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권·비한정 무형자산, 감가상각 달라져
상장사협, "신고조정으로 손금산입 허용해야"
풀무원홀딩스는 작년 회계연도부터 풀무원건강식품을 흡수합병하면서 발생한 영업권을 감가상각하기 시작했다. 무형자산인 영업권을 감가상각하게 되면, 회계연도말 세무조정을 통해 감가상각비가 손금산입돼 법인세가 줄어들게 된다.
그러나 풀무원홀딩스는 올해 회계연도부터 적용하기 시작한 국제회계기준(IFRS)으로 앞으로는 이런 영업권에 대한 감가상각이 중지된다. 감가상각은 유형·무형자산에 대해 가치감소를 산정해 그 액수를 유형·무형자산의 금액에서 공제하고, 동시에 비용으로 계상하는 절차.
현행회계기준(K-GAAP)에 따르면 영업권 등 무형자산에 대해 20년 내에 정액법으로 감가상각을 하고 있으나, 국제회계기준은 영업권 및 무형자산(비한정 내용연수)의 감가상각이 금지(인식하지 않음)되고, 매년 손상평가를 해 손상징후가 발생할 때에만 감가상각(감액평가)을 하고 있다.
세법은 기존의 회계기준을 준용해 영업권의 감가상각을 5년간 정액법으로 하도록 하고 있으며, 감가상각을 한 경우에만 회계연도말 세무조정을 통해 해당 감가상각비를 손금산입하도록 돼 있다.
지금까지는 매년 일정한 비용을 손금산입해왔지만, 국제회계기준으로 영업권의 감가상각이 금지되면, 회계연도말 손금산입할 감가상각비가 발생하지 않게 돼 법인세 부담이 증가하게 될 것이란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재무제표상 감가상각을 하지 않아도 신고조정을 통해 손금산입이 가능하도록 법인세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영업권과 비한정 내용연수를 가진 무형자산의 경우 손상되지 않는 한 세법상 감가상각을 할 수 없고, 이 경우 기업은 최고 자산가액의 27.5%(주민세 포함)에 달하는 법인세액을 추가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 영업권은 감가상각 '중지', 무형자산은 '원가회복'= 풀무원홀딩스는 작년 회계연도에 산업재산권, 수도시설이용권, 소프트웨어권, 영업권 등 4가지 무형자산에 대해 감가상각을 했다. 기업들은 영업권, 상표권에 대해서는 보통 5년간, 특허권, 어업권 등은 10년간 감가상각을 해오고 있다.
그러나 올해 국제회계기준이 적용되면서 영업권에 대한 감가상각이 중지됐고, 비한정 내용연수(경제적 효익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를 경우)를 가진 수도시설이용권에 대한 감가상각도 인식하지 않게 됐다.
풀무원홀딩스는 풀무원건강식품과 합병하면서 발생한 100억원 가량의 영업권을 작년 처음 감가상각했다. 5년간 정액법으로 감가상각을 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작년 감가상각비는 20억원. 국제회계기준이 적용되지 않았다면, 2012년까지 매년 20억원씩의 감가상각비가 발생해 이 비용이 손금산입될 부분이었다.
그러나 올해 회계연도부터 국제회계기준이 적용되면서 풀무원홀딩스는 영업권에 대한 감가상각이 중지됐다. 다른 요인을 배제하면, 올해는 20억원에 해당하는 법인세를 더 내야 하는 셈이다.
또한 풀무원홀딩스는 국제회계기준을 도입하면서 비한정 내용연수 무형자산인 수도시설이용권을 감가상각하기 이전의 원가로 돌려놔야 한다. 여기서 발생한 차액은 자본조정항목(기타포괄손익)으로 계상돼 이 자체는 세부담에 변동을 주지 않는다.
풀무원홀딩스 관계자는 "영업권의 경우 국제회계기준상 면제조항이 있어서 지금까지 해오던 감가상각이 중지되지만, 비한정 내용연수를 가진 무형자산은 이런 면제조항이 없어서 다시 원가를 회복시켜줘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회계기준은 영업권에 대해서는 그동안 해왔던 감가상각을 인정하고 있지만, 비한정 내용연수를 가진 무형자산은 그동안의 감가상각을 인정하지 않는 셈이다.
□ 감가상각비, 세법보다 증가하면…"신고조정 허용해달라"= 영업권에 대해 매년 감가상각을 해오던 회계기준이 손상징후가 발생했을 때만 감가상각이 가능하도록 바뀌면서 일정하게 부담해왔던 세금이 손상징후 여부에 따라 달라지게 될 전망이다.
예컨대 10억원짜리 영업권을 현행회계기준에 따라 5년간 2억원씩 매년 감가상각을 해왔다고 하자.
국제회계기준이 도입되면, 어떤 해에는 감가상각비가 하나도 발생하지 않았는데, 세법에서는 2억원이 손금산입된다. 그러나 감가상각을 재무제표에 처리하지 않았기 때문에 2억원에 대한 손금산입을 받을 수 없다.
반면, 어떤 해에는 영업권에 대한 손상징후가 발생해 한꺼번에 5억원이나 감가상각이 된다. 그러나 세법에서는 2억원만 손금산입이 이뤄져 나머지 3억원은 회계상 비용으로 처리되나, 세법에서는 인정받지 못하게 된다.
이와 관련 상장회사협의회는 "국제회계기준 적용시 발생하는 감가상각비와 세법상의 감가상각비의 차이에 대해 신고조정으로 손금산입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