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총재 "계엄 사태 없던 상황까지 가는 데 천천히 걸릴 것"
KB證 "경기는 정치요인보다 글로벌 경기 흐름에 연동"
LS證 "탄핵 가능성 등 정치 상황 따라 경제에 영향 달라"
李 총재 "국내 정치 상황보단 美 차기 정부 경제 정책이 더 큰 영향 줄 것"
◆…자료 : 구글 환율 및 주가 정보
지난 3일 밤 비상계엄이 선포되면서, 1410원대의 달러환율이 1440원까지 치솟았다. 한국 시장이 불안하다고 판단한 외국인이 원화를 팔고 해외로 빠져 나갔기 때문이다. 다음날 아침 문을 연 주식시장도 전날 46포인트(p)나 올랐던 상승세가 꺾이면서 36p 하락 마감하는 등 시장의 불안을 키웠다.
정치적 불안 요인이 곧바로 경제에 커다란 영향을 주는 모습이 나타났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 은 정치적 요인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과 전망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5일 오전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한 긴급 거시경제·금융시장 점검 회의(F4회의)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계엄 사태가 6시간 만에 해제됐기 때문에 그 동안 큰 폭 환율이 급격히 떨어졌지만, 계엄 사태 이전 상황까지 환율이 내려가는 데는 시간이 천천히 걸릴 것"이라고 언급했다.
단기적인 영향은 불가피하지만, 서서히 기존 경제흐름을 회복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증권시장 경제 전문가들도 큰 틀에서 이 총재의 판단과 크게 다르지 않은 분석들을 내놓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5일 점검회의를 갖고 계엄 이전 상황 회복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 공동취재단]
KB증권 권희진 연구원은 이날 경제분석보고서에서 "경제 펀더멘털은 정치불안보다는 글로벌 경기의 영향이 더 주요하다"면서 "과거 국내에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극대화된 사례인 2003~2004년과 2016~2017년에도 성장률 추이가 정치요인보다 글로벌 경기 흐름에 연동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라고 정치적 불안 요인이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권 연구원은 비상계엄 다음 날 글로벌 신용평가 회사인 S&P가 한국 신용등급에 미치는 실질적인 영향이 없다고 언급한 사례를 들기도 했다.
다만 권 연구원은 "경제주체, 특히 소비자의 심리에는 영향이 있을 수 있다"면서 "과거 사례를 다시 보면, 2016년 10월 말부터 소비심리가 하강하다가 이후 정치 불안이 완화되면서 본격적으로 개선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현재의 불안정한 상황이 경제심리에는 부담을 줄 것으로 관측이다.
하나증권 이재만 연구원도 "외국인 자금 이탈로 원화 약세가 불가피하나 정부의 유동성 공급이 환율 상승의 상단을 제한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주식시장에 대해서도 "단기 변동성이 확대하는 국면이고 수출 및 기업실적 등 펀더멘탈도 약한 상황"이라면서 "과거 2016~2017년 상황을 적용시 이번 정치적 불안은 내년 1분기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단기적 투자심리에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했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단기적 변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중장기적 흐름은 거시 경제 흐름을 따라갈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앞으로 탄핵 추진 등 정치적 일정과 변화에 따라 경제 상황도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LS증권 하장권 연구원은 과거 노무현 대통령 탄핵 정국과 박근혜 대통령 때를 비교하면서, 국민들의 탄핵 반대가 높았던 노무현 대통령 탄핵 때에는 외국인이 꾸준히 매수세를 이어가는 등 단기적 이벤트로 그쳤지만, 박근혜 대통령 때는 탄핵확률을 높게 점치면서 불확실성이 지수의 하락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하 연구원은 "지금이 과거 사례와 가장 다른 점은 경제 펀드멘탈이 부진하다는 것이고, 주식시장의 경우 2400선에서 지지선이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야권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을 발의한 5일, 이틀 연속 하락세를 보인 코스피 지수는 2441.85로 마감하면서 이틀 동안 58.25포인트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후 3시 30분 기준 급변하는 정치 상황에 대한 경계감이 반영되면서 전장 대비 5.00원 오른 1,415,10으로 장을 마쳤다. 종기 기준 연고점을 이틀 연속 경신했다.
한편 이창용 총재는 정치 분열이 거시경제 및 금리 정책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결정적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국내 상황보다는 미국 차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경제 정책이 더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관측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 신정부가 들어서면서 경제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갈지, 수출 모멘텀이 주요국과의 경쟁 관계 속에서 어떤 영향을 받을지 등 중장기적 요인이 오히려 전망을 바꾸는 데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어느 방향으로 갈지는 아직 예상하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