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금속, 모피 등의 사치성 품목은 개소세 없애야
정부는 근본적인 세제개편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개별소비세(구,특별소비세)의 품목도 조정할 것임을 시사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4일 기자들과의 오찬간담회 자리에서 서비스수지 적자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관광산업의 개소세 인하와 수도권, 제주도를 제외한 지방 골프장의 세부담 인하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개소세의 품목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 세율 인하를 몇 %로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제시되지 않았다. 다만 개소세의 품목 조정과 세율 인하의 정책 기조가 분명하게 전달됐으므로 업계에서는 이해관계가 있는 관련 품목의 개소세 면세를 주장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철강협회 등 12개 경제단체 및 산업단체들은 지난달 23일 산업용 중유와 LNG에 대한 개별소비세 면세방안을 정부에 건의했다.
개소세가 특정 품목에 부과되는 세목인 만큼 관련 업계에서는 개소세를 면세하거나 세율을 인하해 달라는 목소리가 예전부터 지속돼왔다. 개소세를 부과하는 품목은 세금이 부과돼 가격경쟁력에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
특히 올해 들어 특소세의 명칭을 개소세로 변경함에 따라 과세 목적이 기존의 세부담 역진성 완화, 사치품 소비억제에서 자동차·유류 등 외부불경제를 발생시키는 재화에 대한 교정세적 기능으로 전환된 만큼 이에 걸맞은 개소세 품목 조정이 요구된다.
미국, 일본, EU 등의 선진국에서 자동차, 유류, 담배, 술 등 외부불경제 품목을 중심으로 개별소비세(excise tax)를 부과하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나라도 개소세의 품목 조정에 좀 더 속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개소세의 품목을 대폭적으로 조정하고 세율을 인하해도 세수에 큰 타격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도 개소세의 전면적인 개편이 자유로운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개소세로 연간 거둬들이는 세금은 약 4~5조원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
□ '개소세'로 명칭 바뀌어도 품목·세율은 똑같아
그러나 개소세는 현재 명칭과 목적이 바뀌었음에도 매겨지는 품목과 세율에는 변함이 없다. 개소세 부과대상은 보석·귀금속, 고급가구, 승용차, 유류 등의 품목과 카지노, 골프장, 유흥주점 등의 입장행위 등이다.
현재 개소세가 부과되는 품목은 1개당 가격이 200만원이 넘는 ▲보석 ▲귀금속제품 ▲사진기 ▲시계 ▲모피 ▲융단 등의 품목과 1개당 500만원을 넘는 고급가구 등이 있으며, 이들은 '고급'이라는 명칭을 붙여 각각 20% 세율이 적용된다.
투전기와 오락용 사행기구, 수렵용 총포류 등도 각각 20% 세율의 개소세가 과세되며, 녹용, 로얄제리, 향수 등도 각각 7%의 세율이 매겨진다.
승용차는 ▲2000cc 초과 차량 10% ▲2000cc 이하 차량 5% ▲800cc 이하 경차 면세 등으로 자동차의 크기에 따라 세금이 매겨지고 있다. 이중 2000cc 초과 승용차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2009년부터 단계적으로 5%까지 인하될 예정이다.
또한 유류는 ▲휘발유 630원(ℓ) ▲경유 404원(ℓ) ▲등유 178원(ℓ) 등의 세금이 종량세로 매겨지며, 여기에 최대 30%까지 탄력세율이 붙는다.
이와 함께 입장행위에 대해 개소세가 매겨지는 곳은 ▲카지노(5만원) ▲골프장(1만2000원) ▲투전기장(1만원) ▲경륜·경정장(200원) 등이 있고, 유흥주점 등 과세유흥장소에서는 요금의 10%를 개소세로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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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금속, 모피, 시계 등 고급품목은 모두 개소세 제외
현재 개소세 품목 중 보석·귀금속 등에 대해 정부는 업계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이르면 2009년부터 개소세 부과를 폐지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강 장관이 골프장에 부과되고 있는 개소세도 수도권과 제주도를 제외하고 세금을 인하하겠다는 방안을 시사한 만큼, 골프장 입장행위에 대해서도 세금이 면제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사치성 품목의 일부가 개소세에서 면제되면 비슷한 목적으로 세금이 매겨지는 여타 품목에 대해서도 세금의 목적이 바뀐 만큼 면제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외부불경제를 일으키는 품목을 제외한 보석·귀금속, 고급가구, 모피, 녹용·로얄제리, 골프장 입장행위 등은 개소세 품목에서 제외되는 것.
김상겸 단국대 교수는 "도박장이나 경마장 등 외부 비용이 발생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개별소비세로 내는 것이 필요하다"며 "나머지 골프장, 귀금속, 모피 등의 경우는 과세대상에서 제외하는 게 원칙적으로 맞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도 "기본적으로 특소세(개소세) 과세대상은 지금 시대와 맞지 않는다"며 "주로 중소기업들이 하고 있는 귀금속, 모피, 시계 등은 판로 확대와 가격경쟁력 강화를 위해 세금을 폐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LNG, LPG 면세는 환경오염→국민부담…면세는 불가능
개소세는 궁극적으로 자동차, 유류 등과 함께 카지노, 도박장 등의 입장행위 등 환경오염이나 사행성 오락으로 외부불경제를 일으키는 품목에만 세금이 매겨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경련과 대한상의 등에서는 고유가와 원자재 값 상승을 이유로 산업용 중유와 LNG 등의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품목에 대해서도 개소세 면세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
고유가와 높은 원자재 값으로 물가가 상승해 경기침체가 우려되는 가운데, 중소기업과 서민들의 고통을 줄여주기 위해서는 세금 인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세금 면세는 외부불경제를 일으키는 품목에 세금을 부과해 소비를 줄이겠다는 개소세 존재 자체를 위협하는 것이기 때문에 신중을 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곽태원 서강대 교수는 "산업용 중유를 사용해서 발생하는 환경오염에 대한 비용은 누가 부담하게 되는 것이냐"며 환경오염에 대한 비용은 결국 산업용 중유를 쓰지도 않은 나머지 국민들이 함께 부담할 수밖에 없다는 뜻을 밝혔다.
이어 곽 교수는 "이는(환경오염에 대한 비용은) 산업용 등의 재화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나눠서 부담해야 한다"며 "세금이 정당하게 매겨진 것이라면 면세를 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