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판 채해병 사건”.. 세관 마약수사 외압 의혹 ‘일파만파’

조지호 경찰청장 인사청문회, 세관 마약수사 외압 의혹 쟁점

범야권 “경찰판 박정훈 대령 사건... 외압으로 느낄 수밖에”

채상병 건에서 언급된 이종호, 세관 마약수사 건에도 등장

"야, 이건 경찰판 박정훈 대령 사건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조지호 경찰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서울 영등포경찰서의 세관 마약수사 외압 의혹이 쟁점으로 다뤄졌다. 범야권에서는 해당 의혹이 해병대 채상병 순직사건 수사 외압 의혹과 비슷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구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으로 유죄를 선고받은 이종호 전 블랙펄 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채상병 관련 의혹에 이어 세관 마약수사 관련 의혹에도 언급됐다. 이에 따라 해당 사안이 향후 정국 뇌관으로 떠오른 분위기다.
 

세관 마약수사 외압 의혹.. 골자는

국회는 지난 29일 조지호 경찰청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개최했다. 범야권 의원들은 해당 청문회에서 경찰 고위간부가 연루된 세관 마약수사 외압 의혹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해당 의혹은 지난해 서울 영등포경찰서 수사팀이 말레이시아 마약 조직의 필로폰 밀반입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당시 영등포수사팀은 마약 조직원들과 세관 직원들 간 유착 의혹을 수사하던 중, 경찰 상부로부터 부당한 외압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백해룡 전 영등포경찰서 형사2과장(경정)은 이날 청문회에서 세관 마약수사 외압을 주장하며 "간사단과 (세관 마약수사 관련) 예정된 브리핑을 진행하기로 했는데 서장님이 '브리핑 안 하면 안 되겠냐'고 하셨다"고 지난해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서장님께 '이미 간사단과 약속했기 때문에 안 된다'고 답변했다"면서 "그러니 서장이 다시 전화해 '용산에서 알고 있고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이건 지시니 따르라고 했다. 그래서 수용하게 됐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서장의 브리핑 연기 지시에 대해서 "'용산에서 아주 안 좋게 보고 있다'고 했다. 밤중에 전화하셔서 그런 말을 하실 수는 없는 것"이라고 각을 세웠다. 해당 발언에서 언급된 '서장'은 김찬수 서울 영등포경찰서장으로 현재 용산 대통령실 파견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범야권 "경찰판 박정훈 대령 사건"

세관 마약수사 외압 의혹에 대해, 범야권 의원들은 이날 경찰청장 청문회에서 채해병 순직사건에 빗대면서 검증을 이어갔다.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이날 청문회에서 "백해룡 증인에게 직속상관을 포함해 세 군데서 연락이 온다"며 "서울청과 영등포경찰서, 그리고 업무연관성이 없는 수원남부서까지 연락 온 건 이상하다. 외압으로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자 백 전 과장은 해당 의혹을 공수처에 고발한 상황이라며 "고발장에는 관세청·경찰·검찰 이야기가 있다. 이 세 기관을 움직일 수 있는 곳은 제가 생각하는 바로는 한 군데밖에 없다"고 답변했다. 이는 용산 대통령실을 에둘러 짚은 것으로 해석된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도 같은 날 청문회에서 조지호 경찰청장 후보자에게 "작년 10월 서울경찰청 국정감사에서 마약수사 외압 의혹에 대해 채상병 사건처럼 되지 않을 수 있게 해달라고 지적사항으로 남겼다"며 "이에 대해 윤희근 경찰청장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격노했다"고 짚었다.

아울러 "윤희근 경찰청장이 (외압 의혹 당사자인) 조병노 경무관에 대한 감찰지시·징계요청을 직접 했음에도 결과가 '불문'이었다"며 "최근 5년간 중앙징계위 회부된 경무관 이상 경찰간부 중 유일한 불문 처분"이라고 지적했다.
 

'채상병' 이어 '세관 마약'에도 언급된 이종호

한편, 세관 마약수사 외압 의혹 당사자로 언급된 조병노 경무관에 대한 추궁도 이어졌다. 조 경무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으로 유죄를 선고받은 이종호 전 대표가 과거 '승진시켜 주겠다'고 언급한 경찰 인사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이날 청문회에서 조지호 경찰청장 후보자에게 "윤희근 청장은 최소한 조병노 경무관에게 직권경고했다"며 "그런데 후보자는 정반대다. 수사 외압에도 마약범죄를 끝까지 파헤치려던 수사팀장에 대해 감찰하고, 경고하고, 좌천성 인사까지 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경찰청장이 직접 경고한 조병노 경무관에 왜 아무 조치가 없나. 인사조치 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조 후보자는 "검토하겠다. 충분히 검토할 가치가 있다고 본다"고 답하면서 향후 조 경무관에 대한 문책 가능성을 열어놨다.

계속해서 더불어민주당 박정현 의원도 조 후보자에게 "조병노 경무관에 대해 인사문책 무마를 한 이종호씨가 누구를 움직여 징계무마를 했는지, 그 사실을 밝혀내는 게 중요하다"고 질의했다. 그러면서 "특히 이종호씨는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공범"이라고 짚었다.

아울러 "이 대표는 해병대원 사망사건 관련 임성근 전 사단장 구명로비도 한 사람이다. 정권 핵심과 연결된 것"이라며 "이 대표 자체가 인사혁신처에 징계무마 외압을 행사한 것 같지는 않고, 그 가운데 누군가 있을 텐데 그분을 밝혀내야 하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조 후보자는 "이종호씨가 조병노 경무관을 암시하며 '승진시켜 주겠다'고 얘기한 건 파악한 바"라며 "(조병노 경무관에 대한) 징계위기를 설명하고 구명했다에 대해서는 수사 단서가 없다"고 거리를 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