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슴도치 딜레마, 부모자식 간 사랑의 적정거리는?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예쁘다."라는 속담이 있다.

원래는 예쁘다 대신에 '함함하다'가 쓰였다. 털이 부드럽고 반지르르하다는 뜻이다. '함함하다'가 익숙하지 않아 '곱다'나 '예쁘다'로 바꾸어 사용하고 있다. 새끼의 가시가 아무리 단단하다 해도 고슴도치 부모에게는 예쁘게 보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갓 태어난 고슴도치는 가시가 부드럽지만 이내 단단하고 날카로워진다. 그 시기가 되면 어미는 더 이상 새끼를 돌보지 않는다. 그때 새끼는 어미로부터 독립해야 한다.

찬바람이 몰아치는 겨울 밤, 고슴도치 두 마리가 추위를 견디기 위해 서로에게 몸을 기댔다. 너무 가까이 다가가면 가시에 상처를 입고, 떨어지면 추워졌다. 둘은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따뜻해 지는 거리를 찾아내야 했다.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에세이('행복론과 인생론')에 나오는 고슴도치 딜레마(Hedgehog's dilemma)이야기이다.

20여년 전 일어난 일이다. 연로해진 부모가 아들에게 상가를 물려주고 가까이 거주하면서 의지하며 살아가기로 하였다. 부모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만약 아들내외가 효도를 하지 않으면 물려준 빌라를 반환한다는 각서를 받았다.

아들내외는 상가를 증여 받은 이후 돌변했다. 나이가 들어 가면서 지병에 심신이 피폐해진 부모를 애써 외면하였던 것이다. 심지어 요양시설에 들어가 살라며 폭언도 서슴지 않았다. 부모를 모시는 일은 누이의 차지가 되어 버렸다.

부모는 소송에 돌입했고 법원은 부모의 손을 들어주었다. 현행 법률로 조건 없이 증여한 재산은 원칙적으로 돌려받을 수 없다. 이 사례는 불효 시에 증여를 취소한다는 조건이 붙은 증여로 인정받았기에 예외적으로 증여를 해제할 수가 있었다.

세법에서는 증여한 재산(현금 제외)을 돌려주면 원칙적으로 그 자체를 새로운 증여로 보아 증여세를 부과한다. 다만 증여세 신고기한(증여한 날의 말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돌려주면 증여세를 면제한다. 위 사례에서는 당초 증여와 반환하는 증여 모두 증여세 과세대상이 된다.

법률이 만능인 사회가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사람이 지켜야 할 가치와 관습을 잊는 경우 법이 제재를 가하여야 한다. 지난 십 수년간 재산을 물려받은 자녀가 효도의무를 다하지 않는 경우 증여한 재산을 반환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일명 '불효자예방법'을 추진하고 있으나 여전히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와 반대로 부모가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는 경우 재산상속에서 배제하는 법률(일명 '구하라법')은 최근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상속권 상실선고에 관한 이 규정은 2026년 1월 1일부터 시행하되,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이 있던 날(2024년 4월 25일) 이후 상속이 개시되는 경우에 적용함을 원칙으로 한다.

고슴도치 딜레마는 부모와 성인이 된 자식 간의 거리두기에도 왕왕 인용된다. 자녀는 부모와 항상 친밀감을 유지하면서도 적당한 때가 되면 독립을 해야 한다. 상호존중의 바탕 하에 적정거리를 찾아야 한다는 의미다. 이를 쇼펜하우어는 인간에 대한 '예의'로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