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서민생활] 소득공제 늘리겠다…실현 가능성은?
주택·교육·의료비 공제한도 확대‥사업자도 적용
정부, "면세자 비율만 높여왔다"‥공제확대정책 부정적
전문가들, "고소득자에 혜택, 효과검증 선행돼야"
"특별공제 한도 현실에 맞게 조정 필요, 소득포착 효과" 주장도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내세운 조세공약에는 경제와 서민을 살리는 세금, 즉 일자리 창출과 서민생활 보호를 위한 '조세개혁'을 표방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법인세율 인하 및 준조세 정비 등 기업 중심의 직·간접적 방안이 포함됐으며, 서민생활 보호를 위해서는 각종 소득공제 확대와 유류세 인하 등 분야별 감세방안이 대거 마련됐다.
| 특히 국민의 기본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근로자의 주택마련, 교육비, 의료비 등에 대한 소득공제 한도를 확대해주고, '사업자 소득공제제도'를 도입해 근로자와 자영사업자 모두에게 소득세 부담을 줄여준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공제확대정책은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온 대표적 감세방안으로써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다는 지적과 함께, 국가재정을 고려한 현실적인 검증작업이 수반돼야 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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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제확대정책을 실시해 온 정부조차도 면세자(세금을 내지 않는 자) 비율만 늘리고 세부담의 형평성을 저해한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히고 있어 '실효성' 논란도 일부 예상된다.
□ 주택·교육·의료비 소득공제 확대‥국민 '맞춤형' 조세감면? =이 후보측이 내놓은 서민생활 지원방안에는 주택마련, 교육비, 의료비 등 세 부분에 대한 소득공제 한도를 확대하는 방안이 마련됐다. 이른바 '맞춤형 조세감면'을 통해 세부담을 줄여주겠다는 것.
현행 소득세법(제52조 제5항)에는 무주택근로자에 대해 주택마련저축 불입액 및 원리금 상환액의 40%를 연 300만원 한도로 특별공제받을 수 있는데, 이를 불입·상환액의 50%(연500만원 한도)로 상향조정해 공제폭을 늘리는 방안이 포함됐다.
근로자의 교육비 지출액에 대한 공제한도의 경우 대학교육비는 1인당 연 7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초·중·고등학생의 경우 연간 2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확대해 교육비 부담을 줄여주기로 했다.
근로자의 의료비 특별공제도 현재 연간 급여액의 3%를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 연 500만원 한도로 적용되고 있으나, 이 한도를 연간 700만원으로 늘리는 방안이 담겨 있다. 또한 근로자뿐만 아니라 사업자에 대해서도 주택마련·교육비·의료비에 대한 소득공제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결국 근로자와 자영사업자들이 생활하는데 지출되는 기본적 비용(주택·교육·의료)에 대해 공제폭을 늘려 이들의 소득세부담을 모두 줄이는 방향으로 '맞춤형 조세감면'을 이뤄내겠다는 방침이다.
□ 조세감면 2~3조원 훌쩍‥정부, 공제확대에 부정적 시선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주택마련 소득공제로 인해 지난해 2687억원의 조세감면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됐으며, 교육비 소득공제는 8036억원, 의료비 소득공제는 3974억원 등이 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주택·교육·의료비 특별공제로 인해 약 1조5000억원에 이르는 세금을 깎아주고 있는 셈. 여기에 이 후보가 발표한 공약대로 각각의 공제한도를 늘리고, 사업자에게도 적용하면 조세지원 규모는 2~3조원을 훌쩍 뛰어넘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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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공제확대 정책에 대해 세법을 입안하는 재경부에서는 부정적 시각을 나타내고 있다.
재경부는 지난달 말 발표한 '2007년 세제개편안'에서 소득세 과표구간을 조정해 서민 세부담을 줄여주겠다고 밝히면서 그동안 조세정책의 기조로 삼았던 '공제확대'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했다.
허용석 재경부 세제실장은 당시 "공제확대는 특정계층을 겨냥해 세부담을 경감할 수 있지만 과도하게 운영할 경우 과세자 비율을 낮추고 면세자 비율을 높이는 부작용이 있다"며 "봉급생활자의 세부담을 경감하면서 과세자비율에도 영향을 주지 않는 과표구간 조정방안을 선택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올해 세제개편안에 담긴 '성실사업자 의료비·교육비 공제제도' 신설방안은 비록 일정요건을 충족하는 성실사업자에 한해 제한적으로 적용한다는 내용이지만, 이 후보측이 내놓은 '사업자 소득공제제도'와 유사한 정책이어서 공약 자체의 신선함이 떨어졌다는 지적도 있다.
□ 전문가들, "소득공제 효과 검증 필요"‥"면세점 절반, 서민층 혜택 적을 것" =조세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소득공제의 실효성 및 국가재정에 대한 검증없이 선언적 공약으로 내세우는 것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 조세관련 학회 회장은 "현실에 맞게 교육비 소득공제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좋지만 소득공제를 통한 실효성과 국가재정예산에 따른 검증작업 없이 무조건적으로 공제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검증을 통해 실현가능한 대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조세학자도 "대선공약에 소득공제혜택이 무분별하게 이용되고 있는 것 같다"며 "현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세금감면과 소득공제 확대가 아니라 국민 개개인의 납세의식을 제고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소득세 면세점 이하자가 절반(근로소득자의 50.7%, 자영업자의 47.5%)에 이르는 현실에서 직접적인 세금감면 효과보다는 고소득자를 중심으로 그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재경부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소속의 한 대학교수는 "지금도 근로자의 절반이 공제 때문에 세금을 내지 않고 있는데 이 점을 그대로 놔두고 세금을 줄이자는 것은 문제"라며 "조세지출이 늘어나는 부분, 즉 국가재정수요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조세법을 입안하는 한 관계자는 "과세자 비율이 절반에 불과한 과세현실에서 소득공제금액 확대는 저소득층에 대한 혜택은 미비한 반면 고소득자에게 더 많은 혜택을 초래할 것"이라며 "아울러 자영업자의 면세비율을 늘려 과세형평성을 저해할 가능성도 높다"고 우려했다.
국회예산정책처 관계자도 "과도한 공제제도는 면세점을 높여 소득세 정책의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기 때문에 공제제도를 대폭 정비할 필요가 있다"며 "소득세 공제제도 정비를 위해서는 자영업자에 대한 소득포착률을 높이는 것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특별공제 확대‥서민들은 꼭 필요한 부분 =반면 주택·교육·의료비에 대한 특별공제 확대는 서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비용을 절감한다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한 조세전문가는 "현재 이공계 등 대학등록금이 연 700만원을 넘어가고 있는데 이를 현실에 맞게 1000만원 한도로 특별공제혜택을 늘려줄 필요가 있다"며 "의료비 공제도 중증환자 등 비싼 의료비를 내는 사람들이 주로 혜택을 받기 때문에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명박 후보 측 관계자도 "정부의 정책실패로 주택을 마련하려는 사람들에게 고통을 준 게 사실인데 이들에게 심리적·금전적인 도움을 주는 쪽으로 공제를 확대하려는 것"이라며 "조세제도의 큰 틀에서 놓고 주택·교육·의료 등 꼭 필요한 부분에서 혜택을 늘리는 방안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사업자 소득공제제도 도입과 관련 "정부의 세원양성화 정책에 따라 영세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들에게도 근로자와 같은 혜택을 줄 필요가 있다"며 "조세정책 및 재정여건상 무리하지 않는 수준에서 일부 특별공제항목에 대해 적용하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특별공제를 확대하는 정책이 근로자의 복지증진에 실질적 혜택을 줄 수 있으며, 소득포착률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조세분야의 한 대학교수는 "근로자에 대한 교육비·의료비 등의 특별공제를 확대하면 필요경비의 많은 부분을 특별공제가 담당하게 돼 실질적인 근로복지 증진을 이룰 수 있다"며 "궁극적으로 영수증 및 카드사용확대를 활성화시켜 소득포착에 따른 세수증가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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