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김 여사 등 초기 투자자들의 계좌와 자금, 범행 활용한 게 사건 실체"
"권오수 등의 범행 인식하고 관여했다고 보기 어려워"
◆…윤석열 대통령의 체코 방문에 동행했던 김건희 여사가 지난달 22일 성남 서울공항으로 귀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최재훈)는 17일 '대통령 배우자의 도이치모터스 시세조종 가담 의혹 사건' 관련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을 받는 김 여사에 대해 불기소 처분했다고 밝혔다.
김 여사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지난 2010년 1월부터 2011년 3월까지 증권계좌 6개에 대해 권 전 회장이 소개한 이모씨 등에게 계좌를 위탁하거나, 권 전 회장의 요청에 따라 매매해 시세조종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2020~2021년 수사 당시 권 전 회장 등의 전체 시세조종 기간인 2009년 12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중 일부 기간인 2010년 1월부터 2011년 3월에 김 여사 명의 증권계좌 6개에서 고가매수, 통정매매 등의 시세조종성 주문이 제출된 것으로 판단해 기소 대상에 포함시켰다.
시세조종성 주문이 제출된 것으로 파악된 김 여사의 계좌 6개는 신한투자증권, DB증권, 대신증권, 미래에셋증권, DS증권, 한화투자증권 등이었다.
앞서 권 전 회장 등의 1,2심 판결에서 신한투자증권과 DB증권 계좌 거래는 시효완성을 이유로 시세조종 해당 여부 판단을 안 하는 면소, 한화투자증권 계좌 거래는 시세조종에 해당 안 돼 무죄로 판단됐다. 대신증권, 미래에셋증권, DS증권 3개 계좌가 실제 시세 조종에 동원됐다고 판단됐다.
하지만 검찰은 김 여사 계좌가 주가조작에 동원되는 것은 맞지만 해당 내용을 김 여사가 인지했거나, 주가조작 일당과 사전에 연락한 뒤 시세조종을 위해 주식을 거래했단 사실을 뒷받침할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봤다.
주가조작 선수에게 계좌를 일임한 신한투자증권, DB증권, 미래에셋증권, DS증권 계좌에 대해 "관리 운용을 위탁해 시세 조종성 주문이 나왔다는 사실만으로는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이 시세조종을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 계좌를 일임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검찰 조사에서 김 여사는 해당 계좌들과 관련해 '소개받은 주식 전문가나 증권사 직원에게 계좌 관리를 일임해 시세조종 거래가 있는지 몰랐고, 계좌관리인이나 권 전 회장이 시세조종 범행을 하는지도 전혀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권 전 회장과 주가조작 선수들 역시 검찰 조사에서 '김 여사에게 시세조종 내지 주가관리를 한다는 얘기를 한 적이 없고, 김 여사가 그런 사실을 알지 못했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김 여사가 직접 운용한 대신증권 계좌도 '혐의 없음' 처분을 받았다.
이 계좌에서 2010년 6월 25일 62만 주 상당이 DB증권 계좌에서 이체된 후 6월 28일부터 11월 1일까지 11거래일 동안 순차 매도되어 모두 처분됐고, 이중 통정매매(총 12회 체결, 매도 주문은 2회)는 2010년 10월 28일과 11월 1일 이틀 동안 확인됐다.
검찰은 해당 매도 주문 2회는 김 여사가 당시 권 전 회장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증권사 직원을 통해 주문을 제출했을 것으로 추정하면서도 해당 연락의 구체적인 정황을 확인할 증거가 없다고 했다.
권 전 회장이 김 여사에게 주가 조작 사실을 숨기고 단순한 추천, 권유를 통해 매도를 요청을 했을 가능성도 상당한 만큼, 김 여사가 시세조종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통상 상장사 대표가 선수를 동원해 시세조종을 한다는 상황을 투자자로서 상정하기 힘들다고도 봤다.
어머니 최은순 씨 계좌와의 통정매매 등에 동원된 미래에셋 계좌,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에 활용된 DS 계좌 역시 권 전 회장 일당이 시세 조종에 이용한 것일 뿐 김 여사와는 무관하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검찰은 "김 여사의 범행 관여 기간(2010년 1월~2011년 3월) 동안 권 전 회장 외 주가조작 선수들과 직접 연락한 증거나 정황이 없다"며 "검찰 수사가 진행된 2020년~2021년경 주가조작 선수들 사이의 통화녹음에 따르면 선수들은 김 여사에 대해 '권 전 회장에게 활용된 계좌주' 정도로 인식했다"고 말했다.
결국 "권 전 회장이 주포 등과 함께 시세조종 범행을 진행하면서 김 여사 등 초기 투자자들의 계좌와 자금을 범행에 활용한 것이 이 사건의 실체"라며 "권 전 회장 등의 범행을 인식하고 관여했다고 보기 어려운 바 불기소 처분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