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용 토지에는 종부세 특례 적용해달라"
재정부 "세금 깎아달라는 요구가 워낙 많아서..."
백화점과 할인마트 등을 운영하고 있는 A업체는 지난해 토지분 재산세를 포함한 종합부동산세로 400여억원을 냈다.
지난 2005년 종합부동산세가 도입됐을 당시 100여억원의 보유세를 냈던 이 업체는 매년 100억원 가량 세금이 증가하고 있다. 경리팀의 시뮬레이션 결과, 올해도 500억원이 넘는 보유세를 내야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 업체의 경리팀장은 "백화점 땅의 공시가격이 상승하고, 과표적용률이 저절로 올라가면서 매년 100억원 가량의 보유세가 늘어나고 있다"며 "수익에 따라 내야 하는 법인세보다도 오히려 보유세가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2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세제개편과 관련해 기업들이 제출한 건의사항 가운데, 종부세 부담을 줄여달라는 업계의 요구가 대거 포함돼 있다.
특히 유통업과 전기통신업 등은 기업이 투기목적이 아니라, 사업을 위해 실질적으로 보유할 수밖에 없는 토지임에도 불구, 종부세와 재산세 등 보유세 부담이 과도하다며 관련 업종에 대한 세제개선을 강력히 요구했다.
이와 관련 재정부에서는 이들 업계의 건의사항을 접수해 올해 세제개편안에 반영할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지만, 기업들의 조세감면 요구를 모두 들어줄 수는 없는 것이라며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 사업용 토지 종부세 얼마나 부과되나?= 지난 2005년 도입된 종합부동산세는 개인의 주택 및 토지뿐만 아니라, 기업들의 사업용 토지에 대해서도 예외 없이 부과된다.
현행 종합부동산세법에 따르면 기업이 보유한 사업용 토지의 공시가격이 40억원을 초과하면 과세표준에 따라 0.6~1.6%의 세율로 종부세를 내도록 돼 있다.
이에 따라 사업용 토지를 많이 소유하고 있는 기업들은 많게는 수백억원의 세금을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인세의 경우 각종 비과세·감면제도를 적용받을 수 있지만, 특례가 거의 없는 종부세는 국세청의 고지서에 나온 대로 고스란히 내야 한다.
다만 지난해부터 3년간 한시적으로 물류업, 관광호텔업, 유원시설업, 휴양업, 대중골프장, 스키장 등 서비스사업용 토지에 대해서는 공시가격 200억원 초과분에 대해 0.8%의 단일세율로 적용되는 특례가 시행되고 있다.
□ "유통업·전기통신업이라도 종부세 줄여달라"= 한 경제단체가 재정부에 제출한 세제개선 건의사항에 따르면 사업용 토지에 대한 종부세 부담이 큰 업종으로 유통업과 전기통신업이 꼽혔다.
이들 업종이 보유하고 있는 사업용 토지는 필수적인 생산요소임에도 불구, 시가에 상응하는 과표현실화 등의 정부 정책에 따라 일률적으로 적용돼 기업들의 종부세 부담이 과중하다는 것.
특히 유통업과 전기통신사업은 입지 특성상 지가 상승률이 높은 지역에 위치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세부담 증가분이 더욱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유통업과 전기통신업을 비롯해 모든 기업의 실질적인 사업용 토지에 대해서는 분리과세를 적용해 종부세 부담을 경감해주거나, 지난해부터 시행되고 있는 서비스산업용 토지의 종부세 과세특례 대상에 이들 업종을 포함시켜 달라는 게 업계의 목소리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현행 세법을 들여다보면 대부분 제조업 위주로 세제지원방안이 마련돼 있고, 유통업 분야는 거의 찾을 수 없다"며 "해당 업종에 대한 보유세 부담을 줄이면 가격인하로 인한 소비자 물가안정 및 내수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재정부 "조세감면 요구를 다 들어줄 수는 없는 것"= 이명박 정부가 비즈니스 프랜들리(Business Friendly)를 중심으로 한 감세정책을 국정과제로 삼고 있는 가운데, 최근 정부와 여당에서도 부동산 관련 세제를 개편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이번의 기업 종부세 감면 건의가 수용될지 여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만 내달 말 세제개편안 발표를 앞두고 있는 재정부에서는 기업들의 종부세 감면 등 관련 건의사항에 대해 검토하고 있지만, 모든 요구를 들어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재정부 세제실 관계자는 "2005년 종부세를 도입할 당시부터 많은 기업들이 사업용 토지에 대한 종부세를 감면해달라는 요구를 해오고 있다"며 "올해도 건의내용을 검토하고 있지만, 최종 세제개편안에 담을지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세제개편안 발표를 앞두고, 세금을 깎아달라는 각계 요구가 많지만 조세형평성과 세수 문제 등을 감안하면 모두 들어줄 수는 없다"며 "종부세 감면에 대한 건의사항은 폭넓은 관점에서 살펴봐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