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지법 방문한 법원행정처장 "현장 참혹해...심각한 중범죄 사안"

천대엽 "헌법이 정한 사법 절차 내에서 해소돼야"

검찰 "불법 폭력 점거시위는 사법체계 부정한 범죄"

경찰, 차은경 부장판사에 대해 20일부터 신변보호

서울서부지법에 직접 방문해 파손된 현장을 둘러본 천대엽 대법원 법원행정처장은 "TV를 통해 본 것보다 열 배 스무 배 참혹하다. 참으로 참담한 심정"이라며 개탄했다.

천 처장은 19일 오전 서부지법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가 30년간 판사 생활을 하면서도 이와 같은 상황은 예상할 수도 없었고 또 일어난 바도 없다"고 이같이 밝혔다.

천 처장은 이어 "현장을 둘러본 결과 법원 1층은 물론 그 위층까지 피해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것은 우리 법치주의에 대한 전면적인 부정 행위이자 형사상으로 보더라도 심각한 중범죄에 해당하는 그런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천 처장은 "저희가 밤을 세워서라도 가급적이면 많은 불편을 국민에게 드리지 않게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모든 것은 헌법이 정한 사법 절차 내에서 해소돼야만 우리나라를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법원에 난입한 지지자들은 법원 청사 1층뿐 아니라 5, 6, 7층 등 법관 등이 일하는 구역까지 침입해 기물을 파손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1은 판사실이 자리한 법원 7층에 핏자국도 발견됐다고 전했다.

천 처장은 서부지법을 방문한 이후 이날 오후 12시쯤 서울시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을 찾아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차장)과 불법 폭력 시위 재발 방지 대책과 관련한 논의를 했다.

검찰은 서부지법 난입 폭동 사태와 관련해 전담수사팀을 구성해 엄정 대응하기로 했다. 대검찰청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어젯밤부터 오늘 새벽 사이에 서부지법과 인근에서 자행된 불법 폭력 점거시위는 법치주의와 사법 체계를 전면으로 부정하는 매우 중대한 범죄"라며 "서울서부지검에 전담팀을 구성해 엄정 대응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전담팀은 신동원 서부지검 차장검사를 포함해 검사 9명 규모로 꾸려진다. 검찰은 "주요 가담자들을 전원 구속 수사하는 등 경찰과 긴밀히 협력해 엄정하게 수사를 진행하는 한편 중형을 구형하는 등 범죄에 상응하는 처분이 내려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청은 이날 새벽에 발생한 난입사태 직후 각 시·도 경찰 지휘부가 참여한 긴급 화상회의를 열고, 불법 집회에 엄정 대응을 주문했다. 경찰은 지난 18일부터 19일까지 서부지법 앞에서 집단 불법행위를 벌인 86명을 연행해 18개 경찰서에 분산 조사 중이다.

경찰은 영장을 발부한 서울서부지법 차은경 부장판사에 대해 20일부터 신변보호에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