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심판정 첫마디 “자유민주주의 신념 확고”
대통령·국회 측, 각각 서류·영상 증거 설명 이어가
문형배 헌재소장 대행, 윤에 두 가지 질문 던져
윤, 재판 막바지 “선거 공정성에 대한 의문 많아”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3차 변론에 출석해 피청구인 좌석에 앉아있다. [사진 = 공동취재/연합뉴스]
"부정선거 의혹이 음모론이라고 하시고, 계엄 정당화를 위한 것이며, 사후에 만든 논리라고 하셨는데··· 이미 계엄을 선포하기 전에 선거 공정성에 대한 의문이 드는 것이 많이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을 진행한 가운데, 윤 대통령이 심판정에 직접 출석해 변론에 나섰다. 정장과 붉은 넥타이 차림으로 헌재에 출석한 윤 대통령은 이날 재판 막바지 자유발언 등으로 '부정선거 의혹'에 대해 주장했다.
■ 윤, 심판정 첫마디 "자유민주주의 신념 확고"
윤 대통령은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제3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여러 헌법 소송으로 업무도 과중하신데 제 탄핵사건으로 고생하시게 해 재판관님들께 송구스러운 마음"이라고 운을 뗐다.
아울러 "저는 철들고 난 이후부터 지금까지, 특히 공직생활을 하면서 자유민주주의라는 신념 하나를 확고히 가지고 살아온 사람"이라며 "헌법재판소도 헌법 수호를 위해 존재하는 기관인 만큼 재판관님들이 잘 살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4일 헌재 탄핵심판 1차 변론기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의 체포영장 집행 시도를 우려해 불출석했고, 자신이 공수처에 체포된 이후 열렸던 지난 16일 2차 변론기일에도 출석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헌재 탄핵심판 출석을 결정한 데는 지난 19일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가 영향을 끼쳤다는 진단이 나온다.
■ 대통령·국회 측, 각각 증거 설명 이어가
이후 청구인(국회) 측과 피청구인(대통령) 측에서는 각각 서류증거·영상증거에 대한 요지 설명을 이어갔다.
국회 측 법률대리인 김이수 전 헌법재판관은 이날 재판에서 12·3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국무회의의 절차적 흠결 ▲계엄포고령 1호 내용 ▲계엄군 선관위·국회 투입 ▲전현직 정치인·법조인 체포 지시 등에 문제가 있었다며, 재판부에 제출한 증거들에 대해 설명했다.
이에 윤 대통령 측 법률대리인 조대현 변호사는 중앙선관위를 거론하며 '부정선거 의혹'으로 서류증거 요지 진술을 진행했다. 조 변호사는 이날 "국내외 주권침탈 세력에 의한 거대한 선거부정 의혹이 있었는데 이를 제도적으로 해결되지 못해 국가 비상상황이 초래됐다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3차 변론에 출석해 차기환 변호사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 = 공동취재/연합뉴스]
■ 헌재, 윤 대통령에게 두 가지 질문 던져
헌재는 이날 재판에서 윤 대통령에게 두 가지 질문을 하면서 증인 심문에 나섰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우선 윤 대통령에게 "국가 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형성하라는 쪽지를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준 적이 있는가"라고 질의했다.
윤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선포 직후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현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건넸다는 해당 쪽지 내용은, 계엄포고령 1호 내용과 함께 국회·지방의회 등의 정치 활동 전면 금지를 시사하면서 이번 탄핵심판 핵심 증거로 꼽힌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저는 이걸 준 적도 없고, 계엄 해제 이후 한참 있다 언론 기사에서 이런 메모를 봤다"며 "이거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은 국방부 장관밖에 없는데 그때 구속돼 있어서 구체적으로 확인을 못 했다"고 답변했다.
문 소장은 또한 윤 대통령에게 "계엄 선포 이후 이진우 수방사령관이나 곽종근 특전사령관에게 계엄 해제 결의를 위해 모인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적 있으시나"라고 질의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그런 적 없었다고 답했다.
■ 윤, 재판 막바지 "선거 공정성에 대한 의문 많아"
윤 대통령은 이날 재판 막바지 문 소장으로부터 '피청구인 측 할 말 있으신가'라는 질의를 받고 "부정선거 의혹이 음모론이고 계엄을 정당화하기 위한 사후 논리라고 하셨다"면서 "이미 계엄을 선포하기 전에 선거 공정성에 대한 의문이 드는 것들이 많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정선거 자체 색출이 아니라 선관위 전산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스크린해 보라는 것이다. 어떤 장비가 있고 어떤 시스템에 의해 가동되는지"라며 "선거가 전부 부정이라는 음모론 제기가 아니라 팩트 확인 차원이었다는 점을 이해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대국민 담화에서 12·3 비상계엄 선포 사유로 선관위의 전산시스템 점검 등 이른바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다만 선관위 측에서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대통령으로 당선된 선거관리 시스템에 대한 자기 부정"이라고 반박했다.
윤 대통령은 또한 이날 국회 측에서 보여준 비상계엄 당시 서류·영상증거와 관련해서 "군인들이 (국회) 본 청사에 진입했는데 직원들이 저항하니 스스로 나오지 않느냐"라며 "우원식 의장은 국회법에 딱 맞지 않는 신속한 결의를 했다. 그렇지만 나는 그거를 보고 바로 군을 철수시켰다"고도 주장했다.
한편, 법원이 지난 19일 내란 우두머리·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윤 대통령은 구속 피의자 신분으로 수감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헌재는 이날 대통령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을 마친 데 이어, 오는 23일 4차 변론기일 및 다음 달 4일 5차 변론기일 등의 일정을 계획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