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봉 세무법인 더택스 대표세무사
부자(富者)의 사전적 의미는 '재물이 많아 살림이 넉넉한 사람'이라고 나온다. 구체적으로 부자란 어떤 사람인가. '나보다 재산이나 돈이 많은 사람'이라거나 '매년 벌어들인 소득이 많은 사람', '소득 외에 부동산이나 주식, 여타 재산이 많은 사람'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사무실 동료에게 물었다. "승현 씨는 어떤 사람이 부자라고 생각해요?" "음식점에서 메뉴를 선택할 때 가격 신경 쓰지 않고 먹고 싶은 음식을 고를 수 있다면 부자라고 생각해요."
부자에 대한 기준은 절대적이라기보다는 상대적이기도 하다. '해마다 번 소득'이나 '보유 재산' 기준 외에도 전체 사회구성원 중 상위 몇 %로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고 시대적 상황에 따라 바뀌기도 한다.
생각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혼 시 고액의 재산분할에 대해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는 경우야말로 '부자 감세'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부부 사이에도 10년간 6억 이상의 재산이 무상 지급되면 증여세를 부과한다. 부부는 경제 공동체이자 운명공동체다. 이에 반해 이혼하는 당사자에게 세금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공동재산에 대한 청산'이라거나 '이혼 부부의 정상적 경제생활 지원' 차원임을 내세운다. 공동재산 청산은 정상적인 결혼생활 중에도 가능한데 왜 이혼 시에만 증여세 면제 혜택을 주어야 할까.
정상적인 경제생활 지원 차원이라면, 이혼하는 부부보다는 혼인 중인 부부에게 세제혜택을 부여하는 것이 더 절실해 보인다. 금년에 도입된 1억 상당의 '혼인 및 출산 시 증여재산 공제'가 이러한 취지를 반영한 것인지는 확신이 서지 않지만, 적어도 이혼 부부에게 6억 기준을 초과하는 데에도 증여세를 면제해 주는 것은 '부자 감세'가 아닐까 싶다.
새로운 과세 제도가 도입될 때면 '조세 정의'와 '소득 있는 곳에 과세 있다.'라는 조세 원칙이 등장한다. 현실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이견도 있고 사람마다 간극이나 괴리감도 있다. 우리는 그 소득이 있는 곳에서 이익을 누리는 사람도 있지만 누군가는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정도는 안다. 그곳에는 부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도 있다. 부의 축적이 더해질 수도 있지만 가난이 더 깊어질 수도 있다.
최근 금투세(금융투자소득세) 시행 여부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의견들이 분분하다. 쉽지 않은 선택의 문제일 수도 있다. 누군가가 "세무사는 납세자가 늘어나면 일거리가 증가하니 좋은 거 아닌가?"라고 물었지만 쉽게 답할 수 없었다.
'상위 1%도 안 되는 슈퍼리치 감세다'라는 의견과 '투자자 감세다'라는 입장이 첨예하게 나뉜다. 일반적인 개미들은, 앞으로 이익을 보면 세금을 내야 한다는 데 불만이 있다기보다는 지금 손실이 크다 보니 금투세가 도입되면 더 큰 손실이 예상되는 것에 대한 걱정이라고 말한다. '손해 본 것은 향후에 이익이 생기면 공제해 준다는데.'라고 하면, 지금 원금이라도 회수할 수 있으면 처분하고 싶은 심정을 아느냐고 되묻는다.
시기에 관한 판단도 충분히 고려해야 할 요소이긴 하다. 현행 금투세 시행을 일차적으로 유예했을 당시보다 경제 상황이 더 호전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당분간 시장 변화를 기대하는 것이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칫 해망구실(蟹網俱失)의 구실이 될지 우려하는 이도 있다.
새로운 조세제도 도입으로 특정인에게 유불리한 사정이 발생할 수는 있지만 세금을 통해 다수 또는 특정인을 곤궁(또는 특혜 제공) 하게 하려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고 믿지 않는다. 영화 '가버나움'의 어린 소년이 가난한 부모가 무책임하게 자신을 세상에 태어나게 하였다며 부모를 고소하는 안타까움이 오버랩될 때면, 금투세가 도입되더라도 무저갱에 빠지는 개미들이 생기지 않길 바라는 맘뿐이다.
금투세는 언젠가는 시행되든지 폐지될 것이다.
"가장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도 아닐뿐더러 가장 현명한 자가 오래 사는 것도 아니다. 변화하는 자만이 살아남는다."라는 다윈의 말을 되새기며 숨 가쁘게 살아가는 오늘의 개미들과 이 글을 공유하고 싶다.
◆ 글쓴이 : 김종봉 세무법인 더택스 대표세무사
[약력] 현) 가천대학교 겸임교수 / 현) (사)대한바둑협회 임원(이사), 현) 서울사회복지공동모금회 모금분과실행위원회 위원, 서울청 국선세무대리인, 중부청 국세심사위원, 법무법인 율촌(조세그룹 팀장), 행정자치부 지방세정책포럼위원 / 가천대학교 경영학 박사 / 국립세무대학 총동문회 수석부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