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가 김계환 사령관? 용산에 대한 협박일수도"…野 "해괴한 변명"

박정훈 전 수사단장 법률대리인 "VIP에 김계환 넣어보면 안 맞아"
"김계환 사령관이 이첩 보류시킨 게 아니지 않나"
"임성근, 구명 로비 시점이 안 맞는다? 궁색한 반론"
"VIP 움직인 세력이 있는데, 이모씨가 주인공은 아니었던 듯"
대통령실, "대통령 부부 관련 없어…허위 사실 유포 강력 대응"
민주 "언제부터 해병대사령관이 VIP?...차라리 천공이라 둘러대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공범 이모씨가 지난해 8월 지인과 통화하면서 대통령에게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구명을 로비했다는 취지로 말한 녹취록이 공개된 이후, 이씨는 통화 녹취에서 언급한 'VIP'가 '김계환 사령관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의 변호인은 "VIP에 김계환 사령관만 넣어 봐도 말이 안 된다는 걸 알 수 있다"며 "김계환 사령관이 이첩 보류시킨 게 아니지 않나. 이첩 보류는 최소 국방장관이 한 것이고, 그 윗선으로 갈 순 있지만 아래로 내려갈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박정훈 전 수사단장의 법률대리인인 김정민 변호사는 11일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이 전 대표가 혹시 바보모드, 사기꾼모드로 '허풍 쳤다', '거짓말했다'라고 하면 참 애매해지는데 다행히 이분이, 내가 VIP 얘기를 꺼내긴 했지만 '허풍이었다'가 아니라 '김계환 사령관이다'라는 말을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변호사는 "녹취에 김계환을 넣어 보면 안 맞는다"며 "김계환 사령관은 원래대로 하기 위해서 굉장히 버텼는데 김계환 사령관에게 로비해서 성공했다? 말이 안 된다"며 "오히려 김계환 사령관이라고 말한 것은 약간의 의도가 깔린 거 아니냐. 내가 언제까지 침묵할 것 같으냐라는 일종의 용산에 대한 협박같이 느껴진다"고 주장했다.

이어 "VIP가 결국은 이 문제의 핵심이다. 이첩 보류가 'VIP에 의해서 됐다'라는 걸 인정해버리는 셈이다. '내가 VIP에게 풀었고, 그 VIP가 결국은 이첩 보류를 시켰다', 이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거기 때문에 이건 상당히 우리가 반길 만한 대응 아니었나 싶다"고 부연했다.

이씨는 투자자문사 블랙펄인베스트먼트 전 대표로,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에서 '2차 주가조작' 컨트롤타워로 지목된 인물이다.

임성근 전 사단장 구명운동 정황이 담긴 이 전 대표와 지인인 공익제보자의 대화 녹취(2023년 8월 9일 통화)에 따르면, '임 사단장이 사표 낸다고 OO이가 전화가 왔더라고. 그래가지고 내가 '절대 사표 내지마라. 내가 VIP한테 얘기하겠다' 원래 그거 별 3개 달아주려고 했던 거잖아' / '위에서 그럼 지켜주려고 했다는 건가요? VIP 쪽에서?' / '그렇지. 그런데 이 언론이 이 XX들을 하네' / '그럼 얘기가 원래 다 돼 있었던 거예요?' / '내가 얘기를 풀었지'라고 말하는 내용이 담겼다.

임성근 전 사단장이 사표 낸 시점하고 구명 로비한 시점이 안 맞는다고 반박한 데 대해 "참 어이없다"며 "그분 그동안 써왔던 진술서의 수준과는 너무 떨어지는 얘기다. 왜냐하면 이 녹취록 속에 '내가 8월 9일 날 VIP에게 풀었다는 말이 나오나. 한참 전에 풀었던 얘기를 지금 하고 있는 건 너무나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이이 "그 녹취록에 '내가 오늘 VIP에게 풀었어'라고 하나. 한참 과거 얘기를 하고 있지 않나. '내가 VIP에게 풀어서 해결됐다' 그게 7월 31일이 아니라는 증거가 여기 있나.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그만큼 궁색하지 않나 (싶다). 그동안 임성근 사단장님의 나름대로 날카로웠던 반론에 비하면 너무 무디고, 당황하고 있거나 자기 변론만큼 진지하지 않지 않느냐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임 전 사단장은 지난 10일 입장문을 내고 "(청와대 경호처 출신인) A씨든 이 전 대표든 임성근을 위해 누군가를 상대로 로비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당시 임 전 사단장은 해병대 수사단 수사 과정에서 혐의를 받았고, 지난해 7월 28일 오전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에게 사의를 표명했기 때문에 이 전 대표나 A씨는 이종섭 전 장관이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 결과에 대한 결재를 번복한 7월 31일까지 이 사실을 알지 못했으므로 구명 로비를 할 수도 없었다는 취지다.

임 전 사단장이 사의를 표명한 사실이 언론 보도로 알려진 것은 그 이후인 지난해 8월 2일이다. 임 전 사단장은 "사의 표명 전후로 어떤 민간인에게도 그 사실을 말한 바 없다"며 "A씨가 사직 의사 표명 사실을 알았다면 아마도 언론을 통해 알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이 전 대표가 이첩 보류 사태에 깊게 개입돼 있진 않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는 "(이첩 보류) 주역이었다면 오히려 감추려고 할 거다. '내가 괜히 쓸데없이 끼어들었다' 이거는 가벼운 얘기다. 내가 굉장히 깊게 개입됐다면 저렇게 무책임한 말은 할 수는 없을 거다"라며 "뭔가 대통령을 움직인, VIP를 움직인 세력이 있는데 자기는 거기서 주인공은 아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확히 8월 9일 녹취에는 대통령으로 추정되는 VIP 표현이 있다. 중요한 정보는 이 전 대표가 거기에 어떤 영향을 미쳤느냐는 배제하더라도, 이첩 보류 사태는 대통령에 의해 기획됐다는 게 나온다"며 "이 전 대표는 이 로비의 주체, 주역이었는지 모르나 그 로비가 어떻게 흘러가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고, 그 로비에 청와대 경호처 출신 송 아무개가 관여돼 있다라는 게 핵심적인 정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임성근 사단장의 애로사항을 전달하고 '형님, 우리가 도와줘야 되지 않겠습니까'라는 로비를 했다는 구명 운동의 시작점이 송 아무개로부터 시작하지 않나"라며 "정리해보면 8월 9일 통화로, 첫째 이첩 보류는 VIP에 의해서 됐구나, 그 다음 구명 활동의 시작에 송 아무개가 관여돼 있구나. 그 모든 것들은 이 전 대표도 적어도 알고 있구나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대통령실은 전날 공지를 내고 임 전 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에 대해 "대통령실은 물론 대통령 부부도 전혀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또 "근거 없는 주장과 무분별한 의혹 보도에 대해 심히 유감을 표한다"며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해서는 강력히 대응할 방침"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임성근 구명 로비' 의혹과 관련해 "국정농단이라는 망령이 대한민국을 떠돌고 있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박찬대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범 이종호 씨가 VIP는 대통령이 아니라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라는 해괴한 해명을 내놓았다. 이게 말인가, 막걸리인가"라며 "언제부터 해병대사령관을 VIP라고 불렀나? 차라리 천공이라고 둘러댔으면 더 설득력이 있지 않았을까"라고 직격했다.

박 직무대행은 "백번 양보해서 사령관에게 로비한 결과가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서 대통령실이 벌집쑤신 듯 일제히 움직이게 만들었다는 말인가. 상식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노종면 원내대변인도 이날 서면 브리핑을 내고 대통령실의 구명 의혹에 대한 반박 입장에 대해 "엄포로 끝날 일이 아니다"며 "대통령실 주장대로 녹취가 허위라면 지금 당장 고소하시라. 의혹을 해소하고 싶다면 특검 수사를 수용하시라"며 "대통령이 어떤 형태로든지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상식적"이라고 특검 수용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