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다잉을 위한 준비…'유언장 쓰기'

유언장, 사랑하는 이들에게 전하는 마지막 메시지

미국 시민 56%가 유언장 작성…반면, 한국은 0.5% 미만

재산상속뿐 아니라, 가치관·신념·삶의 교훈 후대에 전하는 수단

서기 79년, 폼 페이 시민들은 베수비오 화산의 폭발로 한 순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화산 폭발 당시 폼 페이 인근 미세눔에 살고 있던 소 플리니우스(당시 18세, 작가)는 역사가 타키투스에게 보낸 편지에서 가스와 먼지(화산재)가 땅을 휩쓸고 지나가면서 모든 것을 집어 삼켰다고 처참했던 상황을 전했다.

로마 시민들은 전성기의 화려하고 풍요로운 일상이 언제까지나 지속될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 잘못이었음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1980년 5월 18일, 미국 워싱톤 주 세인트헬렌스산이 폭발하였다. 이 사고로 인근에 있던 시민 50여명 이상이 사망하였다. 9시간 동안 카메라에 잡힌 현장은 아수라장이었다.

고고학자와 과학자들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내부온도가 590도에 달하는 가스와 먼지가 시속 480km속도로 반경 80km를 휩쓸어 버렸다.

우리는 현실의 삶에 집중하며 일상을 이어간다. 연로하거나 지병으로 고통을 겪는 상황이 아니라면 죽음은 멀리 있는 일로 여긴다.

위에서 든 사례들은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죽음은 과거나 현재 어느 시점에나 예기치 않게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어느 저명한 정치가에게서 들은 이야기이다.

가까운 친구가 상을 당하여 조문을 갔는데 가족들이 넋을 놓고 있었다고 한다. 가족들은 고인이 남긴 메모 한 장 발견하지 못하자 슬픔이 배가되는 것 같다았다고 그 정치가는 말했다.

그때 그는 잘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죽는 것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이후 그는 죽음을 잘 맞이하기 위한 운동의 일환으로 연명의료의향 제도를 주도적으로 만들었다. 정계에서 물러난 현재 그는 웰다잉문화운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죽음에 대비하는 준비는 유언장 쓰기부터 시작된다고 힘주어 말한다.

유언장은 삶의 마지막 메시지이다. 유언장 작성은 삶을 정리하고, 사랑하는 이들에게 메시지를 전하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

미국에서는 시민의 56%가 유언장을 작성하는 반면, 한국에서는 그 비율이 0.5% 미만에 그치고 있다. 이는 우리 사회가 죽음에 대해 얼마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유언장은 단순히 재산 상속을 위한 것만이 아니다. 자신의 가치관, 신념, 삶의 교훈을 후대에 전할 수 있다.

또 재산의 일부를 공익재단에 기부하게 함으로써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통해 존엄한 죽음을 선택할 수 있고, 장기기증 의사를 밝힘으로써 타인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줄 수 있다.

삶에 대한 자기 결정권이 중요한 만큼, 죽음에 대한 자기 결정권 역시 중요하다.

유언장 작성은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도구가 될 수 있다. 특히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현재, 행복한 죽음을 스스로 결정하는 것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죽음은 삶의 자연스러운 일부분이다. 우리는 죽음에 대해 더 열린 자세로 준비해야 한다. 유언장 작성은 그 첫 걸음이 될 수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사랑하는 이들에게 마지막 선물을 남기고, 우리의 삶을 의미 있게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