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측 "수사권 없는 공수처 체포영장 '불법'"…민주 "'내란종식' 첫걸음"

공수처, 30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체포영장 청구
尹 측 의견서 제출…수사권 없는 공수처 체포영장 청구, 각하 주장
민주 "내란죄 단죄, 국가 혼란 잠재우려면 강제 수사 피할 수 없어"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공조수사본부가 30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하자 윤 대통령 측은 내란죄 수사 권한이 없는 공수처가 청구한 체포영장은 불법이라는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을 대리하는 윤갑근 변호사는 이날 오후 서울서부지법에 체포영장 청구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했다.

윤갑근 변호사는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오늘 오후 1시 30분에서 2시 사이 서울서부지법에 체포영장 청구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홍일 변호사와 함께 변호인 선임계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법상 수사 권한이 없는 공수처가 체포영장을 청구한 것은 불법이므로 각하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윤 변호사는 "직권남용죄와 비교하면 내란죄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중대 범죄인데, 그런 가벼운 범죄를 갖고 내란죄 관련성을 주장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맞지 않는다"며 "꼬리에 대한 권리가 있다고 몸통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해괴한 논리"라고 했다.

또 윤 대통령에게 국헌 문란의 목적이나 폭동이 전혀 없었으므로 범죄 혐의의 상당성(타당성)이 없고, 비상계엄은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이라고도 주장했다.

윤 변호사는 윤 대통령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서 지시를 내렸을 뿐, 일선에 있는 군과 경찰 관계자들에게는 현장 상황 파악 내지는 격려 차원에서 전화했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에 더해 "일반 형사 사건에서도 당사자와 논의해 일정을 감안해서 출석을 요구한다"며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가 없음에도 체포영장을 군사작전 하듯 심야에 청구했다"고 밝혔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신변 안전이나 경호 문제 등에 대한 협의·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소환이 이뤄졌으므로 출석 요구에 응할 수 없었다는 취지다. 수사기관의 난립 속에 중복 소환 또한 출석 요구에 불응한 이유 중 하나로 지적했다.

경찰과 공수처 등으로 꾸려진 공조본은 이날 오전 0시 서울서부지방법원에 형법상 내란죄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청구된 건 헌정사상 처음이다. 공조본은 체포영장과 함께 수색영장도 청구했다. 체포영장 청구서는 공수처의 차정현 부장검사 명의로 작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특별수사단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검사가 체포영장과 수색영장을 청구했다"며 "윤 대통령이 출석 요구에 불응했기 때문에 청구한 것으로 보면 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 측에서 공수처에는 수사권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수사가 이뤄져왔다"면서 "입장에 대해 반박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고 답했다.

공수처는 지난 18일, 25일에 이어 사실상 최후통첩성 출석 요구였던 29일까지 세 차례에 걸쳐 윤 대통령 측에 출석 요구서를 보냈으나, 윤 대통령 측은 이에 불응했다. 이번 체포 영장 청구는 여러 차례 공수처의 소환 조사 불응에 따라 이뤄진 조치로 풀이된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공수처가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한 것에 대해 "내란 수괴 체포와 강제 수사는 내란 종식과 일상회복의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민수 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을 내고 "내란수괴 윤석열이 계엄 선포에 법적·정치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고 밝혀놓고 계속해서 수사기관 소환에 불응해 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 대변인은 "내란죄를 단죄하고, 내란으로 인한 국가적 혼란을 잠재우려면 강제 수사를 피할 수 없다"며 "대한민국의 헌정질서와 국민의 일상을 송두리째 무너뜨리려고 내란을 일으켜놓고 나라야 어찌 되든 자신의 안위만 살피는 무책임한 태도를 용인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민이 하루빨리 내란의 공포에서 벗어나게 해달라"며 법원에 신속한 결정을 내려 달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