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회장 "尹에게 '위기'라고 세 번 편지 보내…모욕감 받아"

"자칫 잘못하면 정권에 굉장한 부담 줄 것이라고 생각해 사신 썼다"

"위기라고 그랬는데 위기라고 느끼지 않는 것 같다…경고했는데도 듣지 않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오영섭 독립기념관 임원추천위원장 고소"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마녀사냥하듯 인민재판 벌여…사퇴 안 해"

이종찬 광복회장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뉴라이트' 역사관 논란이 불거진 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장 임명에 반대하는 편지를 세 차례 보냈던 사실을 공개했다.

이 회장은 12일 YTN '신율의 뉴스정면승부'와의 인터뷰에서 "이 사태를 굉장히 위기로 보고 있었다"며 "이게(김 관장 임명이) 자칫 발전되면 대통령에게 큰 부담이 된다. 그래서 제가 세 번 편지를 보냈다"고 밝혔다.

그는 "자칫 잘못하면 정권에 굉장한 부담을 줄 것이라고 생각해 사신을 썼다"며 "과거에 (윤 대통령과의) 50년간의 우리 인연이라든가 이런 것이 아니라, 하나의 국민된 입장에서 지금 이것을 간단하게 보지 말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위기라고 그랬는데 (윤 대통령이) 이걸 위기라고 느끼지 않는 것 같다"며 "그리고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얘기를 잘못 들었는지 전자결제로 이걸 발령을 냈다"고 언급했다.

이에 이 회장은 "이 얘기는 '너의 편지는 내가 볼 필요가 없다'라는 선언으로 듣고 있다"며 "얘기해봐야 아무 소용없는 얘기를 왜 하나. 위기라고 계속 경고했는데도 '네 얘기는 듣지 않겠다'는 얘기는 저에 대한, 이 나이 많은 사람에 대한 모욕감을 제가 받았다"고 심경을 밝혔다.

앞서 김형석 재단법인 대한민국 역사와 미래 이사장은 지난 8일 신임 독립기념관장에 취임했다. 그는 친일 과거사 청산 부정과 1948년 건국절을 주장하는 등 '뉴라이트 역사관'이 불거지면서 독립기념관 설립 취지와는 맞지 않는 인사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야권을 비롯해 광복회와 25개 독립운동가 선양 단체로 구성된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 등은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취임에 반발해 정부의 광복절 경축식에 불참을 선언한 바 있다.

이 회장은 특히 정부가 1948년 건국절을 추구하려는 태도에 대해 "그 이전에 나라가 없었다는 얘기다. 건국절이라는 것은 일본인의 강탈을 불법적인 행동을 합법화시키는 것"이라며 "그 이전에 임시정부도, 독립기념, 독립운동도 없고, 일본이 우리를 수탈한 것이 아니라 수출했다고 그러고 이런 식으로 전부 합법화시켜 놓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우리 외교가 이승만 대통령 때부터 지금까지 일본이 불법적으로 강점한 것이라는 전제로 해서 이루어지고 있는데, 건국했다 그러면 강점했다는 사실이 다 없어진다"며 "외교에 있어서도 전부 근본적으로 다 뒤집어지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회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오영섭 독립기념관 임원추천위원장을 마포경찰서에 고소했다고도 밝혔다.

한편 김 관장은 12일 용산 서울보훈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복회와 야당 등을 향해 "여론몰이를 통해 마녀사냥하듯 인민재판을 벌이고 있다. 독립운동가를 폄훼하고 일제강점기의 식민 지배를 옹호한다는 의미로 말하는 뉴라이트가 아니다"라고 반박하며 사퇴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