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3월, 서울본부세관 심사국이 경기도 소재의 C사에 대해 전격적인 관세세무조사를 착수했다. C사가 수입신고를 누락해 관세를 탈루했다는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
C사는 글로벌 반도체장비 수출업자인 K사가 국내에 판매한 반도체 장비의 하자보수업무를 전담하는 서비스회사로, K사로부터 반도체 장비를 수입하는 국내 수입업체 B사의 고장난 반도체장비를 수리해주고 있다.
문제는 C사가 B사의 장비를 수리하기 위해 K사로부터 제공받은 부품을 수입신고하는 과정에 있었다.
C사는 K사로부터 무상으로 부품을 받은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K사가 작성한 송장가격 대로 수입신고 했지만, 관세청은 이 가격을 인정하지 않고, 원래 부품의 수입가격에 따라 5억원의 누락된 관세를 추징했다.
세계무역기구(WTO)의 관세평가협약 및 관세법 규정에 따르면 외국에서 무상으로 수입하는 물품, 즉 가격지급을 하지 않은 물품은 수출판매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수출자가 임의로 작성한 송장가격을 인정하지 않고, 유상으로 수입되는 동종동질 물품의 거래가격 등으로 과세가격을 산출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000원짜리 물품을 무상으로 수입했을 경우에도 1000원으로 수입신고를 하고 수입가격 1000원에 맞는 세금을 내야 한다.
관세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관세는 물품에 대한 금액지불여부와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물건의 가치에 관계가 있는 것"이라고 짧고 명쾌한 답변을 내 놓고 있다.
그 물건의 가치가 1000원이면 공짜로 들여왔건 할인해서 들여왔건 1000원의 가치에 따른 세금을 내야 하는 것이 관세라는 것.
이처럼 WTO나 관세법 규정에서 거래된 가격으로 인정하지 않는 물품으로는 ▲무상수입물품 ▲위탁판매물품 ▲임대차계약에 따른 수입물품 ▲수출자의 국내지점에서 수입하는 물품 등이 있다.
최근에는 애프터서비스(A/S)가 제품의 가격이나 성능, 질에 못지 않게 소비자의 중요 고려요소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때문에 대부분의 기업에서 판매하는 제품이 일정기간(하자보수기간)동안에는 무료로 부품을 교환하거나 수리해 주고 있는 만큼, C사와 같은 무상제공물품에 대한 오해는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특히 무상으로 공급하는 부품의 경우에는 대금거래가 없기 때문에 수출자가 통상 부품가격을 임의로 기재하거나 실제가격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송장을 작성해 물품을 발송하고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도움 : 서울본부세관 심사국>
[※ 본 내용은 독자들의 편의를 위해 빈번히 발생하는 관세청 심사사례를 정리한 것으로 법적효력을 갖는 유권해석은 아니므로 각종 신고나 불복청구에 증거자료로는 활용할 수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