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봉 세무법인 더택스 대표세무사
"정부가 탈세 없는 세상을 구현하기 위해 'AI 세무조사관'을 도입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AI 세무조사관'이 도입되면 탈세 방지는 물론 신속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업무 효율성을 제고하고 공정한 공무집행, 인력 감소에 따른 행정비용 절감 등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편, 특수한 거래에 대한 이해도가 낮고 법 적용과 판단에 대한 오류와 보안 관리 상의 허점, 개인정보 유출과 인권침해 우려와 함께 'AI 세무조사관'을 대응할 AI 개발을 통해 새로운 탈세 수법이 생길 수 있다는 부정적인 의견도 있다."
위 내용은 가상(假想)의 글이다.
'AI 세무조사관' 도입이 개인적으로는 휴대폰이 있기 전후의 변화에 비하면 아주 놀라울 정도는 아니다. 향후 어떻게 될지는 인간의 선택에 달렸을 뿐이다.
실제로 AI(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가 세무조사 대상자를 선정한다. 내년에 법인 세무조사 대상자의 50% 정도는 AI가 맡게 된다는 소식이다. AI를 통해 그동안 비정상적 거래 유형이나 탈세 가능성이 높은 사례를 감지해 내어 수정신고 및 세무조사 시에 활용해 왔다. 납세 서비스 개선과 부당한 세금 환급 청구 등을 가려낸다. 이제는 성실 신고자와 불성실 신고자를 선별하여 세무조사 대상자 선정 작업을 구현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2011년에 자율 주행 자동차(구글의 '구글카')가 선을 보인 이후 같은 해에 AI 게임 왕(IBM의 '왓슨')이 그리고 AI 비서 에이전트(애플의 '시리')가 출시되었다. 우리에게 센세이션을 몰고 온 '알파고'(바둑 AI) 이벤트가 있은 지 8년이 지났다. 인간이 제공한 기보(棋譜)를 학습했던 '알파고'에 반해, 새로운 '알파고 제로'(생성형 AI, Generative AI)는 바둑의 규칙만 배운 후 시행착오를 거쳐 스스로 이기는 법을 터득해 나가는 중이다. (『AI, 예술의 미래를 묻다』, 장병탁의 글 중에서)
바둑에서 나올 수 있는 경우의 수(10의 170승 가지)가 우주에 있는 원자의 수보다 많은 정도의 난제임에도 불구하고 딥러닝을 통해 인간을 능가하게 된 것이다. 2022년 말에는 오픈 AI 챗 GPT의 등장으로 새로운 인공지능 시대로 접어들었다. AI의 끝없는 진화는 우리의 상상 그 이상이다.
'AI 세무조사관'의 출현, 머지않은 미래에 일어날 수도 있다. 인간 모습을 한 'AI 세무조사관'이 납세자를 앞에 두고 질문을 하면 납세자가 답변하는 모습을 떠올려 보자. 생성형 'AI 세무조사관'은 세무조사 착수 전에 해당 납세자의 회계자료와 관련 증빙자료, 개인정보 등에 대한 파악이 끝난 상태다. 법령과 예규 및 판례, 과거 탈루유형에서부터 동종업종의 사례 등에 이르기까지 납세자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는 전지적 세무조사관이다.
우리가 예상하는 것처럼 인간 세무조사관이 생각지도 못할 질문과 방법으로 세무조사가 이루어질 것이다. 매년 모든 납세자에 대한 세무조사도 가능해진다. 대다수 납세자를 탈세자나 범법자로 볼 공산이 크다. 'AI 세무조사관' 도입을 찬성하는 사람과 반대하는 사람 사이의 갈등도 예견된다.
현실적으로, 'AI 세무조사관'이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세무공무원과 같은 법적 자격을 갖추어야 한다. 우리 세법(국세기본법 제2조 제17호 및 제21호)은 세무공무원(국세청장, 지방국세청장, 세무서장 또는 그 소속 공무원 등)과 세무조사(국세의 과세표준과 세액을 결정 또는 경정하기 위하여 질문을 하거나 해당 장부‧서류 또는 그 밖의 물건을 검사‧조사하거나 그 제출을 명하는 활동)에 관해 규정하고 있다. 현행법상 세무공무원은 나이 제한 등 일정한 요건을 갖춘 자로서 공개 채용 시험 등을 통과해야 가능하므로 AI는 공무원이 될 수 없다. 세무공무원이 아닌 자가 세무조사를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장비나 도구, 동물(탐지견, 구조견 등) 등을 조사나 범죄 수사, 인명구조 등에 활용하는 것처럼 'AI 세무조사관'을 세무조사 시 활용할 수 있는 장비나 도구(이하 '도구 등')로 취급할 수는 없는 것인가? 'AI 세무조사관'과 '도구 등'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있었는지는 알 길 없다. 이 글에서는 "인간의 손안에서 용도를 기다리는 것이 '도구 등'이라고 한다면, 인간 앞에 마주 서거나 대항하는 실체(『AI, 예술의 미래를 묻다』, 백욱인의 글 중에서)를 'AI 세무조사관'" 정도로 구분 짓고 싶다. 무엇보다 법적 구비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영역이다.
지금 세계는 전방위적인 AI 개발로 인류가 멸종될 수도 있다는 불안에 놓여 있다. 유럽 연합(EU)은 올해에 세계 최초로 포괄적 AI 규제 법안을 통과시켰다. 2026년부터 전면 시행된다. 생성형 AI 학습에 사용된 자료 공개를 의무화하고 위반한 기업엔 매출액의 7%까지 벌금이 부과된다. 이에 비해 국내에서는 소위 'AI 기본법'(가칭)이 발의 중이나 구체적인 시행까지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빌 게이츠에 의하면 "AI는 우리가 미처 알아차리기도 전에 오늘날 문제가 되는 모든 한계를 돌파해 버릴 것이다."라고 했다.(『AI, 예술의 미래를 묻다』, 심상용의 글 중에서) 우리가 조지 오웰의 "Big brother is watching you."의 세상을 두려워했을지언정 의심하지 않았던 것처럼 'AI 세무조사관'을 '세무조사의 신(GOD)'으로 영접하는 순간 New Big brother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있겠는가.
"디지털 세상에서 가장 먼저 고갈되는 자원이 지혜다."라는 키신저의 우려가 현실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카로스의 날개'처럼 타 죽는 것도 잊은 채 태양을 향해 무한 질주를 반복하게 된다면 우리는 영원히 AI의 미궁(迷宮)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적절한 속도 조절과 대안을 찾는 지혜가 필요한 시기다. 너무 늦기 전에.
◆ 글쓴이 : 김종봉 세무법인 더택스 대표세무사
[약력] 현) 가천대학교 겸임교수 / 현) (사)대한바둑협회 임원(이사), 현) 서울사회복지공동모금회 모금분과실행위원회 위원, 서울청 국선세무대리인, 중부청 국세심사위원, 법무법인 율촌(조세그룹 팀장), 행정자치부 지방세정책포럼위원 / 가천대학교 경영학 박사 / 국립세무대학 총동문회 수석부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