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야당 주도로 상설특검 수사 요구안과 일반 특검법안의 제정이 동시 추진되는 상황에서 '계엄 선포 관련 법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고 한 윤 대통령을 거부권의 딜레마에 놓이게 하여 압박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수사요구안'으로 명명되는 '내란 상설특검안'은 재석 287명 중 찬성 209명으로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상설특검안은 위헌·위법적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헌법이 국회에 부여한 계엄 통제 권한을 무력화하는 등 내란을 총지휘한 혐의로 윤석열 대통령을 수사 대상에 올렸으며, 비상계엄 선포를 윤 대통령에게 건의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도 수사 대상에 올렸다.
이와 함께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과 비상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 한덕수 국무총리와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도 수사 대상으로 적시했다.
상설특검 후보추천위는 법무부 차관, 법원행정처 차장, 대한변호사협회 회장과 민주당, 조국혁신당·진보당(국민의힘 몫)이 2명씩 추천한 위원 등 총 7명으로 구성된다.
윤 대통령은 후보추천위에 곧바로 2명 특별검사 후보자 추천을 의뢰해야 한다. 후보추천위는 의뢰를 받은 날부터 5일 이내에 재적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2명의 후보자를 대통령에게 추천하고, 대통령은 추천을 받은 날부터 3일 이내 추천된 후보자 중 1명을 특검으로 임명해야 한다.
상설 특검은 국회 본회의에서 수사요구안이 의결되고 대통령이 임명만 하면 가동되는 만큼 별도 특검법 제정이 필요 없다. 따라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 대상이 아니다.
윤 대통령이 야당이 추천한 상설특검을 임명할지는 미지수다. 대통령이 특검을 임명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상설 특검의 '허점'으로 지목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상설특검 추천을 의뢰하지 않거나 임명하지 않는 경우엔 헌법과 법률이 정한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또다른 탄핵 소추 사유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상설특검 수사요구안이 전날 국회를 통과한 것과 관련해 "(상설특검 임명을) 대통령이 지연하거나 회피하면 탄핵 사유가 추가될 것"이라고 했다.
일반 특검의 경우 개별 사안에 대한 특검법에 따른 특검을 말하는 것으로, 해당 특검을 도입하기 위해 법률을 제정해야 하므로 국회에서 개별 특검법을 발의해 통과시키더라도 대통령이 해당 법안에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가 가능하다.
일반 특검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려면 국무위원들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해야 한다.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해 계엄 선포에 관여한 국무위원들이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고, 대통령이 이를 재가하게 된다면 국민의 반발을 사게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앞서 윤 대통령은 긴급 대국민담화를 통해 "내란죄를 만들어 대통령을 끌어내리기 위해 수많은 허위 선동을 만들어내고 있다. 도대체 2시간짜리 내란이라는 것이 있나. 질서 유지를 위해 소수의 병력을 잠시 투입한 것이 폭동이란 말인가"라고 반문하며 계엄 목적이 거대 야당의 '권한 남용'을 막고, 대통령 고유의 통치 행위 범위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정당성을 피력했다.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와 관련해서 법적 정치적 책임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다고 이미 말씀드린 바 있다"며 "대통령 취임 이후 지금까지 단 한 순간도 개인적인 인기나 대통령 임기 자리 보존에 연연해 온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날 '윤석열 정부의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으로 명명된 특검 법안은 재석 283명 중 찬성 195명으로 가결됐다.
특검 추천 주체에서는 여야가 배제됐다. 대신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변협) 회장, 한국법학교수협회장이 1명씩 추천하고 대통령이 이들 3명 중 한 명을 임명하게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