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안 좋은 건 알았지만... 술고래들 ‘노화 속도’ 충격

술은 미세먼지와 담배와 더불어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 중 하나다. 술에 포함된 알코올은 암을 유발하고, 뇌를 손상시키는 등 인체에 백해무익이란 주장이 그동안 많이 제기되어 왔다. 적당히 마시면 그나마 건강을 유지할 수 있지만 알코올 의존증까지 가게 된다면, 건강과 일상생활 둘 다 놓칠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최근 알코올 의존증이 기존 만성 질환을 악화시키는 것은 물론, 노화를 급속하게 한다는 연구까지 나왔다. 이 연구 결과는 '정신의학 연구 저널(Journal of Psychiatric Research)'에 게재됐다.

일본 고베대 의학부 연구팀은 DNA 메틸화 데이터 세트를 활용해 알코올과 노화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이 환자 데이터는 독일 튀빙겐에 있는 정신과 및 심리치료 클리닉에서 3주간의 알코올 치료 프로그램 전후에 수집됐다.

이 데이터 세트에는 알코올 의존증이 있는 24명의 환자와 건강한 대조군 23명의 샘플이 포함된 것으로 모든 참가자는 남성이었다. 독일인이 주를 이뤘으며, 그중에서 폴란드인도 한 명 포함되었다.

연구팀은 데이터를 활용해 다양한 요소들을 평가했다. 그 결과, 알코올 의존이 있는 참가자는 건강한 대조군에 비해 노화 과정이 가속화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심지어 관찰된 가속된 노화는 간 질환, 신장 기능 장애 및 심혈관 문제와 같은 만성 알코올 소비와 관련된 알려진 건강 위험과도 동일했다.

아울러 알코올 의존증 치료 프로그램이 생물학적 노화 과정을 늦추는 데 유익한 효과가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 연구팀은 3주간의 알코올 치료 프로그램을 거친 환자들은 분석한 결과 생물학적 노화가 상당히 늦춰졌다고 부연했다.

연구팀은 "사망률과 질병 위험을 예측하는 특정 바이오마커를 확인한 결과 알코올 의존과 관련된 노화 효과 중 일부를 완화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치료 프로그램 이후 환자의 세포 노화 지표인 텔로미어 길이도 증가했는데 이는 노화와 관련된 일부 변화가 역전됐다"고 평가했다 .

알코올과 노화의 상관관계는 이전에도 여러 연구를 통해 알려졌다. 유럽과 미국 대학이 공동 연구한 결과, 매일 맥주를 두 캔 넘게 마시는 사람은 50세를 기준으로 4.4년 더 노화했다. 심지어 맥주 한 캔씩 마셔도 1.7년 더 노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적당한 술이 심혈관계 질환 발생을 줄여준다는 연구 논문도 있었지만,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평소 과음하지 않는 사람은 절제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운동이나 식이요법 등 평소 몸을 열심히 챙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심지어 '유럽 암 예방 수칙'에는 암에 관한 한 술에는 '안전한 양은 없다(no safe limit)＇고 했으며, 보건복지부가 만든 '국민 암 예방 수칙'에도 암 예방을 위해서 하루 1, 2잔의 술도 마시지 말라고 권고하고 있다. 건강을 챙기고, 느린 노화를 원한다면 술은 삼가는 것이 좋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