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전쟁에서 생포된 북한군 “80%는 결심, 한국으로 갈 생각”

조선일보 인터뷰···“나하고 같이 군대 나온 사람들은 다 희생”

러·우 전쟁 속에서 우크라이나군에 붙잡힌 북한군 포로가 한국으로 망명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힘에 따라, 향후 정부의 대응에 눈길이 쏠리는 모양새다.

19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자신을 '정찰총국 소속 병사'라고 밝힌 북한군 리모씨는 해당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미래에 대해 질문을 받고 "80%는 결심을 했다. 우선은 난민 신청을 해가지고 대한민국에 갈 생각"이라고 답했다.

그는 "황해남도 신천이 내 복무 장소다. 평양하고 거리가 가까운데도 군사 복무하는 동안 한 번도 집에 못 가봤다"면서도 지금 북한으로 돌아간다면 여러 가지 고난이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아울러 '본래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었느냐'는 질의에 "(군 제대 후) 대학을 다니려고 했다. 우리 아버지 쪽 친척들이 과학자 집안이어서 나도 공부하려 했다"며 "집이 너무 한심해 고생도 하고, 경제적 타격도 너무 많이 받고, 군대에서 타격받을 일도 많았다"고 한숨 쉬었다.

그러면서 "죽을 고비를 넘어 이제 포로가 됐다"며 "나도 부모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내꿈을 이뤄보고 싶다"고 토로했다. 그는 2015년 북한군에 입대해 정찰·저격병 등으로 복무했다며 곧 제대할 나이(26세)라고 했다.
 


그는 자신의 중대 소속 동기들은 다 희생됐다며 "우리 기(기수)만 여덟 명인가 되는데 다 희생되고 없다. 나 혼자만 남았다"며 "동료 시체를 보니 생각이 많아지더라. (포로로 잡힐까 봐) 자폭했는데 머리통이 없고 상반신이 없다"고 회상했다.

아울러 "(북한에선) 자식이 하나 아니면 둘을 낳는데 거의 다 외아들이다. 그 부모들은 어떻게 하겠나"라며 "내가 중대에서 가장 마지막 전투에 참가했는데, 그렇게 사망자가 날 줄이야"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그는 러·우 전쟁에 참가한 북한군이 한국군과 싸운다는 생각으로 임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부대 내 보위부(북한 정보기관) 출신 사람들이 "근무 통제, 사상 통제를 하면서 전투하기 전 무인기 조종사들이 몽땅 다 대한민국 군인이라 그랬다"고 말했다.

다만 북한에 있을 때는 한국에 대해 많이 얘기를 듣지 못했다며 "음악은 좀 들어봤는데 드라마는 못 봤다. 드라마 같은 경우 잘못 보면 잡혀가니까"라고 덧붙였다.

북한군 포로가 직접 한국으로 귀순 의사가 있음을 밝히면서, 한국 정부가 우크라이나 당국과 이에 대해 협의에 나설지 주목받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해 우크라이나 당국자는 해당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군 포로의 한국행이 가능할지는 한국 정부에 달렸다"고 했다.

이재웅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14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군은 헌법상 우리 국민인 만큼 귀순 요청 시 우크라이나와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한 바 있다.

국가정보원도 지난달 13일 정보위 국회 보고에서 "북한군도 헌법 가치에 의해 우리 국민이기 때문에 포로가 된 북한군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는 관점"이라며 귀순 의사를 밝히면 우크라이나 측과 적극적으로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리씨의 귀순 의사가 언론을 통해 공개되기는 했지만 직접 그의 진의를 확인한 뒤에 우크라이나 측과 협의에 나선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전쟁 포로에 관한 국제법 규정상 북한군 포로를 국내로 데려오는 작업이 순조롭지만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