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첨단제조업 초격차 기술 선점 위해선 개방형 혁신 필수”

韓경제 ▲제조업에 치중 ▲높은 수출의존도 ▲서비스 수출의 더딘 성장세 ▲원자재 수입 안정성 필요

“2018년경부터 IT제조업에서 한·중 생산구조의 변화…中 기술변화, 韓에 중간재 공급 역할 강화 가능성”

“IT제조업에서 반도체 약 40% 차지…글로벌 IT산업 부가가치 韓 비중 8%”

韓산업 전략 ▲첨단제조업 기술 우위 유지 ▲수입 공급망 안정성 강화 ▲제조업 내재 서비스와 디지털 서비스라는 투트랙 전략 전개 필요 ▲ESG 공급망으로의 전환 가속화 제시

반도체 산업에서 초격차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NSTC 등 국제 R&D협력체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 필수적이며 전 세계 인재들과 함께 일하게 하는 등 개방형 혁신이 필요하다는 연구가 나왔다.

한국은행은 27일 대한상공회의소와 제3회 공동세미나(BOK-KCCI Seminar)를 개최했다. 세미나에서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AI의 보급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 우리나라 산업의 경쟁력 제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양 기관이 연구해 온 결과를 발표했다.

한은은 'BOK이슈노트: 글로벌 공급망 관점으로 본 우리경제 구조변화와 정책대응' 보고서를 발표했다. 동 보고서는 조사국 거시분석팀 정선영 차장, 이아랑 팀장, 정동재 과장, 최준 과장, 안병탁 조사역이 집필했다.

보고서에 의하면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인식이 과거 경제성장의 원동력에서 최근에는 리스크의 원천으로 크게 바뀌면서 지정학적 지형에 따른 블록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블록화의 영향으로 2010년대 들어 시작된 상품교역 증가세 둔화가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에 반해 서비스 교역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한은은 공급망 관점에서 우리 경제구조의 특징으로 ▲생산구조가 제조업에 치중되어 있고 ▲수출의존도가 높으며 ▲서비스 수출은 높은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성장세가 더딘 모습이며 ▲일부 신산업 중심으로 원자재 수입 안정성이 요구되는 상황 등을 꼽았다.

한은은 '중간재 직·간접수출'을 글로벌 공급망과 연계된 생산 즉 '수출연계생산'으로 정의하고 그 구조적 변화를 분석했다.

분석결과 2000년대 큰 폭으로 성장했던 수출연계생산은 2010년대 들어 증가세가 완만해지고 있다. 글로벌 성장세 감소와 구조적 둔화세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특히 구조적 둔화세의 상당 부분은 중국과의 수출연계성 위축에서 비롯됐다. 한은은 이러한 대중 연계성 축소가 중국의 중간재 자립도 상승, 중국내 생산기지의 타국 이전 등에 따른 것으로 판단했다.
 
한은은 수출연계생산 기준으로 제조업 내 1~5위를 차지하는 업종 가운데 철강을 제외한 IT제조업, 자동차 등의 글로벌 공급망 내 우리나라의 위치를 평가했다.

평가 결과 IT제조업(반도체 등) 공급망에는 미국, 일본 및 한국이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전방(upstream)에, 베트남, 멕시코 등이 후방(downstream)에 참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현재 글로벌 IT산업 부가가치에서 우리나라의 비중은 8%로 중국과 미국 다음으로 크고 이를 대만, 일본 등이 뒤따른다. 특히 2010년대 이후로는 태국, 베트남 등이 최종 생산공장의 역할을 맡고 한국, 대만, 싱가포르 등의 부가가치율이 상승하면서 IT제조업 공급망 내 아시아의 역할이 확대됐다.

그러나 2018년경부터 IT제조업에서 한·중 생산구조의 변화는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에는 하방요인, 중국의 對한국 수출에는 상방요인이 되고 있다. 이는 중국이 기술변화를 통해 과거와 달리 우리나라에 중간재를 공급하는 역할이 강화되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이아랑 한은 조사국 거시분석팀장은 "IT제조업에서 반도체가 4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라며 "전방산업에서 부가가치가 높게 발생하고 있는데 2020년 현재 우리나라의 부가가치 비중은 전 세계 8%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 팀장은 "우리나라 경제규모가 GDP로 보면 전세계 2~3% 차지하고 있는데 IT에서 8%를 점유하고 있다는 건 놀라운 수준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며 "다만 2018년부터는 한국과 중국 상호관계에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자동차 산업은 지난 10여 년간 수출연계생산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여타 주요국과 함께 글로벌 공급망 내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2000년대 이후 중국의 부상에도 불구하고 중국 생산이 대부분 내수에 치중됨에 따라 수출시장에서의 지위는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그러나 전기차 전환과 함께 향후 자동차 산업의 지위가 위협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미래의 공급망에 대한 국제 담론에서는 ▲중간재 상품보다 중간재 서비스의 중요성이 커지고 ▲제조업의 서비스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리고 세계화의 속도는 ▲지정학적 갈등의 전개와 ▲기후 변화 대응에 크게 좌우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은 미래의 공급망 변화와 우리 경제구조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우리 산업 전략은 ▲첨단제조업에서 기술 우위 유지 ▲국제적인 전략적 협력(strategic alliance)을 통한 수입 공급망 안정성 강화에 중점을 두어야 하고 ▲서비스 수출 확대 전략은 제조업 내재 서비스와 디지털 서비스라는 투트랙(two-track)으로 전개돼야 하며 아울러 ▲ESG 공급망으로의 전환도 가속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우리 기업들이 공급망 변화에 전략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정책당국이 시급히 추진해야 할 과제를 제시했다.

▲반도체 산업에서 초격차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NSTC등의 국제 R&D협력체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 필수적이고 ▲배터리·전기차 산업의 경우, 원자재 확보의 공공재적 성격을 감안할 때 정부의 역할이 필요한 만큼 수입선 다변화, 핵심광물 비축을 다방면으로 강화하는 한편 ESG 기준에 맞춰 수입국 리스크를 사전에 관리해야 하며 ▲제조업과 서비스업, 내수와 수출의 경계가 흐려지는 상황에서 기술 간 융합을 저해하는 업종별 구분에 근거한 규제를 대폭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아랑 한은 조사국 거시분석팀장은 "첨단 제조업에서 초격차 기술을 선점하고 우월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폐쇄적 혁신으로는 가능하지 않다"며 "우리나라 인재들만 일하는 것이 아닌 전 세계 인재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미 국립반도체기술센터(NSTC)와 같은 그런 식의 개방형 혁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