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정 대표 "상위 큰손 1% 빠지면, 99% 하락 쓰나미"
"한국 주식시장, 개인투자자 약탈장…체질 개선 후 해야"
"이재명 '5년 5억원 면세'도 해법 아냐"
"사모펀드 가입자 로비로 금투세 폐지 못한다는 소문"
◆…국민의힘 김상훈,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왼쪽)이 7일 오전 국회에서 만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발(發) 경기침체 공포로 지난 5일 국내 증시가 대폭락한 뒤 정치권에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논의가 불붙은 가운데, 내년 1월 금투세 시행이 된다면 금투세 대상인 거액 자산가 1%가 아닌 전체 주식 투자자 100%가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또 올해 대규모 세수 부족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금투세는 대규모 세수 감수가 불가피한 명백한 감세 법안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7일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금투세 시행은 1%가 아니라 100%가 피해를 보는 구도"라며 "상위 큰 손 1%가 빠져나가면 작은 손 99%는 하락 쓰나미를 피할 수 없고, 100만 원을 투자한 분들도 손실을 보게 된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강남부동산이 폭락하면 지방부동산도 무너지는 것과 같은 이치"라며 "내년부터 금투세가 시행된다면 엊그제 경험했던 블랙 먼데이처럼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다. 대만이 금투세를 도입했다가 불과 보름 만에 지수가 36%나 폭락하고 폭동까지 일어났다. 비슷한 현상이 벌어질 것"이라고 봤다.
이어 "우리 주식시장 체급은 이를테면 플라이급으로, 금투세 헤비급 선수와 맞붙게 한다면 초죽음 상태가 될 게 뻔하다. 우리 주식시장은 형식적으로는 신흥국으로 분류되지만, 실제로는 후진국 시장에 가깝다"며 "완벽한 시기상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기업 가치 대비 주가 낙후, 기업 지배구조 문제, 불공정 공매도 문제 등 개인투자자 약탈시장이라 불리는 우리 주식시장의 문제 해법을 찾고 개선해 증시가 체력이 강해진 다음 금투세를 도입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는 당연한 주장 아니냐'는 질문에 "얼마 전 임광현 민주당 의원이 알바생도 세금을 내니까 금투세를 과세해야 한다는 논리를 제시했는데, 8, 90%가 손해를 보는 주식투자자와 비교 대상이 아닐뿐더러, 알바 세금은 대부분 환급을 받는다는 점을 간과한 매우 비논리적인 비교"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렇게 따지면 비과세 근로소득자에게도 과세하자는 얘기로도 들리는데 동의하나"라며 "개인투자자 다수 생각은 세금을 내기 싫다가 아닌 공정과세와 조세형평에 맞는 거래세를 내자는 것"이라며 "개인투자자는 연간 8조 원 내외, 거래세의 75%를 내는 일종의 애국자"라고 덧붙였다.
그는 세계 대부분 국가가 금투세를 시행한다는 진성준 의원 주장과 관련해 "첫째, 200개 국가 중 90% 이상이 도입했나. 둘째,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준의 주식시장 중 어느 나라가 금투세 시행 중인가. 셋째, 21대 신동근 의원이 금투세로 주가가 폭락하면 민주당이 책임진다고 국회 공언했는데, 진성준 의원도 그 약속을 이어받겠나"라고 세 가지 질문에 답변해줄 것을 요구했다.
특히 "금투세의 결정적 문제점은 개인투자자만 부담하는 독박과세라는 점"이라며 "부자인 외국인과 기관은 기존에 내던 거래세 인하로 가만히 앉아서 이득을 본다. 전체 사모펀드 중 부동산과 채권 등 600조원에 이르는 사모펀드 초부자 가입자 세금이 최고 기존 49.5%에서 27.5%로 무려 22%나 감세 되어 금투세 시행이야말로 부자 감세"라고 했다. 또 "민주당이 금투세 폐지를 하지 못하는 이유가 감세를 노린 사모펀드 가입자 로비 때문이라는 소문마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재명 전 대표가 '5년 5억원 면세'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해법은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정 대표는 "금투세 두 번째 큰 문제점은 대규모 세수 감수가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증세가 아닌 명백한 감세 법안"이라며 "금투세로 연간 1.3조원 세수 증가를 예상하는데, 세금을 낼 대상자가 미국으로 떠나고, 부동산으로 자금을 빼고, 법인 설립으로 절세를 하면 실제 금투세 세수는 수천억 원 정도가 될 것"이라고 봤다.
이어 "내년부터 거래세가 0.3% 인하되면 자동으로 세수 1조원이 감수하고, 개인투자자 이탈로 거래량이 급감하면 추가로 거래세가 1조 이상 줄어들게 된다. 사모펀드 세금이 약 5조 원 이상 줄어들 것으로 추정되는데, 민주당은 7조원 이상의 감세 부분을 어디서 해결할 건가"라며 "금투세 시행은 불과 수천억 세금을 걷고 뒷구멍으로 수조 원의 세수 감수가 되는 완벽한 악수"라고 거듭 지적했다.
한편 이날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과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첫 회담을 열고 여야 간 견해차가 크지 않은 민생 법안에 대해선 신속 처리하기로 합의한 반면 금투세 폐지에 대해선 입장차만 재확인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회동을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금투세 검토를 부탁한다고 말씀드렸고, 진 정책위의장이 '전당대회 이후 당내의견을 수렴해 보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진 정책위의장은 "금투세에 대해서 '민주당의 입장 정리해달라' 이런 말씀을 하셔서 그렇게 할 계획이라고 했고, 제 개인적인 소신은 국민의 우려가 있는 사안에 대해서 부분적으로 보완을 하더라도 시행은 예정대로 돼야 한다는 입장을 말씀드렸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