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두 국가론' 거듭 주장 "尹 정부야말로 김정은 '적대적 두 국가' 동조"

"통일 봉인, 두 국가 체제로 살면서 협력…그렇게 어려운 얘기인가"

"민주당 집권하면 예전처럼 남북간 대화 재개, 비핵화 논의? 대단한 오산"

"미국 대선 후 북미 대화 진행되면 한국은 설 자리 없게 될 것"

임종석 전 문재인 정부 대통령비서실장이 "가치와 지향만을 남긴 채 통일을 봉인하고 두 국가 체제로 살면서 평화롭게 오고 가며 협력하자는 게 뭐 그렇게 어려운 얘기인가"라며 자신의 '두 국가론'을 거듭 주장했다.

임 전 실장은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상에서 현실로 전환하자"며 "통일을 얘기해도 좋을만큼 평화가 정착되고 교류와 협력이 일상으로 자리잡은 후에 그 때 미래 세대가 판단하자는 게 이상한가"라며 이같이 적었다.

그는 "지금 윤석열 정부야말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적대적 두 국가'에 정확하게 동조하고 있다"며 "양쪽 모두 상대를 공공연히 주적이라 부르고 일체의 대화없이 대립과 갈등으로만 치닫고 있으니 이를 '적대적 두 국가' 상태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상황을 바꾸려는 전략적인 노력 없이는 지금의 상태는 악화될 것이고 윤 정부 임기 말쯤에는 적대적인 두 국가는 상당히 완성되어 있을 것"이라며 "민주당이 다시 집권하면 예전처럼 남북간 대화가 재개되고 비핵화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생각도 대단한 오산"이라고 주장했다.

임 전 실장은 "평화공존과 협력을 위한 프로세스는 훨씬 더 복잡해졌고, 상대의 변화와 한반도 주변 환경에 대해 깊고 진지한 고민이 더해져야 할 것"이라며 "게다가 미국 대선 후에 어느 정부가 들어서든 북미 대화가 진행되면 한국은 설 자리가 없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오랜 고민을 축적해서 용기를 내어 발표한 것"이라며 "건강한 논의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임 전 실장은 지난 19일 9·19 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 기조연설에서 "통일하지 말자"며 "객관적 현실을 받아들이고 두 개의 국가를 수용하자"고 말해 논란이 불거졌다.

여권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의 '적대적 두 국가론'이 연상된다며 비판에 나섰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주사파, 종북 소리를 들으며 통일을 주장하다가 갑자기 말이 바뀌는 것이 이들의 실체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김준호 대변인은 22일 논평을 통해 임 전 실장의 발언을 '반헌법적 종북 발언'으로 규정하고 "민주당이 당 차원의 입장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압박했다.

민주당에서도 임 전 실장의 '두 국가론' 주장에 선을 긋는 모습이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전날(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은 비판받아야 한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이라면 김정은 위원장을 설득할지언정 동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평화적 장기공존 후에 통일문제는 후대에 맡긴다는 역사적 공감대를 도발적으로 바꾸고 '두 개의 국가론'으로 건너뛸 이유가 없다"며 "남북 양 쪽에 흩어진 혈육과 인연들을 영영 외국인 간의 관계로 만들자는 설익은 발상을 갑자기 툭 던질 권리는 남북 누구에게도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