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격노설과 해병대수사단 항명 논란①

“구명조끼만 입혔어도”.. 해병대 채상병 순직 1주기

해병대 수사단의 사건 이첩에, 국방부 검찰단은 회수

정치권에서는 ‘윤 격노설’ 제기돼... 용산서 무슨 일이

"아들의 1주기 전에 경찰 수사가 종결되고 진실이 밝혀지기를 바란다" (해병대 故채모 상병 어머니)

지난해 7월 19일 수해사고 실종자 수색 중 급류에 휩쓸려 순직한 해병대 채모 상병의 1주기가 다가왔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관련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분위기다.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기록 경찰 이첩 및 국방부 검찰단의 회수, 경북경찰의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불송치 결정, 공익신고자의 '임성근 구명 로비설' 등으로 의구심이 증폭되는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제22대 국회 당론 1호로 '채상병 특검법'을 내세웠다.

이와 관련, 채상병 순직사고 관련 주요 과정을 되짚어 본다.

"구명조끼만 입혔어도".. 해병대 채일병 순직

지난해 7월 19일 오전 경북 예천. 해병대 1사단이 집중호우로 인한 실종자 수색에 나선 가운데, 한 해병대원이 수중수색 작전 중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당시 내성천 일대에서 인간띠 작전으로 실종자를 수색하던 중 지반이 무너지며 채모 일병과 해병대원 2명이 급류에 휩쓸렸는데, 다른 대원 2명은 스스로 빠져나왔지만 채 일병은 급류에 떠내려갔다.

이날 사고 현장에 도착한 채모 일병 부모는 거센 물살 속 수중 수색작전을 지시하면서 왜 해병대원들에게 구명조끼를 입히지 않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현직 소방관인 채 일병 아버지는 해병대 현장지휘관 등에게 "구명조끼가 그렇게 비싼가. 물살이 얼마나 센데"라며 "구명조끼도 안 입히는 군대가 세상에 어디 있느냐. 기본도 안 지키느냐"며 나무랐다.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채모 일병은 실종 14시간 만에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튿날 채 일병은 해군포항병원에서 공식적으로 사망 판정을 받았고, 생전 소속부대였던 해병대 제1사단장 권한으로 1계급 추서 진급했다.

대통령 '격노설'에... 수사결과 보고서 '회수'

채상병 순직사고와 관련, 해병대는 자체 수사단을 꾸려 관련자 및 관련부대 수사에 나섰다. 이후 해병대 수사단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과실치사 혐의로 보고 수사보고서를 경찰에 이첩했는데, 이 과정에서 대통령 격노설 및 박정훈 수사단장 항명 논란 등이 불거진 상황이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은 지난해 7월 30일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에 대해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한 수사결과를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대면보고했다. 특히 임 전 사단장에 대한 혐의 사실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는데, 이 장관은 이날 대면보고를 받은 이후 수사보고서에 결재했다.
  그러나 이튿날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회의에서 대통령이 해병대수사단 수사 결과에 대해 격노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후 이 전 장관은 자신의 결재를 번복하며 박 전 수사단장에게 사건기록 경찰 이첩 보류를 지시했고,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은 관련자 혐의사실 제외 등에 관한 연락을 해병대 수사단에게 했다.

해병대 수사단은 지난해 8월 2일 임 전 사단장 등 8명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명시한 수사결과를 경북경찰청에 이첩했다. 이에 대해 박 전 수사단장은 지난해 6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입법청문회에 출석해 "이 사건의 이첩 보류의 본질은 혐의자 혐의 내용을 빼고 결국 수사를 축소하고 왜곡하고 변질하라는 것"이라며 "그러면 제 부하들이 허위공문서 작성에 범죄자가 되는 것이고, 해병대사령관과 저는 직권남용죄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전 수사단장 등이 경찰로 사건 기록을 이첩하자, 국방부 검찰단은 경북경찰청에서 해당 사건기록을 회수하고 박 대령을 항명 혐의 등으로 입건했다. 아울러 이날 윤 대통령이 우즈베키스탄 출장 중인 이 장관에게 개인전화로 3차례 통화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박 전 수사단장 측은 이 전 장관이 해병대 1사단장 등에 대한 혐의 적시 및 경찰 이첩에 대한 입장을 바꾼 데 대해서 대통령 및 대통령실 외압이 작용한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반면 이 전 장관 측은 사건 이첩보류 명령 지시가 국방 장관의 적법한 지휘행사라고 맞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