 붙어 탈세의 위험이 높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 세법에서는 술에 납세병마개, 납세증지, 납세증표 중 하나를 부착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세금을 거두는 국세청에서는 납세병마개 제도를 도입해 '납세필'이라는 병뚜껑을 생산하는 업체를 '삼화왕관', '세왕금속공업'이라는 두 업체로 제한해 소주, 맥주 등 술의 병뚜껑을 생산하도록 하고 있다.
소주, 맥주 등 어느 회사의 술을 먹든지 간에 해당 병뚜껑을 만든 업체는 삼화왕관 또는 세왕금속공업 둘 중의 하나라는 얘기다. 예컨대 삼화왕관은 진로의 '참이슬'의 병뚜껑을 100% 생산하고 있다.
최근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에서는 병마개 제조업체의 진입규제를 완화하기 위해 연내에 주류 납세병마개 제조업체를 1개 추가로 지정하기로 했으나, 독과점 업체가 2개에서 3개로 변하는 것일 뿐, 의미 있는 조치는 아니다.
만약 소주, 맥주 등을 마시다가 병뚜껑이나 병에 '납세필'이라는 글자가 찍히지 않은 것을 발견한다면 '주세를 탈세한 술'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세무서나 국세청에 바로 신고해도 무방하다.
'주세'라는 세금이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한 소주, 맥주 병뚜껑에 붙는 '납세필'이라는 글자로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자동계수기 및 수량관리 전산시스템 등 주세의 탈세를 막기 위한 장치 등이 도입됐지만, 국세청과 주류업계 모두 30여년 넘게 이어져온 '납세필' 병뚜껑이 편리하고 효율적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소주 한 잔을 마시게 되더라도, 세금은 떼려야 뗄 수 없을 정도로 우리 생활 곳곳에 존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