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잘 날 없는 우리금융…회장에 이어 행장까지 사퇴압박

2024년 금융분야 국감장서 쏟아진 우리금융 내부통제 부실 질타

유영하 국힘 의원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금감원에 보고 안 해”

이복현 금감원장 "현 경영진의 외형확장 중심 경영 잠재리스크 감당 여부 점검 필요"

임종룡 회장 "조직 안정·내부통제 강화·기업문화 혁신 등 힘써"...사실상 사퇴 거부

조병규 행장, 올 실적 호조에도 대형 금융사고가 발목 잡아...연임 가능성 낮아져

2024년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분야 국정감사의 최대 이슈는 우리금융그룹의 대규모 금융사고, 특히 임종룡 회장 취임 이후 1년 3개월 기간 동안에만 그룹 4개 계열사에서 총 9건(사고금액 약 142억원)이 발생한 점을 놓고 임 회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에 대한 사퇴압박이었다.

지난 10일 열린 국회 정무회 금융위원회 국감에서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출석한 임종룡 회장을 향해 "요즘 금감원과 우리금융의 관계가 상당히 묘하다. 이복현 금감원장과 (우리금융의) 관계 회복이 가능한 상태가 아닌 것 같다"고 운을 뗐다.

이어 "우리은행에 대한 금감원 조사 결과로 이사회에서 임 회장의 연임 여부를 결정하는 데에 사용하겠다고 밝혔고, 임 회장의 자진사퇴설도 나오고 있는데 들은 게 있느냐"고 물은 뒤, "이게 언론에서는 이복현 원장에서 비롯된 신(新)관치라고 한다. 그리고 임 회장이 괘씸죄에 걸렸다고도 한다"고 했다.
 

"잘못 있으면 자진사임하나?"...임종룡 "제 잘못 있으면 책임질 것"

이 의원은 "우리은행 사태는 정권의 금융기관 인사개입 사태"라면서 "연임 문제를 고심하던 전임 손태승 회장을 주저 앉혔고,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을 그 자리에 앉히는데 이 원장이 상당한 영향력을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에는 이 원장이 임 회장을 내몰고 있다"며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을 전임이 아닌 현 경영진에 묻고, 부당대출과 관계없는 ABL생명과 동양생명 등 사안까지 거론하면서 사퇴를 압박한다. 여기에 더해 담당 국장을 불러 임 회장을 못 내보내면 우리가 옷 벗어야 한다고 말하는 등 뒷말이 무성하다"고 언급했다.

이 의원은 급기야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과 관련해 잘못이 있으면 자진사임하겠나?"라고 물었고, 이에 임 회장은 "신뢰를 떨어뜨린 점에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며 "제가 잘못해서 책임져야 할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답변해 국감장은 긴장감이 흘렀다.

임 회장은 이와 함께 "지금은 조직의 안정, 내부통제 강화, 기업문화 혁신 등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라며 밝혀 사실상 사퇴 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했다.
 

금감원장 '관치 인사개입' 비판에...임 회장 "인사개입 아니다"

이 의원은 금융당국이 우리금융에 대해 '관치'를 하고 있다는 점도 따져 물었다.

그는 "이 원장이 특정 금융회사 인사에 이렇게 깊이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 맞다고 보느냐? 아님 부적절하다고 보느냐?"고 물었고, 임 회장은 "인사개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자 이 의원은 "하지만 (임 회장은) 이 원장이 깔아놓은 판에 올라탔고,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형국"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임 회장은 "최근 (이복현) 금감원장의 우리금융 언급은 부당대출 사건을 계기로 해서 기업 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내부통제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면서 "이에 대해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밝혔다. 이 원장의 질타가 '관치'가 아닌 우리금융 경영진의 각성과 쇄신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이해한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임 회장은 우리은행 전임 회장의 부당대출, 또 다른 계열사의 금융사고와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같은 당 이정문 의원도 "우리은행 금융사고는 우리금융 전체 신뢰를 바닥에 떨어뜨리는 중대한 문제"라며 "유독 우리은행에서 금융사고가 끊임없이 발생되는 원인은 무엇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에 임 회장은 "복합적 이유가 있는데 먼저 금융이 갈수록 복잡하고 디지털화 되어 가는데 내부통제 시스템이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 두 번째는 기업문화가 윤리를 바탕으로 서야 되는데 아직까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이 두 가지 문제 해결이 사고의 재발을 방지하는 일이 될 것"이라며 "절벽에 서 있다는 심정으로 우리금융에 대한 내부통제, 기업문화를 바꿔나가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임 회장은 우리금융 내 심각한 파벌문화로 인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엔 "우리은행은 통합은행의 성격, 오랫동안 민영화되지 못한 그런 문제 때문에 분파적이고 소극적 문화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런 음지의 문화를 없애야만 우리금융이 바로 설 수 있다는 생각으로 기업문화를 혁신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금융 회장 권한·기능 조절 필요...지주회장 인사권 대폭 축소

임종룡 회장은 '내부통제 부실 문제' 질의에 대해 "결코 손태승 전임 회장 등을 비호하거나 사건을 은폐하거나 축소하거나 이런 일은 하지 않았고 할 이유도 없다"며 "이번 사건의 한 원인이 된 회장의 권한과 기능 조절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지주회장 인사권을 대폭 축소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그룹사 전 임원의 동의를 받아 친인척에 대한 신용 정보를 등록시킬 것"이라면서 "그럴 경우 대출 취급 시 처리 지침을 마련하고, 이후 적정성 검토 등 엄격한 관리 프로세스를 진행하겠다"고 약속했다.

현재 시중은행 중 어디서도 임원의 친인척 개인정보까지 관리하는 곳은 없다. 하지만 임 회장이 이 같은 관리방침을 국감에서 밝힌 것은 그만큼 우리금융 사태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음을 나타낸 것이란 평가다.

이와 함께 경영진에 대한 견제·감독을 강화하기 위해 사외이사만으로 구성되는 윤리 내부통제위원회를 신설해 운영함은 물론, 그룹 회장의 권한과 기능을 축소하기 위해 자회사 임원 선임과 관련한 회장과의 사전 합의제도 폐지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임 회장은 "사외이사만으로 구성되는 윤리 내부통제위원회를 신설하고자 한다"면서 "그 직속으로 외부 전문가가 수장이 되는 윤리경영실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여신 감리조직을 격상하고 부적정 여신에 대한 감시 제도 및 내부자 신고 채널을 강화해 내년부터 시행하겠다"고 했다.

이와 함께 전 계열사의 이상 거래에 대해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과 이를 근본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 기업문화를 혁신을 위해 신상필벌 등 총력을 기울이겠다고도 강조했다.
 

사건 축소·은폐 및 금감원 미보고 지적엔...임 회장 "그렇게 할 이유 없다"

임 회장은 전임 회장 친인척 관련 부정대출과 관련해 사건이 축소되거나 덮거나 책임이 당사자는 빠지고 타인에게 전가되거나 금감원 보고가 빠진 게 있냐는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엔 "사태를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1차 (자체)조사 결과에 따라 은행 내 관련자를 중징계하고, 이도 부족해 2차 조사를 5월부터 시행했다"고 답했다.

이어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책임지고자 한다"며 "결코 전임회장 등을 비호하거나 사건을 은폐 또는 축소하거나 하는 일은 하지 않았고 할 이유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고 금감원의 검사도 지속되고 있어 정확한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고 성실히 협조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도 우리은행이 부당대출을 인지하고 감사를 진행했는데도 금감원에 보고하지 않은 것에 대해 문제점이 있다고 비판했다.

유 의원은 "우리은행과 금융감독원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부분이 금융사고 보고와 비공시 부분이지만 해당사건은 인지 시점부터 보고할 사안이라고 저는 판단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해당여신에 대해 우리은행은 2023년 9월 인지하고 올해 1~3월 자체감사를 하고 1차 감사를 통해 임 모 전본부장의 징계조치를 확정했다. 현 임종룡 회장에서 보고한 것은 2024년 3월 18일"이라면서 "최초 인지, 감사까지 하고 회장에게 보고하는 데 소요된 기간이 5개월 정도"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유 의원은 "손태승 전임 우리금융 지주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은 여신시스템에 문제가 많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며 "아울러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조병규 우리은행장 연임 여부 불투명...31일 이사회에서 결정될 듯

조병규 우리은행장의 향후 거취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임 기간 중 성과만 놓고 본다면 연임 가능성이 높지만 그간 연이어 터져나온 우리은행의 대규모 금융사고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평가다.

우리금융지주 이사회는 오는 31일 자회사대표추천위원회(자추위)를 열고 조 행장의 연임 여부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손태승 전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사태에 따른 내부통제 부실 책임론에 연임은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따라서 회의에서 만약 조 행장의 연임에 반성하는 의견이 많을 경우 우리금융은 조 행장을 제외한 후보들을 대상으로 한 롱리스트가 추려지면서 본격적인 차기 은행장 선임 작업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 주력사인 우리은행은 올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지배지분 기준)은 2조524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2% 증가했다. 누적 순영업수익은 전년 동기 대비 7.1% 늘어난 6조6110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비이자이익 부문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우리은행의 비이자이익은 9789억원으로 전년 동기(5579억원) 대비 무려 75.4%나 급증했다.

다만 경쟁사인 신한은행 3조1028억원, 하나은행 2조7808억원, KB국민은행 2조6179억원에는 다소 뒤쳐지는 실적으로 조 행장이 올해 목표로 제시한 '당기순이익 1등' 달성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예전과 비교하면 그 차이가 상당히 좁혀든 셈이다.

이 같은 우수한 경영성과에도 불구하고 각종 대형 금융사고가 조 행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전임 회장 부당대출 건 등 올해에만 3건의 대형사고가 터져 나온 게 결정적인 이유다. 특히 금융당국은 우리은행이 손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사건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늑장보고 한 점, 즉 은폐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2023년초 취임한 임종룡 회장이 취임사에서 '새로운 기업문화 수립'을 강조하며 내부통제 등 조직에 부족한 점이 있거나 잘못된 관행이 있는 분야는 과감한 혁신을 지속하겠다고 공헌했지만 취임 후 세 건의 횡령사고로 결국 공염불에 그쳤다는 평가도 나온다.

금감원에 의하면 임종룡 회장 취임 이후인 2023년 3월 24일~2024년 6월 20일까지 1년 3개월 기간 동안에만 발생한 금융사고는 4개 계열사에 총 9건(사고금액 약 142억원)이나 된다.
 

금융당국 고강도 압박도 부담...이복현, 경고성 발언도 나와

금융당국의 압박의 수위가 높아지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달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에 대한 사전검사를 마무리하고 지난 2일부터 정기검사에 돌입했다. 이는 내년 하반기 예정이었던 정기검사를 1년 앞당겨 실시하는 것이다.

종합검사의 성격을 갖는 만큼 은행검사국 및 관련부서 검사인력이 대규모 투입될 예정이며 내달 8일까지 마무리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에 더해 지난 29일 이복현 금감원장은 임원회의를 통해 우리금융에 대한 경고성 발언을 했다.

이 원장은 "우리금융의 내부통제와 건전성 관리 수준이 현 경영진이 추진 중인 외형확장 중심의 경영이 초래할 수 있는 잠재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는지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우리금융그룹이 올 3분기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임종룡 회장의 조기 사퇴설과 조병규 우리은행장의 연임 실패설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금융당국도 압박의 강도를 높이면서 '진퇴양난'에 빠진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