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는 화주가 신고하는 수입품의 가격대로 부과하는 것이 원칙이다. 수입자가 신고한 가격과 실제 수입가격이 같으면 문제될 것이 없다.
그러나 수입자와 수출자가 특수관계일 경우에는 문제가 달라진다. 모회사와 자회사간이거나 계열회사 사이에서의 거래라면 신고한 가격이 제대로 된 가격인지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수출입물품의 가격은 공개된 시장에서 경쟁적인 협상을 통해 결정되기도 하지만 특수관계자간에 독점적인 권리부여나 시장개척 등의 일시적인 가격전략을 위해 '특별한 가격'으로 결정될 수 있다는 것.
특히 전 세계적인 시장을 통해 물품을 공급하는 다국적 기업의 경우 해당 물품 자체를 관련 계열사들만 수입하도록 하고 있고, 시장경쟁이 치열한 시점에서는 가격경쟁력에서 다른 회사를 이기기 위해 일시적으로 낮은 가격으로 물품을 공급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관세청은 특수관계자간 거래에서는 수입물품에 대한 과세가격 결정의 첫 번째 방법인 실제거래가격이 아닌, 동종물품의 가격이나 유사물품의 가격 등의 방법으로 순차적인 적용을 통해 산출된 가격을 기준으로 관세를 부과한다.
최근 기업들의 해외진출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외국기업의 국내 진출도 늘면서 이러한 특수관계자간 거래문제 때문에 과세당국과 기업간의 분쟁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지난 2005년 1월부터 무려 9개월여간 부산세관 심사국에서 세무조사를 받은 다국적 기업 A사도 이런 특수관계문제 때문에 추가적인 세금을 47억원이나 납부해야만 했다.
음료를 수입판매하는 이 A사는 해외본사인 B사의 또다른 계열사인 C사로부터 제품원료를 수입해 한국 내 독점판권을 보유하고 있는 D사에 납품하고 있는데, A, B, C사가 모두 서로 특수관계인데다가 국내 판매업자인 D사는 해외본사인 B사와 독점 생산판매계약을 체결해 정해진 용기에만 포장해 판매해 오고 있다.
문제는 지난 10년간 이 음료의 수입원료의 한국 내 수입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는데 반해 A사가 C사로부터 수입하고 있는 원료가격은 10년간 항상 동일한 가격으로 수입되고 있었던 것.
부산세관은 A사가 계열사 C사로부터 수입하고 있는 원료의 수입가격이 이러한 특수관계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판단하고 47억원을 추가로 과세했다.
또한 세관의 과세논리는 원료가격의 차이 외에도 두가지가 더 있었다.
A사가 국내 판매업자인 D사에 납품하는 납품가격이 A사와 D사간에 협의를 통해 결정되지 않고, 본사인 B사와 D사간의 독점생산판매계약에 따라 결정되고 있었다는 점이다.
여기에 D사가 국내에 판매하기 위해 사용한 국내 마케팅비용은 본사인 B사와 원료수출자인 C사와 D사가 분담하는 것으로 약정됐음에도 계약상 의무부담주체가 아닌 수입업자 A사가 이 일부를 부담하고 있었던 점도 세관 조사결과 확인됐다.
결국 A사는 껍데기에 불과한 셈이고, 본사인 B사가 모든 가격을 결정하고 있으며, 사실상 A-B-C사간의 구분은 없는 상황.
세관은 A사의 수입가격을 원천적으로 무시하고, 수입후 판매가격에서 필요경비, 적정이윤, 수입과 관련한 제세공과금 등을 공제해 역산하는 방법으로 과세가격을 산정한 후 관세 등을 부과했다.
그렇다면 이처럼 특수관계의 경우에는 무조건 수입신고가격을 인정받을 수 없을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특수관계가 거래가격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확인되는 경우에만 신고가격이 부인돼 다른 방법으로 과세가격이 결정된다.
때로는 이러한 '객관적으로 명백히 확인되는 경우'에 한한다는 조건 때문에 이를 악용한 다국적기업의 고의적인 세금 탈루가 문제가 되기도 한다.
참고로 관세법상 특수관계의 범위는 다음과 같다.
▲구매자와 판매자가 상호 사업상의 임원 또는 관리자인 경우
▲구매자와 판매자가 상호 법률상 동업자인 경우
▲구매자와 판매자가 고용관계에 있는 경우
▲특정인이 구매자 및 판매자의 의결권 있는 주식을 직접 또는 간접으로 5%이상 소유하거나 관리하는 경우
▲구매자 및 판매자가 동일한 제3자에 의해 직·간접으로 지배를 받는 경우
▲구매자와 판매자가 동일한 제3자를 직·간접으로 공동 지배하는 경우
▲구매자와 판매자가 국세기본법시행령 제20조 제1호 내지 제8호의 1에 해당하는 친족관계에 있는 경우
<도움 : 서울본부세관 심사국>
[※ 본 내용은 독자들의 편의를 위해 빈번히 발생하는 관세청 심사사례를 정리한 것으로 법적효력을 갖는 유권해석은 아니므로 각종 신고나 불복청구에 증거자료로는 활용할 수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