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성준 "상속세 개편 세법개정안, '초부자 감세'...방향성 자체도 잘못"

진성준 "세제 개편안이 서민 감세? 통계 장난"
"상속세, 방향부터 잘못…근로소득세보다 더 낮은 세율 적용이 합당한가"
"자녀 공제 5억원, 아파트 가격 상승으로 중산층 상속세 부담 현실 악용"
"세수 감소 분명…재정건전성 고려해 별도 세수 확보 대책 내놔야"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6일 상속세 개편 등을 골자로 한 정부의 세법개정안 발표에 대해 '초부자감세'라고 비판했다. 국회의 세법심사 과정에서 거야(巨野)의 '벽'을 넘어야 하는 상황에서 향후 정부에 난제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진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전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입장문을 통해 '민주당은 정부의 세법 개정안을 거부하겠다'며 밝힌 것과 관련해 "기획재정위원들이 검토한 결과 초부자 감세로서 수용하기 어렵다라고 하는 결론"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진 정책위의장은 '서민 중산층 감세' 주장에 "통계 장난에 불과하다. 감세 조치로 향후 5년간 감세액이 순액법으로 계산할 때 4조 3천억이라고 하는데, 그중 4조원이 상속세 감세로 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통계를 보니 연간 상속 발생 건수가 한 35만명 정도 되는데, 그중 상속세를 납부하는 분은 한 2만여명이다. 한 5, 6% 정도만 상속세를 납부한다는 것인데, 그 상속세의 90% 이상은 과표 30억 초과 상속자, 한 2400여명 정도가 내고 있는 거다. 이번 감세조치의 대부분이 상속세 완화로 발생하는 것이라면 초부자 감세가 맞다"고 했다.

그는 "방향성 자체도 잘못됐다"며 "근로소득세 최고세율이 45%인데 부모로부터 상속받은 재산에 대해 내는 최고세율을 40%로 낮추자고 하면 노동으로 인한 소득세보다 훨씬 더 낮은 세율을 적용받게 되는 거다. 이게 합당한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전날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정부는 올해 세법개정안의 감세효과를 순액법으로 4.4조라고 하지만, 실제 감세효과를 나타내는 누적법으로 계산하면 향후 5년간 18.4조원에 달한다. 특히, 대기업 최대주주 할증과세 폐지와 가업상속공제 확대에 따른 감소분을 고려하면 감세규모는 훨씬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특히 "이번 세법개정안은 자산에 대한 과세체계를 크게 약화시킨 것으로 우리 국민들의 자산불평등을 심화시키고 부의 대물림을 강화함으로써 사회의 역동성을 크게 저하시킬 것으로 예상되어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정부는 현행 세법에 따라 2025년 세입을 준비하라"고 촉구했다.

상속세 개편에서 자녀공제를 1인당 5천만원에서 5억원으로 높인 것에 대해 진 정책위의장은 "서울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크게 상승해서 집 한 채 갖고 있는 이른바 중산층들도 상속세 부담이 커졌다는 게 현실이지만 그것을 이유로 들어 악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차라리 집 한 채 갖고 있는 중산층들의 세부담을 감안한다면, 현재 일괄로 5억원까지 공제를 해주고 있으니, 일괄공제의 한도를 조금 높이는 방향이 오히려 더 적절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최대주주 보유주식 할증평가 폐지에 대해서도 "최대주주에게 부여되는 경영권 프리미엄에 대한 할증과세를 폐지하겠다고 하는 것인데, 최대주주의 상속 부의 대물림을 활성화시켜주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또 "그렇게 대주주들이 배당으로 돌리는 부분을 늘리면 그 증가분의 5%를 세액에서 감액해주겠다고 하면 법인세를 그만큼 줄이는 것인데, 대주주가 배당소득을 가져가고 법인세도 감세해주고 이런 이중혜택이 어디 있나. 재벌 대기업에게 혜택을 몰아주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재정건전성을 금과옥조처럼 얘기하는 분들이 재정 확보 대책은 전혀 내놓지 않고, 부자감세에 집중되는 감세정책을 지속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세법개정안으로 하면 세수감소가 분명하기 때문에 재정건전성과 지속성을 고려해 정부가 별도의 세수 확보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재명 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실거주 1주택자의 경우 종합부동산세 완화를 주장하는 데 대해선 "징벌적 과세엔 동의하지 않으나, 1가구 1주택 실거주자에 대해 뭔가 고려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의견은 당내에도 많이 있다"고 했다. 이어 "1가구 1주택 장기보유자는 최대 50%까지 감세해주고 있는데, 장기보유자가 아니라 장기거주자 혜택 강화는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또 이 후보가 제안한 연간 1억씩 5년간 5억까지는 금융소득 과세 면제에는 "이재명 대표도 '예정대로 시행돼야 된다'에는 공감한다. 다만 일각의 조세저항이 우려되는 부분에는 당이 검토해야 되지 않느냐는 의견"이라며 "저는 금투세를 예정대로 시행하되 국민들이 우려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부분적으로 손질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날 기획재정부는 세율, 과세표준(과표), 공제까지 상속세 일괄개편을 골자로 한 2024년 세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상속세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10%포인트 떨어뜨리고, 과표도 구간별 세부담을 줄이는 쪽으로 조정한다. 무엇보다 자녀공제를 1인당 5천만원에서 5억원으로 대폭 높인다. 일괄공제(5억원)와 배우자공제(5억~30억원)는 조정하지 않는다. 종합부동산세 개정은 막바지 논의에서 추진하지 않는 쪽으로 정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번 세법개정안은 향후 5년에 걸쳐 약 4조4천억원의 세수감소를 가져올 것"이라며 "올해 국세수입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내년 이후 수출 증가에 따른 기업실적 호조, 투자촉진 등의 정책효과가 나타난다면 전반적 세수 여건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