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세 20% 인하, 1주택자 부동산세제 감면 추진
고용창출기업 법인세 감면‥실패한 정책 재현 우려
문화접대비·기부금 稅혜택 강화…"너무 급하다?"
무책임한 감세는 포퓰리즘에 따른 것으로 규정, 증세도 감세도 없는 '용세론' 즉 현재의 세제하에 공평부과와 세금의 활용을 잘하는 쪽으로 조세정책방향을 내비췄던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도 대선공약으로는 몇 가지 감세안을 내 놨다.
정동영 후보는 조세분야 공약으로 유류세 20% 인하, 1세대 1주택자 양도소득세 및 종합부동산세 완화, 고용창출기업 법인세 감면, 문화예술분야 세제혜택 확대 등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정 후보측은 유류세 인하의 경우 정유사들의 유통구조개선 등을 통해 최대 25%까지 인하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당초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내놓은 유류세 10% 인하공약에 비해 감면폭을 크게 잡은 것.
부동산 관련 세제에 대해서도 1세대1주택 장기보유자의 양도세 특별공제액을 확대하고 1세대1주택자의 양도세 비과세 요건 중 거주요건을 폐지해 3년이상 보유만 하고 있다면 비과세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종부세에 대해서도 절대 손대지 않겠다던 기존의 입장에서, 최근 1세대1주택 장기보유자에 대한 종부세 경감방안을 내놨다.
□유류세 인하 누가 막았는데?=정동영 후보는 유류세가 지난 1998년 김영삼 정부시절 국가부도사태를 막기 위한 공적자금 재원마련 방안으로 대폭 인상된 것이라며 정부의 정책목표가 달성된 만큼 고유가에 따른 인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정 후보는 휘발유에 붙는 세금이 1998년1월 523원→1998년5월 680원→1998년9월 795원→1999년5월 749원→2000년 이후 745원 등으로 1998년 대거 인상 이후 방치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40원/kg인 프로판가스 특별소비세를 폐지하고 등유의 특별소비세도 현행 181원/ℓ에서 60원/ℓ으로 1/3수준으로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정 후보는 유류세 20% 인하와 함께 정유사들의 담합, 원가 부풀리기, 주유소 유통구조 개선 등을 통해 추가로 5%인하효과가 가능하다며 최대 25%인하를 약속하고 있다.
문제는 유류세 인하와 관련된 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에서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정부와 대통합민주신당을 중심으로 한 여권의 반대 때문이라는 점에서 일관성을 포기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이다.
한 조세전문가는 "유류세 인하는 소비자 입장에서 경제적 부담을 줄이는 효과가 분명히 있고 인하할 필요가 있지만 당 대선후보는 유류세 인하를 공약으로 내세우는데 당은 법개정을 반대하는 요상한 모양새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종부세도 손대겠다‥1주택자 세부담 완화 추진=장기보유 1세대1주택자들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부담 완화는 제도 도입시기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던 부분이다.
특히 종부세 관련 행정소송에서 "정당한 과세이지만 1가구1주택자에 대해서는 재산권 침해가 우려된다"고 판시한 적이 있어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으며, 현재 이른바 빅3으로 불리는 이명박, 이회창, 정동영 후보까지 유력한 대선후보들이 모두 종부세 개정을 예고하고 있어 누가 당선되든 차기정부에서의 종부세 손질은 불가피해 보인다.
정 후보는 당초 종부세는 현재 부동산 가격이 안정세로 돌아서고 있는 만큼 시장에 불안심리를 줄 수 있음으로 논란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며 손대지 않을 뜻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불과 지난달까지만 해도 입장에 변화가 없었던 그도 12월 종부세 신고납부가 시작되자마자 "종부세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급선회했다.
그는 "종부세 도입의 원칙과 취지는 좋았으나 3년 사이 가파르게 올랐고 1가구 1주택 보유자들이 선의의 피해자가 됐다"며 "오르더라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완만하게 올라야 한다. 가랑비에 옷 젖듯 세원은 넓게, 인상속도는 느끼지 못할 정도로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정부에 몸을 담았던 그가 현정부가 절대 고칠 수 없게 만들었다는 세제를 손질하겠다는 것만으로도 비판을 면치 못할 수도 있다.
최영태 참여연대 조세연구소장은 "장기보유자라고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고가의 주택이기 때문에 1세대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감면문제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여러가지 시뮬레이션과 논의를 통해 과세형평이 무너지지 않도록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정 후보는 1세대 1주택 장기보유자의 양도소득세 특별공제율을 매년 4%씩 인상해 20년 이상 보유했을 경우 80%까지 확대하고, 비과세요건 중 현행 3년이상 보유 2년이상 거주해야만 양도세를 과세하지 않는 비과세요건 중 거주요건을 삭제하겠다고 밝혔다.
직접 거주하지 않더라도 3년이상 보유하면 양도세가 면제되는 방안이다.
양도세 감면은 시행초기인 종부세를 손질하기 보다 양도세를 인하해 거래환경을 조성한다는 취지에서 힘을 얻고 있지만 이 역시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정의와 과세형평의 문제를 안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고용창출기업 법인세 감면‥실패한 정책 '재탕'?=정 후보는 청년 일자리 마련을 위해 고용창출 기업에 대한 법인세 감면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결산일을 기준으로 고용이 증가한 기업에 대해 법인세의 일정비율(10~50%)을 감면하고, 청년고용촉진장려금을 2012년까지 연장한다는 것.
이러한 고용창출기업 법인세 감면은 지난 2004년 이헌재 경제부총리 재임 당시 침체된 경기회복을 목적으로 도입한 '고용증대특별세액공제'와 유사한 제도로 꼽힌다.
고용증대특별세액공제란 상시근로자 인원이 직전년도 근로자수를 초과한 경우 추가고용인원 1인당 100만원을 법인세 등에서 공제하고 고용유지인원 1인당 50만원을 추가로 법인세 등에서 공제해주는 제도다.
2004년 당시 제도 도입이후 1000억원 가량의 조세가 지원된 것으로 추정됐으나, 정부는 감면 효과가 크지 않고 특정 기업에만 혜택이 몰리는 측면이 있다는 이유로 2005년말 전격 폐지한 바 있다.
정 후보측에서 내놓은 고용창출 법인세 감면제도는 청년 일자리 마련이라는 취지는 좋지만, 참여정부에서 실패를 인정한 정책을 '재탕'하는 모험을 걸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문화접대비 신중히 검토해야=정 후보의 세제관련 공약 중 다른 후보들과 차별화(?)된 공약으로는 문화예술 활성화를 위한 세제혜택 확대를 꼽을 수 있다.
우선 도서구입, 영화·연극·공연관람, 전시회 관람 등 각종 문화비 지출에 대해 소득공제제도를 도입하고 기업의 문화접대비와 문화예술분야에 대한 기부금에 대해서도 손비인정폭을 확대해 기업 메세나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우선 집권 첫해인 2008년에 문화비 소득공제제도와 손비인정폭에 대한 세제개편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문화접대비 부분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부분이지만 아직 사회적으로 정착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섣부른 공약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조세전문가는 "문화접대비는 올해부터 시행되고 있는 제도인데 아직 제대로 효과를 보고 있는지도 검증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손비인정폭을 늘려주는 것은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전문가는 또한 "기부금 역시 기업의 준조세로 작용해 투자자금의 사외유출을 초래하고 기업의 성장을 저해할 소지가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재정경제부도 내년부터 기부문화 활성화를 위해 개인이 내는 기부금에 대한 소득공제 폭을 늘린다는 방침이지만, 기업의 문화접대비에 대한 손비인정 한도는 현행을 유지할 계획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