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기업활동에 부정적 인식‥이름 바꿔달라"
전문가들 "세법 전반의 손질 필요‥손대기 쉽지 않아"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311개 중소제조업체 가운데 58%가 '접대비' 명칭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조사대상 업체 중 54%는 그 명칭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응답했다.
중기중앙회는 이러한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기업의 경영활동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지난 달 28일 기획재정부에 관련 건의서를 제출했다.
특히 접대비는 사업관계자들 간 거래관계의 원활한 진행을 도모하는데 그 목적이 있는 비용으로, 기업의 이익 극대화를 위해 필수 불가결한 비용이라는 게 중기중앙회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정부에서도 접대비 명칭변경을 위해 각계 전문가 의견을 수렴했으나, 기존 세법과 예규·판례 등에서 접대비를 새롭게 정의하고 해석해야 하는 등 간단치 않은 문제라는 지적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 세법상 접대비‥어떻게 돼 있길래?= 접대비란 기업들이 접대·교제·사례 등 업무와 관련해 지출한 비용이다. 이와 유사한 개념으로 일본은 '교제비', 미국은 'Entertainment expenses' 등으로 지칭하고 있다.
접대비는 비용으로 인정해 세금혜택이 주어지지만 기업규모에 따라 쓸 수 있는 접대비의 한도가 정해져 있어 세금혜택의 '한계선'도 명확하게 그어져 있다.
이러한 접대비 한도는 지난 1998년 말 IMF 경제위기 당시 사치성 소비지출을 축소하고, 국민경제의 건전성을 유도한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현행 법인세법(제25조)의 접대비 한도는 ▲연간 수입금액 100억원 이하 기업은 0.2% ▲100억원~500억원 이하 0.1% ▲500억원 초과 0.03% 등으로 규정돼 있으며, 이를 초과하는 접대비는 비용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
선진국의 경우 접대비와 같은 소비성 지출에 대해서는 비용으로 인정해주지 않는 반면, 우리나라는 접대에 대한 특수한(?) 문화가 있기 때문에 일부를 비용으로 인정해주고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 접대비 명칭 어떻게 바꾸나‥영업활동비·교류활동비?= 접대비 명칭을 바꾸자는 요청은 지난 3월27일 한상률 국세청장과 중소기업중앙회간 조찬간담회에 참석한 한 중기인의 '아이디어'로 비롯됐다.
당시 간담회에서 부정적 느낌을 주는 접대비 용어를 '영업활동비'로 유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한 국세청장은 명칭 변경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피력했었다.
이와 관련 중기중앙회는 지난 5월 "한국 사회에서 불건전한 지출 및 활동의 의미를 내포한 접대비를 세법에서 공식적인 용어로 사용하는 것은 정상적인 기업활동에 부정적 인식을 줄 수 있다"며 "이러한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 용어 자체를 교류활동비로 변경해야 한다"고 재정부에 공식 건의하기도 했다.
이밖에 업계에서는 업무활동비, 업무추진비 등도 접대비를 대체할 명칭으로 거론되고 있다.
□ 전문가들 "기존 법·예규 다시 해석‥쉽지 않은 문제"= 기업들이 건의한 접대비 명칭 변경과 관련해 정부에서도 내부 검토와 전문가들의 의견수렴 과정을 거쳤지만,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지난 달 열린 세제발전심의위원회 법인세제 분과위원회에서는 접대비 명칭을 변경하자는 건의에 대해 단순히 이름만 바꾸는 문제가 아니라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했다.
접대비를 교류활동비로 바꿀 경우, 그동안 나온 각종 예규와 법 해석과정에서 '교류'와 '활동'의 의미는 무엇인지 재해석하는 문제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있으며, 이로 인해 기존의 조문과 체계를 모두 바꿔야 한다는 문제점이 지적됐다.
아울러 기업회계에서도 접대비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세법에 다른 용어를 넣으면 혼란만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적절치 않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접대비와 관련된 수많은 예규와 판례가 쌓여 있는데, 업무와 관련된 특정인에게 지출한 비용이라는 컨셉을 다른 용어로 바꾸려면 그동안의 예규 판례를 모두 분석해 같은 개념의 용어를 찾아야 한다"며 "쉽게 손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회계학 교수도 "기업 입장에서는 용어를 바꾸면 다양한 비용을 모두 접대비로 할 가능성도 있다"며 "현재 비교적 개념이 잘 정립돼 있는 상황에서 접대비란 용어가 100%는 아니더라도 그만한 용어를 찾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