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하야 대신 탄핵, 법률대응 나선 듯…與 "이제 대통령 설득의 시간"

윤석열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사태로 내란죄 피의자로 입건되고, 검찰과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경쟁적으로 비상계엄 사태 수사에 나선 가운데 검사장급 변호인 선임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에 대한 강제수사와 향후 탄핵 심판에 대비해 법률대리인단을 구성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대통령 측은 김홍일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포함해 친분 있는 법조인들을 중심으로 변호인단 구성을 타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 정부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실 행정관 출신 A 변호사, 또 다른 중견 법무법인 등도 사건 수임을 제안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 정부 세 번째 방통위원장을 지낸 김 전 위원장은 올해 10월 법무법인 세종에 복귀했다가 최근 사직 의사를 전달했다.

'비상계엄 사태'를 주도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전날 구속되고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이 긴급 체포되면서 검·경·공수처의 수사망은 윤 대통령을 향해 좁혀오고 있다.

또 출국 금지 조치까지 내려진 상황이어서 향후 다수 사정기관 수사에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처로 풀이된다.

탄핵안이 가결될 경우 박근혜 전 대통령이 헌재에서 탄핵 결정이 내려진 후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됐던 것과 비교할 때 윤 대통령 측이 수사와 탄핵을 동시에 방어해야 하는 이중고에 직면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탄핵 반대 당론을 냈던 여당 내 현재 상황은 만만치 않다. 앞선 1차 탄핵안 표결에서는 국민의힘이 탄핵 반대 당론을 정해 대다수 의원이 표결에 불참했지만, 탄핵 찬성 입장을 밝힌 의원들이 5명으로 늘어나면서 추가 이탈표 가능성이 커지는 분위기다.

이날 김재섭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탄핵에 찬성해 줄 것을 촉구했다. 지난 7일 본회의 표결에서 안철수·김예지 의원은 찬성표를 던졌고, 조경태 의원은 윤 대통령이 즉시 하야하지 않는다면 14일 표결에서 찬성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앞서 국민의힘 국정안정화 태스크포스(TF)는 전날(10일) '2월 퇴진·4월 대선' 또는 '3월 퇴진·5월 대선'이라는 정국 수습 로드맵 초안을 마련했다.

이양수 국민의힘 국정안정화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TF는 어제 안을 만들어서 지도부와 의원총회에 보고했고, 지도부는 의원총회에서 다양한 의견까지 다 들었다", "이걸 가지고서 지도부에서 대통령실을 설득하는 일이 남았다"고 말했다.

이어 "설득의 시간이 오늘 하루로 끝날지, 내일로 이어질지는 모르겠다"면서 "2·3월에 퇴진하고 4·5월에 대선을 치르는 안이 탄핵보다 훨씬 빠르고 명확하기 때문에, 그리고 국민적 혼란을 줄임으로써 서민들의 어려움을 덜 가중하려면 이 안(하야)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하야보다 탄핵안이 가결될 경우 헌법재판소에서 법리 다툼을 벌이겠다는 생각이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종혁 최고위원은 이날 SBS라디오에서 "(윤 대통령이)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으나 개인적으로 용산 관계자들과 접촉한 바에 따르면 '어떤 경우든 하야는 없다, 자진해서 내가 물러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은 윤 대통령이 하야 대신 탄핵 심판에 대비할 것이라는 관측에 "대통령의 뜻이 확인된 바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