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빌리는 금융기관, 외부주주 역할과 같아"
외감 대상 선정…매출액, 지배주주의 지분율도 고려해야
외부 감사 대상을 자산총액 7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상향조정해 외감 대상을 축소하려는 것은 정보이용자가 아닌 중소기업의 입장만을 고려한 처사라는 보고서가 나왔다.
외감 대상을 축소하는 것은 기업 친화적인 측면에서만 고려된 결정으로 실제 기업의 감사보고서를 이용하는 거래처, 대출 금융기관, 투자자 등은 배제된 결정이라는 얘기다.
한국회계학회의 한진수 책임연구원(동국대 교수)과 박재완 연구원, 이점영 연구원이 작년 4월에 발표한 '외부감사 대상법인의 범위결정기준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외부 주주가 거의 없는 중소기업의 최대 이해관계자는 금융기관, 정부 등의 채권자이다.
보고서는 "중소기업은 주로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제공받으며, 금융기관 등의 채권자는 기업과의 거래(대출액)가 많아질수록 외부감사에 대한 수요가 커지게 된다" 설명했다.
또한 보고서는 외부감사 대상을 결정하는 기준은 "현재의 자산총액과 함께 매출액과 지배주주의 지분율도 고려해야 한다"며 "부채 총액이 증가할수록 외감에 대한 수요도 증가한다"고 밝혔다.
□中企, "이해관계자 없어 외감 필요 없다고?"…"뭉치면 크다" =외감 대상을 축소하려는 것은 중소기업의 부담을 줄이고자 하는 것. 중소기업은 대부분 가족경영체제이기 때문에 외부주주 등 이해관계자가 적어 굳이 외감을 받을 필요가 없다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경우 주로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아 자금을 조달하며, 금융기관은 이들 기업의 재무제표를 통해 신용평가를 하고, 자금대출에 대한 의사결정을 한다. 또한 조달청 등의 정부기관은 이들 재무제표를 이용해 납품업자를 선정한다.
중소기업은 외부 주주는 없을지 몰라도 중소기업의 회계정보를 이용하는 채권자, 신용평가기관, 조달청과 같은 정부기관 등이 이해관계자로서 존재하고 있는 것.
이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기관은 중소기업에 자금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외부 주주와 이해관계가 유사하고, 역시 투자 대상 기업에 대한 감시 활동이 필요하다.
또한 보고서는 "개별 중소기업이 미치는 영향은 대기업에 비해 미미하지만, 중소기업 전체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은 작년 말 은행의 기업대출 자금 391조원(은행신탁 포함, 산업은행 제외) 중 약 90%인 355조3000억원이 중소기업에 지원됐으며, 35조7000억원만이 대기업에 지원됐다고 밝혔을 만큼 은행의 기업대출 대부분이 중소기업에 지원되고 있다.
□매출액 100억원, 지배주주지분율 30% 이상이면 외감 받아야= 그렇다면 현재 자산총액으로 외감 대상을 선정하는 것은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자산총액만을 기준으로 외감 대상을 선정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고 밝혔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자기 돈으로 약 100억원 짜리 건물을 사서 임대업을 하는 경우 외감 대상에 포함되지만, 이 때의 이해관계자는 한 두 사람에 불과해 사실상 외부감사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오류가 발생하기 때문.
그러나 정부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기업을 분류할 수 있는 기준이 될만한 데이터를 찾기가 힘들어 자산총액만을 기준으로 외감 대상을 축소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외감 대상 선정시 ▲자산총액 ▲지배주주의 지분율 ▲매출액 ▲종업원 수 ▲자본금 ▲업종 등을 기준으로 했을 때 매출액이 외감 기준을 결정하는데 적정하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금융기관, 국가기관, 신용평가기관 등 230여개의 기관을 대상으로 외감 기준에 대한 적정성 검사를 한 결과 7점 만점으로 했을 때 매출액이 4.80점을 맞았으며, 이어 지배주주의 지분율 4.47점, 자산총액이 4.28점을 맞았다.
외감 대상을 선정하는 데 있어 매출액, 지배주주의 지분율, 자산총액이 가장 고려해야 할 대상으로 나왔으며, 특히 매출액 100억원 이상, 지배주주지분율 30% 이상, 자산규모 50억원 이상이 외감을 받는 것이 적정하다고 나왔다.
또한 보고서는 "자산총액이 증가하는 것만큼 부채비율이 증가할수록 외감에 대한 수요도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금융기관 등 중소기업의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자산규모가 50억원이고, 부채비율이 340%인 기업과 자산규모가 70억원이고, 부채비율이 45%인 기업 중 자산규모가 더 적지만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이 외부감사를 받아야 한다는 답변이 많았다.
중소기업의 이해관계자는 돈을 빌려주는 채권자인 금융기관이나 입찰을 맡기는 정부이기 때문에 기업이 갖고 있는 부채비율이 나중에 돈을 돌려 받거나 건전성을 판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단순히 자산총액을 기준으로 외감 대상을 결정하는 방식은 기업의 특성을 무시한 비합리적인 방법일 뿐 아니라 실효성도 없어 부채, 매출액, 지배지분 비율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