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AI 도입, GDP 최대 12.6% 높여…근로자 27% 대체 가능”

한은, ‘BOK이슈노트: AI와 한국경제’ 발표

“AI 미도입시 2023~2050년 韓 GDP 16.5% 감소 전망”

“여성, 청년, 고학력·고소득층일수록 AI 노출도·보완도 함께 상승…AI, 위기이자 기회”

“韓, AI 준비 지수 165개국 중 15위…선진국 대비 우수한 디지털 인프라·혁신 역량 보유, 준비 잘 되어 있다”

AI 도입은 한국경제의 생산성을 1.1~3.2%, 국내총생산(GDP)을 4.2~12.6% 높일 수 있는 성장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근로자의 24%가 AI로 인해 생산성 혜택을 받겠지만 27%는 AI에 의해 대체되거나 소득이 감소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은행은 10일 발표한 'BOK이슈노트: AI와 한국경제'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의하면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은 최근 들어 전 세계적으로 혁신의 핵심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 중인 한국에서 더욱 중요한 경제적 의미를 지닌다.

보고서는 한국이 노동력 부족, 생산성 둔화, 의료 및 연금 시스템에 대한 부담 증가 등 구조적 도전에 직면해 있는데 AI는 이러한 문제에 솔루션을 제공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봤다. 그러나 AI 전환 과정에서 일자리 대체, 소득 감소, 불평등 심화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고 했다.
모형 시뮬레이션 결과 AI 도입은 한국경제의 생산성을 1.1~3.2%, GDP를 4.2~12.6% 높일 수 있는 성장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이는 고령화와 노동공급 감소로 인한 성장 둔화를 상당 부분 상쇄할 수 있는 수준이다.

AI 도입이 없다면 노동공급 감소로 인해 2023~2050년 동안 한국의 GDP는 16.5%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나 시나리오 3(노동보완+생산성 향상)에서 AI 도입은 이러한 감소 폭을 5.9%로 크게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생산성이 높을수록 AI 도입 비중이 일반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AI 도입에 따른 생산성 증대 효과(회귀분석)는 모든 기업에 보편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대기업과 업력이 긴 기업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기업 간 생산성 격차가 AI 도입 이후 더욱 심화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AI의 노동시장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직업별 'AI 노출도(exposure,)', 'AI 보완도(complementarity)'를 활용했다. AI 노출도는 특정 직업이 수행하는 직무가 AI에 의해 어느 정도 대체 가능한지를 나타낸다. AI 보완도는 직업의 사회적·물리적 속성으로 인해 AI로 인한 직업 대체 위험으로부터 보호받는 정도를 나타낸다.

의사 결정의 중대성 등을 고려할 때 특정 직무는 우리 사회가 AI에 전적으로 의지하지 않고 인간의 감독하에 둘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판사, 외과의사 등의 직무는 설사 AI 노출도가 높더라도 인간이 수행할 가능성이 크다.

'높은 노출도, 낮은 보완도' 직업은 AI가 업무를 대체할 가능성이 크며 이로 인해 낮은 임금, 실직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높은 노출도, 높은 보완도' 직업은 AI를 통해 생산성 향상과 임금 상승의 혜택을 누릴 가능성이 높다.
보고서는 국내 근로자 중 절반 이상(51%)이 AI 도입에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전체 근로자의 24%가 AI로 인해 생산성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높은 노출도, 높은 보완도' 그룹에 속하며 27%가 AI에 의해 대체되거나 소득이 감소할 가능성이 큰 '높은 노출도, 낮은 보완도' 그룹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한은 조사국 고용연구팀 오삼일 팀장, 이수민 과장은 "특히 여성, 청년층, 고학력·고소득층일수록 AI 노출도와 보완도가 함께 상승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해당 계층에게 AI는 위기이자 기회로 작용할 것임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한국은 선진국 대비 우수한 디지털 인프라와 혁신 역량을 보유해 AI 도입에 대한 준비가 잘 되어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AI 준비 지수는 165개국 중 15위이며 주요 선진국보다 높다. 부문별로 보면 '혁신 및 경제통합(3위)', '규제 및 윤리(18위)', '디지털 인프라(18위)'에서 상대적으로 우수하며 '인적자본 활용과 노동시장 정책(24위)' 측면에서는 개선의 여지가 크다고 판단됐다.

오삼일 팀장, 이수민 과장은 "교육 및 재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제고하는 동시에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하는 맞춤형 정책(targeted policies)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