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브리핑룸까지 따라가 계엄 '만류'했는데도 무시했다"

조태용, 반대 의사 표명했으나 尹 국무회의 후 계엄 선포 강행
檢, 조규홍 장관 소환조사…계엄 국무회의 참석 11명 중 첫 조사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전 일부 국무위원들이 브리핑룸 앞까지 따라가 만류했는데도 계엄 선포를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중앙일보가 복수의 소식통에 의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국무회의에 잠시 참여한 동안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면전에서 가장 명확하게 반대 의사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장관은 "(계엄 선포는) 우리 외교에 미칠 영향은 물론이고, 지난 70년 간 우리나라가 쌓아온 성취를 한꺼번에 무너뜨릴 수 있을 만큼 큰 파장을 일으킬 문제이니 재고해 달라고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무시하고 자리를 이동했다.

조 장관은 이에 그치지 않고 브리핑룸으로 향하는 윤 대통령을 따라가 또다시 계엄은 절대 안 된다는 취지로 만류했지만 윤 대통령이 이 역시 무시하고 브리핑룸으로 들어가 곧바로 계엄을 선포했다.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직전 이뤄진 심야 국무회의는 개의 및 폐회 선언이나 안건 상정, 부서(서명 절차) 등 핵심적인 절차들이 생략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회의 참석 및 배석자는 윤석열 대통령, 한덕수 국무총리,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조태열 외교부 장관, 김영호 통일부 장관, 박성재 법무부 장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조규홍 복지부 장관,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이다.

윤 대통령이 회의에 참석한 시간은 2~3분에 불과했고, 국무회의가 끝난 뒤 일방적으로 계엄을 선포하겠다고 통보한 뒤 자리에서 일어나 10시 23분경 긴급 대국민담화를 시작해 28분경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국무위원 전원이 반대나 우려를 표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통령 앞에서 '명시적'으로 계엄에 반대한다고 표현한 국무위원은 손을 들어보라고 하자,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조태열 외교부 장관 두 사람만 손을 들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지난 5일 국회에서 "(3일 밤) 10시 17분께 국무회의 말미에 도착해 10시 45분께 회의실에서 나왔다"며 "국무회의에 도착했을 때 이미 토론이 진행 중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조 장관은 "나는 (계엄 선포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는데, 바로 윤 대통령이 이석해 더 충분하게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기회가 제한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계엄 선포가 위법·위헌이라는 데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동의한다"고 답했다가 자신이 판단할 사항이 아니라고 한 발짝 물러서기도 했다.

국회 본회의 증언 등을 종합하면, 윤 대통령이 당시 국무회의를 법률상 계엄 선포에 필요한 요식행위 정도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높고, 국무위원들이 이를 저지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

계엄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 11명에 대한 줄소환이 예정된 가운데, 이들이 어느 정도로 '저항'했는지가 사법 처리 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형법상 내란죄는 "부화수행(附和隨行)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부화수행'은 내란 모의에서 줏대 없이 다른 사람의 주장에 따라 행동했다는 뜻이다.

앞서 1979년 12·12 군사반란 가담 혐의로 기소된 이희성 계엄사령관(육군참모총장) 등이 "전두환의 전권을 막을 힘이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했지만, 법원은 "하료(하급 관리)와 달리 피고인들처럼 지위가 높고 책임이 막중한 공직자에겐 이런 변명이 용납되지 않는다"며 이같은 주장을 배척했다.

다만 이희성은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이번에 국무회의에 참여한 국무위원들과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는 해석도 나온다. 계엄을 막지 못한 것을 행동으로 좇는 부화수행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국무위원들은 국회 등에서 사후적으로 당시 국무회의 상황과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지난 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걸(계엄을) 해야 된다고 찬성한 사람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면서 "저도 똑같은 입장이었다. 여러 가지 의견, 우려를 전하고 이야기를 다 했다"고 밝혔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옆 분에게) 계엄이란 말을 듣고 너무 놀라서 정말 정신이 없었다. '말도 안 된다, 막아야 한다'고 얘기를 했다"고 말했지만, 당시엔 대통령이 없었다고 했다. 또 "바짓가랑이라도 붙잡고 몸으로라도 막을 수 있는 상황이 안 됐다"고 덧붙였다.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은 국회에 제출한 답변서를 통해 "비상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늦게 도착해 충분한 의견을 개진하기 어려웠으며, 비상계엄 선포가 민생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한편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12일 오전 조규홍 복지부 장관을 소환했다. 계엄을 심의한 국무위원 가운데 이번 사태로 소환된 첫 국무위원이다.

검찰은 조 장관을 상대로 비상계엄 선포 관련 사실을 언제 알게 됐는지, 선포 전 열린 국무회의에서 어떤 논의가 오갔고, 형식적 요건을 갖췄는지, 전공의 관련 내용이 포고령에 포함된 경위는 무엇인지 등을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조 장관을 시작으로 다른 국무위원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