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상호관세' 각서에 서명…韓 등 FTA 체결국도 대상 가능성

트럼프 “모두에게 공정한 조치, 불만 제기 불가”

美상무 "4월 1일까지 국가별 검토후 시행"

"관세뿐 아니라 환율·비관세 장벽·역외 세금 고려"

美무역적자국 1위 中·2위 EU…한국은 8위

"철강 관세 등 기존 관세와 별도로 부과"

보복관세로 인한 무역전쟁·인플레 재점화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다른 국가들이 미국 수입품에 부과하는 세율과 동일한 수준으로 미국 관세를 인상하는 상호 관세 대통령 각서에 서명했다.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한국, 캐나다 등도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상호 관세 각서에 서명하며 "공정성을 위해 상호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며 "이는 모두에게 공정한 조치이며, 어느 나라도 불만을 제기할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은 "국가별 검토를 4월 1일까지 완료한 이후 이를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가 상대국의 관세뿐 아니라 환율, 비관세 장벽, 역외 세금, 불공정 제한 등도 고려할 것이라고 전했다. 각서는 유럽연합(EU)의 일반적 부가가치세 같은 세금도 무역 장벽으로 간주돼 상호 관세 계산에 포함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FTA 체결로 대부분 관세를 면제한 한국 또한 이같은 이유로 상호관세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평균 관세율을 가진 미국이 오랫동안 무역 파트로부터 불공정한 대우를 받아 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국과 같은 전략 경쟁국, EU, 일본, 한국과 같은 동맹국이든 모두 다양한 방식으로 미국을 이용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미 상무부 산하 경제분석국(BEA)에 따르면 2024년 기준으로 미국의 무역 적자 규모가 가장 큰 국가는 중국(2954억 달러), 유럽연합(2356억 달러), 멕시코(1718억 달러) 순이다. 일본(685억 달러)과 한국(660억 달러)은 각각 8, 9위를 차지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국가 안보 등 기타 이유로 부과한 관세가 이번 상호 관세와는 별도로 적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령 내달 12일부터 시행되는 기존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25% 관세는 이번 상호관세과 별개로 유지된다. 그는 "그것(철강 알루미늄 관세)은 상호 관세 외에 추가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반도체, 자동차, 의약품도 기존 상호 관세보다 더 높은 세율이 적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조치를 통해 무역 불균형을 해소한다는 입장이지만, 이는 동맹국과 경쟁국 모두와의 광범위한 경제적 대립을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조치는 국가별로 다르게 적용되며 각국의 보복 관세 또한 우려되는 상황이다.

유럽연합(EU), 캐나다, 멕시코는 이미 미국의 조치에 대응할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중국은 미국 에너지, 농기계, 대형 엔진 자동차에 대한 보복 관세를 부과하고 구글에 대한 반독점 조사를 시작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미국 경제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관세 인상은 결국 미국 소비자와 기업에 직접적 부담을 지우거나 인플레이션 재점화로 간접적 부담으로 돌아갈 수 있다. AP통신은 "관세 정책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경제 성장을 둔화시킬 위험이 있어, 경제적 권위를 과시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있어 높은 위험이 따르는 도박"이라고 평가했다.

웰스파고는 분석을 통해 "관세는 경제에 약간의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충격을 준다"며 "미국 경제는 2025년 초반까지 상당한 성장 모멘텀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향후 몇 분기 동안 관세로 인한 물가 상승이 실질 소득을 감소시키면서 소비 지출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백악관은 상호 관세를 통해 미국 연방정부의 재정적자를 메꿀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AP통신에 "새로운 관세로 인해 발생할 예상 수익이 1조 9천억 달러 규모의 연방 재정 적자를 상쇄하는 데 일부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