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韓, 제조업 비중 높고 녹색금융 인프라 부족…금융배출량 감축 한계”

한은, ‘최근 국내은행의 금융배출량 관리현황 및 정책적 시사점’ 발표

금융배출량 측정 방법 등 개발단계…공시정보 시점간, 은행간 비교 어려운 상황

금융배출량 작년 1.57억톤 추정…정부 에너지 전환 정책 영향으로 감소세 전환

“금융배출량 목표와 실제치 다를 경우 글로벌 투자자금 이탈로 경쟁력 저하에 직면 가능성“

“관리지표 다양화, 녹색투자 유인 제고, 기후공시·녹색금융 표준화 등 개선 필요“

우리나라는 제조업 비중이 높은 산업구조, 중소기업 중심 여신구조, 녹색금융 인프라 부족 등이 국내은행의 금융배출량 감축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은행이 금융배출량 감축 중간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관리지표 다양화, 녹색투자 유인 제고, 기후공시 및 녹색금융 표준화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은 17일 'BOK 이슈노트: 최근 국내은행의 금융배출량 관리현황 및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금융배출량은 금융기관들의 탄소배출 감축 노력을 측정·평가하는 핵심지표로서 금융기관이 신용공급(대출, 주식, 채권 매입 등)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에 간접적으로 기여한 부분(Scope 3 온실가스 배출량에 해당)을 의미한다.

Scope1 배출량은 기업이 직접 배출한 온실가스를, Scope2 배출량은 전기·열 사용에 따른 간접배출량을, Scope3 배출량은 기업의 가치사슬에서 발생하는 기타 간접배출량을 모두 합한 것을 뜻한다.

보고서에 의하면 현재 상당수 은행이 2050년 금융배출량 Net Zero 달성을 선언하고 감축 전략 등을 자율 공시중이나 금융배출량 측정 방법 등이 개발단계에 있어 공시정보의 시점간, 은행간 비교가 어려운 상황이다.

보고서는 은행별 측정방식 및 평가자산 커버리지 차이 등으로 일관성 있는 분석이 어려운 점을 감안해 PCAF가 제시하는 방법을 활용해 국내은행의 금융배출량(기업대출, 채권, 주식 대상) 수준과 변화 추이를 자체 추정했다.

국내은행의 금융배출량(기업신용)을 추정한 결과 2023년 기준 1.57억톤으로 2022년 이후 감소세로 돌아선 모습이다. 다만 이는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따른 발전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의 직간접 영향에 주로 기인하며 은행 감축 노력의 직접적인 결과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NDC 감축효과를 반영한 금융배출량 추정 결과 2030년 국내은행의 금융배출량 규모는 1.219~1.223억톤('19년 대비 △26.7~26.9%)까지 축소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나 은행들이 설정한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감축 노력이 동반되어야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보고서는 제조업 비중이 높은 산업구조, 중소기업 중심 여신구조, 녹색금융 인프라 부족 등이 국내은행의 금융배출량 감축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박상훈 한은 지속가능성장실 지속가능성장연구팀 과장은 "우리나라는 여타 산업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고 배출량 감축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제조업의 비중이 높아 국내은행들이 금융배출량을 단기간에 일정 수준 이상으로 감축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탄소배출 감축 유인이 적고 친환경기술 개발 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대한 은행 여신이 많은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며 "녹색금융 분류 기준, 은행내 성과지표 체계, 차주 탄소배출정보 등에 대한 인프라 부족으로 녹색금융상품 취급을 통한 금융배출량 감축 전략이 본격화되기 어려운 여건"이라고 분석했다.

박 과장은 공시한 목표치와 실적치가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은행의 경우 평판리스크에 노출되거나 글로벌 투자자금 이탈 등으로 인한 경쟁력 저하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은행들이 공시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단순히 탄소집약적 업종에 대한 신용공급 축소로 대응하는 경우에는 은행의 금융배출량 감축 노력이 오히려 저탄소경제 전환을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우려했다.

박상훈 과장은 "은행이 차주의 실질적인 온실가스 배출 감축 노력을 유도하고 금융배출량 감축 중간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관리지표 다양화, 녹색투자 유인 제고, 기후공시 및 녹색금융 표준화 등의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