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세가 화두다-②] 법인세 더 과감하게 내려야

5년간 25%→20% 추진‥"적다, 경쟁국가는 10%대"
"세계최고 기업환경 위해서는 더 과감한 인하 필요"
"정책 효과 거두려면 15%까지는 되어야"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비즈니스 프랜들리(business-friendly)'를 앞세운 감세정책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기업이 내는 대표적 세금인 법인세를 대폭 손질하겠다는 계획을 확정, 발표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10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5년간 법인세를 총 5%P 내리는 방안을 내놓고, 오는 6월 제18대 국회에서 본격적인 입법을 추진키로 했다.

현재 법인세는 최고세율 기준으로 25%가 적용되는데, 정부안이 그대로 통과될 경우 법인세율은 20%까지 인하된다.

그러나 선진국을 비롯한 경쟁국가의 법인세 인하추세는 우리나라보다 더욱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

영국, 독일, 스페인 등 유럽 국가들은 모두 올해부터 법인세율 인하정책을 시행하고 있고, 아일랜드는 지난 2003년 이후부터 우리나라의 절반수준인 12.5%의 법인세율이 적용되고 있다.

아시아 국가 중에는 싱가포르가 지난해 법인세율을 20%에서 18%로 낮췄고, 홍콩도 올해부터 17.5%에서 16.5%로 인하하는 등 '감세 경쟁'에 돌입했다. 대만의 경우에도 오는 2010년부터 25%의 법인세율을 17.5%로 대폭 인하키로 했다.

이와 관련 조세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기업의 경쟁력 제고와 투자유치 등 법인세 인하의 본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경쟁국가보다 더 빠르게, 더 큰 폭의 세율인하 조치를 단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 정부, 5년 후 법인세율 20% 추진‥'세계최고의 기업환경(?)'=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향후 5년간 단계적으로 법인세율을 인하하는 방안을 발표하고, 6월 국회 입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25%(최고세율 기준)의 세율을 내년부터 22%로 3%P 내리고, 오는 2013년에는 20%까지 총 5%P 인하하기로 했다. 과세표준 1억원 이하일 경우에는 현행 13%에서 내년 11%, 2013년 10%로 5년간 총 3%P가 인하된다.

낮은 세율이 적용되는 법인세 과세표준도 내년부터 1억원 이하에서 2억원 이하로 상향조정되며, 기업들이 각종 비과세·감면 등을 받더라도 내야 하는 최소한의 세율(최저한세율)도 내년부터 10%에서 8%로 인하돼 기업들의 세부담이 줄어들 전망이다.

특히 이러한 법인세율 인하방안은 정부의 계획대로 올해 입법이 완료될 경우, 2008과세연도부터 즉시 적용되며, 오는 8월 법인세 중간예납부터 적용이 가능하다고 재정부는 설명했다.

이로 인해 재정부는 5년간 총 8조6000억원의 세수가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으며, 법인세율을 인하할 경우 국내 투자와 고용, 외국인투자, 명목 GDP 등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세계 최고의 기업환경을 만든다는 원칙 하에 법인세율이 경쟁국보다는 뒤지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재정여건과 경쟁국의 세제정책 등을 감안해 법인세율 인하를 계속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외국의 경쟁적인 법인세율 인하추세와 비교해보면 아직도 미흡한 수준이어서 이왕 내리겠다고 마음 먹었으면 그 속도를 더 내야 한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주요국가의 법인세율 인하추이>

영 국	30% → 28%(2008년)
독 일	38.65% → 29.83%(2008년)
스페인	32.5% → 30%(2008년)
아일랜드	12.5%(2008년 현재)
싱가포르	20% → 18%(2007년)
홍 콩	17.5% → 16.5%(2008년)
중 국	33% → 25%(2008년)
대 만	25% → 17.5%(2010년)
대한민국	25% → 22%(2009년) → 20%(2013년)

 
※자료: 기획재정부

□ "경쟁국보다 빨리, 더 많이 내리자"= 경제단체에서는 정부가 밝힌 법인세율 인하조치에 대해 더욱 과감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대외협력실장은 "1%P 씩 5년간 인하하는 현재의 인하방식은 경쟁국 수준의 법인세 인하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근본적으로는 법인세를 폐지하거나 최소 10% 이하로 낮추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지만 정치적인 입장에서 불가피하다면 15% 수준까지는 인하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최 실장은 이어 "우리나라는 홍콩, 싱가포르, 대만 등과 실질적인 경쟁관계에 있기 때문에 이들 국가와 법인세 부담률을 비슷하게 가져가려면 법인세율을 더 내려야 한다"며 "정부는 세수문제를 걱정하지만 최근 법인세수 증가율이 상당했기 때문에 15% 수준이라면 세수부족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수준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대한상의 관계자도 "고유가 등 원자재가격 급등과 어려운 경제여건을 감안해 우리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법인세 인하는 필수적인 요소"라며 "일단 현 정부가 법인세율 5%P 인하정책을 펴고 있는 상황이지만 정책이 제대로 지켜지는지를 꼼꼼히 지켜보고 추가적인 대응을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조세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우리나라의 기업 관련 조세체계가 국제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법인세율을 대폭 인하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인실 서강대 교수는 "국가경쟁력 강화와 경제성장을 위해 법인세율 인하는 불가피하다"며 "제조업의 해외이전을 방지하고, 외국기업을 유치하기 위해서라도 경쟁국보다 빨리, 보다 큰 폭으로 인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법인세율 인하혜택이 대기업에게만 돌아갈 뿐, 오히려 소득 재분배 악화와 대·중소기업간 격차 확대 등의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업계와 학계 등의 주문에 대해 정책 주무부처인 재정부도 과거 정권시절 '말도 안된다'는 식의 대응과는 전혀 다른 반응이어서 인하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추진 프로그램'만 잘 짠다면 현실화도 어려운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많다.

이와 관련 세제 관련 주무부처인 재정부는 "(법인세 인하로)대기업이 상대적으로 많은 세금을 내는 상황에서 혜택을 더 받는 것은 불가피하다"면서도 "법인의 배당을 통해 주주에게도 혜택이 있고, 상품가격 인하와 고용증가 등을 통해 소비자와 근로자에게, 대기업과 중소기업 상생협력을 통해 중소기업에게도 혜택이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어 법인세 인하를 통한 제대로 된 '비즈니스 프랜들리'가 실현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