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수출 호조세 이어지겠지만…연 2.4% 성장 어렵다”

“IT 부문 증가세 둔화됐고 비IT 부문이 예상보다 부진”

“3분기 수출이 마이너스지만 수출 상황이 나쁘지 않아…전년동기대비 증가율 여전히 높은 수준”

“물가, 고금리가 완화되면서 내수 회복에 기여할 것”

“성장흐름 변화 등 면밀히 살펴 11월 경제전망에 반영”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기대비 0.1% 성장에 그치면서 한국은행의 경제전망이 실패한 모양새다. 한국은행은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긴 하겠지만 수출 경기 자체는 계속 양호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8월 전망치 연간 경제성장률 2.4%는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봤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2024년 3/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에 의하면 3분기 실질 GDP는 전기대비 0.1% 성장했다. 전년동기대비로는 1.5% 성장했다.

한은은 "3분기 우리 경제는 내수가 예상대로 회복 흐름을 보였으나 수출의 증가세가 예상보다 둔화되면서 소폭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민간소비는 재화(승용차, 통신기기 등) 및 서비스(의료, 운수 등) 소비가 늘어 0.5% 증가했다. 정부소비는 사회보장현물수혜(건강보험급여비)를 중심으로 0.6% 늘었다.

건설투자는 건물건설과 토목건설이 모두 줄어 2.8% 감소했다. 설비투자는 기계류(반도체제조용장비 등)와 운송장비(항공기 등)가 모두 늘어 6.9% 증가했다.

수출은 자동차, 화학제품 등을 중심으로 0.4% 감소했으나 수입은 기계 및 장비 등이 늘어 1.5% 증가했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2024년 3/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 설명회'에서 "조사국에서 8월 전망치를 발표할 당시에는 수출이 양호한 흐름을 보일 것이다, 이렇게 얘기를 했는데 3분기가 전기대비 감소한 것으로 나왔다"라며 "IT 부문은 증가세가 조금 둔화됐고 비IT 부문이 예상보다 부진한 게 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IT 부문 수출 호조는 작년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꾸준하게 이어져 왔고 그에 따른 조정 측면이 있었다. 수출에 플러스 기여를 했지만 기여 폭이 둔화됐다"라며 "비IT 산업의 경우 자동차, 화학제품, 전기장비 등이 조금 감소했는데 자동차 같은 경우 완성차 부품업체들의 파업이 있었고 시설 보수공사도 있어서 수출 물량이 조금 감소했다. 화학제품이나 전기장비에서는 전기차에 대한 수요 부진으로 감소된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이어 "3분기 수출이 마이너스로 나왔다고 해서 수출 상황이 나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전년동기대비 성장률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앞으로의 전망도 수출호조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는 게 일반적인 견해"라고 밝혔다.

8월 조사국 3분기 전망치 0.5%보다 부진했던 요인에 대해 신 국장은 "내수 부문은 항목별로는 조금 차이가 있지만 전체 내수의 성장 기여도는 이번 발표한 숫자랑 비슷한 전망을 했다"라며 "순수출 부문에서 수출이 차이가 났다. 8월 전망할 때는 수출 경기 흐름으로 봤을 때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실제로 3분기 실적에서 감소한 것으로 나와서 수출 전망과 실적치 간 차이가 있었다. 비IT 품목의 수출 부진이 심화된 영향이 컸다"고 말했다.

그는 "조사국에서 8월 전망할 때 글로벌 제조업 경기나 교역 규모가 작년보다 좋아질 거다. 미국 같은 경우에 성장세가 강할 것이다. 중국도 부양정책을 하고 있기 때문에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들을 기초로 수출이 양호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여러 가지 국내외 경제여건이 많이 변하면서 글로벌 경기 회복세가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중국 경제도 내수를 중심으로 부진한 상황"라며 "종합적으로 보면 조사국이 전망을 할 때와 상황이 많이 달라지지 않았나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 국장은 "2분기 마이너스 –0.2%에서 3분기 증가로 전환했지만 0.1% 성장이 양호한 수준이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라며 "2분기 –0.2%가 나온 게 경기침체 시그널은 아니었다. 1분기 워낙 높았던 데 따른 기저효과가 해소되어 나타난 것"이라며 "3분기는 조사국 전망과 시장 예상보다 안 좋게 나왔다. 성장흐름의 변화가 있는지 이런 것들을 면밀히 체크해 11월 경제전망에 반영해야 될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출 호조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본다"며 "가격요인이 들어가 있기는 하지만 통관 수출을 보면 12개월 연속으로 수출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며 "앞으로 수출증가율 자체는 꺾이긴 하겠지만 수출의 호조세는 이어질 거라고 본다"라고 강조했다.

신 국장은 "전년동기대비 흐름으로 보면 여전히 높은 수준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조금 낮아지기 했지만 6분기 연속으로 증가했던 수출이 이번 분기에 조금 소폭 마이너스로 돌아섰다고 해서 수출 경기 자체를 안 좋은 쪽으로 갔다고 보기는 어렵다"라며 "마이너스로 돌아선 수출을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상당히 중요한데 심각한 수출 침체 부진의 어떤 사인으로 보기보다는 지금 약간 주춤하거나 조정 이런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출과 관련된 불확실한 요인들이 많이 발생했기 때문에 IT 사이클이 어떻게 바뀌는지, 주요국 경제 상황이 안 좋아진 쪽으로 가는지, 글로벌 교역조건이 어떻게 악화되는지 개선되는지를 종합적으로 보고 몇 분기 더 지켜보면서 수출경기가 꺾인건지, 아니면 조정 과정이 길어지는 건지, 다시 반등할지 이런 판단들을 하는데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3분기 숫자 하나만 가지고 수출경기가 꺾였다, 부진으로 돌아섰다 등 이렇게 판단하기는 어렵고 시기적으로 이른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연 성장률 2.4% 달성 가능성에 대해 신 국장은 "8월 전망할 때 연말 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4%로 조금 낮췄는데 지금 산술적으로는 4분기 1.2% 이상 성장하면 연간 2.4%가 나온다"라며 "3분기 실적치가 낮게 나왔기 때문에 단순히 산술적으로만 생가하면 2.4% 달성은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내수 회복에 대해 장밋빛 전망만 하는 게 아니냐는 물음에는 "내수를 제약했던 고물가, 고금리가 완화되면서 내수 회복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민간소비 회복속도가 빠르지는 않은데 작년부터 민간소비가 낮은 수준에서 조금씩 올라가는 추세다. 완만하기는 하지만 개선흐름을 보이고 있다. 3분기에는 전년동기대비 1.3% 올라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