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야후 사태 '재발' 우려한 까닭

구글 출신 IT전문가,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

"라인야후, 한·일 기술패권 경쟁.. 촉각 곤두세우고 있어"

"기술패권시대는 국가 간 경쟁, 한국도 패러다임 바꿔야"

  "일본이 지금 기술 패권 경쟁에서 앞서 나가려는 게 너무 보이거든요. 그런 측면에서 또 다른 모습으로 라인야후 사태와 같은 시도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게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몰라서, 촉각을 계속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지난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한 조세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5월 불거졌던 라인야후 사태 관련 질의에 이와 같이 경각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정치권에서는 라인야후 사태가 화두로 떠올랐다. 지난해 11월 메신저 '라인'에서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사고를 계기로 일본 정부가 네이버를 겨냥해 라인야후 관련 자본 관계 재검토를 요구하면서다. 이에 대해 범야권 측에서는 일본 측의 '라인 탈취'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구글 출신 IT전문가인 이해민 의원은 현재를 '기술패권 시대'라고 진단했다. 기술 경쟁이 민간 영역에서 끝나지 않고 국가 간 경쟁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에서 라인야후 사태와 유사한 일이 또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해민 의원은 라인야후 사태로 선명해진 기술·안보 문제와 관련, 한국 정부가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과학·기술계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술 진흥과 기술 규제라는 투트랙 속에서 한국이 세계적 기술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행정부가 그 초석을 놓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 "라인야후 사태, 일본 정부가 선 넘어"

이해민 의원은 일본 총무성의 행정지도로 촉발한 라인야후 사태에 대해 일본 정부가 명백히 선을 넘은 케이스라고 진단했다.

이 의원은 라인야후 사태 진행 상황과 관련해 "우선, 한·일 투자협정이라는 게 이미 만들어져 있다. 양국 간에 사업을 하려고 할 때 다른 나라이기 때문에 주는 불이익을 최소화하자는 것"이라며 "상대국이 거기에 반하는 행위를 했을 경우 해당 협정에 근거해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이번 라인야후 사태는 사실 뜯어볼수록 일본 정부가 너무 선을 넘은 케이스"라며 "일본 총무성이 보안사고에 대해 행정조치를 할 수는 있다. 개인정보보호법 등에 의거해 '요거 요거 고쳐야돼' 이런 식으로 행정조치를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계속해서 일본 총무성의 라인야후 행정지도 보고서에 대해 지적했다. 그러면서 "총무성이 기술적인 것과 운영적인 것을 제한하면 되는데 보고서에 뜬금없이 '파이낸셜 무브먼트(자본 이동)'를 언급한다"며 "이거는 억지로 끼워 맞춰서 주식 구조 개선을 하라는 소리"라고 진단했다.

이 의원은 "어느 나라를 살펴보더라도 이는 선을 넘은 케이스다. 한국 정부에서 '이건 말이 안 되는 조치사항이니 빼줘'라고 이야기했어야 했다"며 "그런데 오히려 제2차관은 정부 대응 브리핑에서 '자본 관계를 이동하라는 말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며 일본이 해야 될 말을 했다"고 정부의 대응을 강하게 비판했다.

■ "기술 패권 전쟁.. 촉각 곤두세우는 중"

이해민 의원은 향후 라인야후 사태가 재발할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촉각을 계속 곤두세우겠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지난 7월 라인야후 사태와 관련해 한국 국민들과 범야권 등이 거세게 반발하자, 자신들의 행정지도가 '자본 관계 재검토'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며 한발 물러선 상황이다.

이 의원은 "다행히 라인야후 사태는 한국에서 난리를 쳐서 이번에 자본관계 재검토 관련 부분이 빠졌다"며 "내 생각에 일본 총무성이 한국을 약간 얕잡아보고 처음에 자본 관계 재검토 내용을 끼워 넣은 것 같은데, 난리가 나니까 뺀 듯하다"고 짚었다.

다만 "다른 모습으로 (라인야후 사태에 대한) 시도가 있지 않을까"라며 "대통령실은 일본이 물러서 줬다고 안심하지만 제 눈에는 일본이 지금 기술패권 전쟁에서 앞서 나가려는 게 보인다. 그 측면에서 또다시 다른 모습으로 시도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라인야후 사태는 사실 민간 기업의 일이기 때문에 국회가 직접 '너네 이래저래'라고 할 수는 없다"며 "제 입장에서는 정부가 제 할 일을 할 수 있게끔 만드는 작업들을 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 기술패권 시대, 한국도 패러다임 바꿔야

이해민 의원은 라인야후 사태로 선명해진 기술·안보 문제와 관련, 한국 정부가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과학·기술계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의원은 '자국보호주의가 심화하는 기술·안보 시대에 한국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질의를 받고 "저는 미국에 있다가 와서 전 세계 흐름을 많이 보다가 왔다"라며 "라인야후 사태도 그 관점에서 이해를 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일본이 또 다른 모습으로 시도할 거라고 예측하고 있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어 "옛날에는 전쟁으로 냉전 시대가 펼쳐졌다면 지금은 기술로 그게 되고 있는 것"이라며 "기술은 민간 영역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국가 간 경쟁으로 가는 게 많이 느껴진다. 방향성은 어느 나라나 똑같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미국·중국·유럽·일본 등 전 세계 기술 선도국들이 '진흥·규제'라는 투트랙을 채택했지만 한국은 이도 저도 아닌 상태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미국은 진흥을 하다가 구멍이 나니 규제를 붙이기 시작했고, 유럽은 규제 쪽에서 시작해 진흥으로 발전한 케이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기술력 축적을 할 수 있도록 행정부가 기술 진흥을 위한 초석을 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그는 "이미 한국은 전 세계가 나중에서야 주목한 그런 정책을 펼친 바 있다"며 "김대중 정부 때 전국 초고속 인터넷망을 투자한 예가 있다"고 짚었다.

이 의원은 "초고속 인터넷망 투자는 '네카라쿠배(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 등장배경이 된 기반사업이었고 국민들 디지털 리터러시가 확 올라가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상태에서는 기술력 진흥을 위해서 행정부가 해야 할 일이 많다"며 "초고속 인터넷망 수준의 패러다임 변화를 위한 투자는 행정부에서 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진흥하는 부분도 규제하는 부분도 정부가 해야 할 일이 많다"면서 "아마 규제 쪽은 입법부가 할 일이 좀 많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 이해민 의원은...

구글 출신 IT전문가. 22대 총선을 앞두고 조국혁신당에 입당해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조국혁신당 2호 영입인재이자 여성인재 1호다.

이해민 의원은 서강대학교에서 전자계산학 학사·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연구원으로 근무하다가 구글에 입사해 구글코리아 프로덕트 매니저 및 구글 본사 시니어 프로덕트 매니저 등을 지냈다. 이후 스타트업 기술임원으로 재직하다가 정치에 입문했다.

이 의원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과학·기술 분야가 빠르게 침몰 중이라며 이에 대한 목소리를 내야겠다고 생각해 정치에 출사표를 던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회 입성 이후 ▲R&D 예산흔들기 방지법 ▲디지털 크리에이터 육성법 등을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