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단둘이 있는 자리에서 尹 '도와주시면 잘 따르겠다' 해"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으로 '모든 걸 할 수 있다' 착각 벗어나야"
"한동훈-이준석, 대선 주자로 경쟁할 수 있는 계기는 만들어져"
◆…개혁신당 김종인 공천관리위원장이 지난 3월 11일 국회 소통관에서 제2차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회 브리핑을 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3.11 [사진 = 연합뉴스]
김 전 위원장은 2일 보도된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2021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끝나고 다음 날 내가 국민의힘에서 나왔다. 그런데 그날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연락이 와서 '드릴 말씀이 있으니 꼭 뵙고 싶다'고 했다. 근데 약속 하루 전날 윤 전 총장이 제삼자를 통해 약속을 취소했다. 아마 나에 대해 안 좋은 소리를 들었던 모양"이라며 대통령 부부와 얽힌 뒷이야기를 공개했다.
김 전 위원장은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석 달쯤 지나 김건희 여사가 전화를 해 자기 남편을 도와달라고 하더라. 그래서 얼마 뒤에 아크로비스타 지하의 식당에서 만났는데 그때 윤 전 총장 부부가 함께 나왔다"며 "김 여사는 20분쯤 앉아 있다가 먼저 일어섰다"고 했다.
이어 "단둘이 얘기하는 자리에서 윤 전 총장이 '앞으로 도와주시면 잘 따르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도와주기 시작했는데 윤 전 총장이 대통령 후보가 되니까 마음이 바뀐 것 같다"고 했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1월 5일 선대위 해산을 천명하며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 결별했다. 당시 김 전 위원장이 선대위 전면 개편 계획을 전격 발표한 지 이틀 만이었다.
김 전 위원장은 윤 대통령을 향해 "대통령에게 주어진 헌법상 권한을 가지고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야당과 최소한도의 협치라도 해야 하는데 그런 모습이 전혀 없다"고 쓴소리했다.
이어 "특히 관료들은 대통령의 성공에 대해 별 관심이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그 사람들은 다음 정권에서도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자기 마음대로 후계자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건희 여사를 보좌할 제2부속실 설치에 대해선 "김건희 여사의 성향을 볼 때 큰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며 "그렇게 해서 잡힐 거 같으면 진작에 자제했겠지"라고 말했다.
한동훈 대표 당선에 대해선 "일반 국민은 총선 참패가 그 사람 책임이 아니라는 것을 다 안다. 총선은 윤석열 정부 2년에 대한 평가였던 것이고, 오히려 한 대표는 패배를 최소화하는 데 기여했다고 보는 사람이 많다"며 "한 대표가 당심과 민심 양쪽 모두에서 60%가 넘는 득표를 거뒀다. 마치 2021년 전대에서 이준석 대표가 당선됐을 때와 비슷하다"고 했다.
'한 대표와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과 비교하면 어떤지' 질문에 "이 의원이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 승리에 기여했는데 국민의힘에서 쫓겨났다. 그래도 이번 총선에서 당선됐기 때문에 2027년 대선 때 유력 주자가 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됐다"고 높게 평가했다.
이어 "여기에 한동훈 대표까지 등장하면서 보수 진영의 세대교체 가능성이 훨씬 더 농후해졌다"며 "두고 봐야 하지만 한 대표와 이 의원이 대통령 후보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는 계기는 만들어졌다"고 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