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공약 분석] 이명박 후보-②법인세율 인하

②[경제] 법인세율 인하 公約일까? 空約일까? 

법인세 최고세율 25→20%, 최저한세율 인하, 과표구간 조정
R&D 지원 확대, 준조세 정비‥'일자리 창출' 유도
업계, 국제경쟁력 강화 '환영'…전문가, 세수대안 부족 '글쎄'

지난달 20일 이명박 前서울시장이 한나라당 대선후보로 결정됨에따라 '경제대통령' 이미지를 내세우고 있는 이 후보의 경제정책 관련 공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대규모 '감세'를 표방하고 있는 이 후보의 조세공약에는 경제활성화를 위한 법인세 감면이 핵심 정책으로 제시된 상태다.

이 후보측은 법인세율 인하 및 과세표준구간 조정, 최저한세율 인하 등 법인세 감면방안을 통해 7조원 가량의 세금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세수 부족분은 감세에 따른 경기활성화를 통해 장기적 관점의 '세수증대효과'를 통해 만회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법인세 감면정책은 조세전문가들 사이에서 기업의 국제적인 경쟁력 확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라는 주장과 세수부족 및 경제활성화 효과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기하는 시각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 법인세 감면 및 R&D지원 확대‥일자리 창출 유도 =이 후보는 경제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을 유도하기 위해 대대적인 법인세 감면방안을 내놓고 있다.

현행 법인세 체계는 과세표준 1억원 이하 13%, 1억원 초과 25%로 양분돼 있다. 그러나 이 후보가 제시한 공약에는 과표구간을 2억원으로 상향조정하고 2억원 이하는 10%, 2억원 초과는 20%로 세율을 낮춘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즉 과표구간 조정을 통해 더 많은 기업들을 낮은 세율(10%) 구간으로 끌어들이고, 최고세율도 5%p 낮춰서 국내 법인들의 국제적인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현재 10%인 중소기업 최저한세율(비과세·감면혜택을 받더라도 반드시 내야 하는 최소한의 세율)도 8% 이하로 낮춰 영세기업의 실질적인 세부담을 줄여 주는 방안도 제시돼 있다.

이와 함께 약 12조원에 달하는 각종 부담금 등 100여개의 준조세를 대폭 정비하고, 과학기술 투자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R&D 준비지원금 및 세액공제를 확대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아울러 세원양성화, 불필요한 비과세·감면 축소, 일몰제도 확대정책을 실시해 과세기반을 확대하고 그 실적에 맞춰 소득세율을 인하키로 했다.

이러한 공약들은 현재 국회에 계류중(법인세율 인하 및 과표구간 조정)이거나 정부가 추진(세원양성화, 비과세·감면정비)하고 있는 방안과 일부 겹치는 부분이 있으나,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는 대표적 정책들이기 때문에 공약 전면에 내세워 더욱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되고 있다.

□ 우리나라 법인세 현황은?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지난해 법인세는 총 26조8831억원이 걷혀 2005년에 비해 3조원 가량 감소했다. 지난 2005년 귀속 소득분부터 법인세율이 2%p 인하된 점과 지난해 법인들의 전반적인 실적부진이 법인세수 감소의 주된 이유다.

그러나 정부는 올해 세입예산으로 30조4957억원의 법인세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법인세율 인하로 인한 세수부족 논란은 다소 줄어들 전망이다.

법인세 과표구간(1억원)은 지난 1991년 이후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으며, 당시에는 34%의 법인세 최고세율이 적용됐으나, 94년 32%, 95년 30%, 96년 28%, 2002년 27%, 2005년 25% 등으로 인하돼 왔다.

□ 외국의 법인세 정책은?‥감세로 경기호황·세수증대 효과? =우리나라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경제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26.7%에 비해 낮은 수준이지만, 홍콩(17.5%)이나 싱가포르(20%) 등 아시아 경쟁국에 비해서는 다소 높은 편이다.

싱가포르는 2000년 이후 법인세율을 8%P 가량 꾸준히 인하해왔으며, 조만간 18%로 낮춘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7.9%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싱가포르는 법인세율을 2%P 인하로 인해 서비스와 제조업 분야에서 78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홍콩 역시 기업과 자본유치를 위해 법인세율을 5%P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와 홍콩은 지난 5년간 평균 6%대 중반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미국은 레이건 前대통령이 침체된 결제를 회복시키기 위해 적극적인 감세정책을 추진, 지난 1982년부터 1990년까지 92개월간 호황 지속이라는 경제적 성과를 거뒀다. 또한 세수도 1980년 5000억달러에서 1990년 1조달러로 두 배 가량 늘어났다. 

아일랜드의 경우도 지난 1988년 47%의 법인세율을 12.5%로 내리는 파격적 조치를 단행, 지난 10년간 EU 평균의 세 배에 이르는 경제성장을 이뤄냈으며, 최근 5년간 5%대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 업계, "법인세 감면으로 국제경쟁력 확보해야" =법인세율 인하 등 일단의 감면정책이 투자 활성화로 이어지고, 장기적으로 세수증대 요인이 있는지 등의 여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기업 및 경제단체에서는 자본시장 자유화와 국제조세경쟁이라는 치열한 국제환경에서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거나 국내기업의 해외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법인세율을 인하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손영기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조사팀장은 "우리나라 기업들의 국제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법인세율을 인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R&D 세제지원 등 기업경영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세제분야의 개선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광호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문위원도 "싱가포르 등 경쟁국이 법인세를 인하하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투자를 원활히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법인세 최고세율을 20% 정도로 인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 업계 관계자도 "법인세 인하로 기업의 세부담이 줄어들면 장기적으로 기업이 활성화되는 '투자'의 개념으로 봐야 한다"며 "영세 기업들의 부담도 최대한 줄여줘서 돈을 벌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에서 제기하고 있는 세수감소 부분에 대해서는 경제활성화 효과로 인해 충분히 해소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왔다.

현진권 아주대 교수는 "법인세 인하를 통한 세수부족분은 단기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법인세 인하 자체가 경제성장 활성화를 위한 수단이기 때문에 결국 기업경영이 활발해져 세수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조세전문가들, "경제적 효과 불확실, 세수감 대안부족" 우려 =조세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법인세율 인하 등 법인세 감면정책이 경제적 효과가 불확실하고, 세수부담을 지고 있는 고소득자·대기업에게 보다 많은 혜택이 가기 때문에 조세의 소득재분배 기능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법인세 감면으로 인해 경제가 활성화된다는 주장이 뒷받침되기 위해서는 투자유발 및 고용창출효과에 대해 실증적인 분석이 전제돼야 한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한 조세전문가는 "법인세 인하가 투자확대와 세수증대로 연결된다는 주장은 미국 레이건 행정부의 공급주의 경제학에서 래퍼곡선(세율과 세수간의 상관관계)을 이론적 근거로 한다"며 "그러나 래퍼곡선의 실증적 추정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세율인하로 세수가 증대될지 단정하기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법인세 인하는 외국인 직접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인센티브 중 하나의 효과는 있지만, 그것만으로 외자유치가 가능할 수는 없으며, 투자비용, 노사관계, 시장규모, 생활환경 등 많은 고려요소 중 하나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법인세율 인하로 인해 세수감소분을 충당할 대안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최영태 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 소장은 "참여정부 들어 법인세율을 인하했지만 일자리 창출 분야에서 나아진 부분이 없다"며 "법인세 최고세율을 5% 인하할 경우 줄어드는 세수를 무엇으로 충당할지도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조세학자는 "법인세를 깎아서 법인세수가 줄어들게 되면 다른 부분에서 채워야 하는데 현재로선 가능한 부분이 거의 없다"며 "간접세인 부가가치세를 올리기도 어렵고 정부예산을 대폭 줄이는 방법도 실현 가능할지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법인세 과표구간 조정 및 최저세율 인하에 대해서도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한 조세학자는 "현행 과표구간을 1억원에서 2억원으로 상향조정하면 약 2만개의 법인에게 세율인하를 적용하는 효과가 가중된다"며 "13%에서 10%로 인하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법인세율 인하로 얻게되는 수익에 대해 기업들이 재투자를 하지 않고 주주들에게 그 이익을 돌릴 경우에는 투자증대효과를 볼 수 없고, 오히려 조세형평성에도 어긋나게 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 중소기업 최저한세율 인하·R&D지원 확대 필요 =중소기업의 최저한세율을 인하하고, R&D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기업의 투자의욕 제고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는 의견이 높았다.

한 조세전문가는 "현행 중소기업 조세감면제도가 최저한세율로 인해 각종 비과세·감면제도가 의미를 상실하는 경우가 많다"며 "최저한세율을 낮춰주면 정부의 세제지원이 더욱 실효성을 갖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과학기술 분야 연구개발비 지원과 준조세 정비 등에 대해 전문가들은 어려운 경제여건과 기업의 투자의욕을 제고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또 다른 조세학자는 "기업의 연구개발 관련 투자는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핵심요소"라며 "연구개발비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 투자를 지속적으로 유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연구개발비 지원 등 조세감면혜택을 늘리는 것보다 기업에 대한 규제완화 등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특히 준조세 정비에 대해 조세학자들은 기업활동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규제'의 일종이라고 지적한 뒤 필요성 저하로 빈 껍데기나 다름없는 준조세 등은 과감히 정비해 기업활동의 제약요인을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