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유튜브, 9살의 오페라 신동 Amira Willighagen가 Holland's Got Talent에 출연하여 '잔니 스키키'의 아리아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를 부르는 모습)
푸치니 오페라 '잔니 스키키'의 아리아 중 한 대목이다.
가사만 놓고 보면 마치 딸이 아버지에게 결혼을 승낙해 달라는 청원 같다. 하지만 실상은 결혼을 앞둔 딸('라우레타')이 아버지('잔니 스키키')에게 남자친구('리누치오')의 친척인 부오조 도나티로 위장하여 공증인 앞에서 친척들에게 재산을 상속한다는 유언을 해달라고 간청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큰 부자인 부오조 도나티가 임종을 앞두고 전 재산을 수도원에 기증한다는 유언장을 작성해 놓았다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이다.
부오조 도나티는 곧 사망하고 친척들은 집안을 뒤져 유언장을 찾아 내용을 확인하고 충격에 빠진다. 소문과 같이 수도원에 모든 재산을 기부하는 것으로 쓰여 있었기 때문이다.
이때 친척 중 결혼을 앞 둔 리누치오가 라우레타를 꼬드겨 잔니 스키키가 부오조 도나티의 변장하여 유언을 조작하자는 아이디어를 낸다.
처음에는 달가워하지 않던 잔니 스키키는 사랑하는 딸의 간청에 결국 승낙을 한다.
부오조 도나티로 완벽하게 변장한 잔니 스키키는 의사와 공증인을 속이는 데 성공한다. 한데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공증인 앞에서 그는 내 모든 재산은 나의 유일한 친구인 잔니 스키키(자신)에게 주고 기타 소소한 살림살이들은 친척에게 나누어 준다고 한 것이다.
공증인이 떠난 후 친척들은 잔니 스키키를 응징하려 한다. 하지만 내 집에서 당장 떠나라는 잔니 스키키의 불호령에 혼비백산하여 도망친다. 물론 소소한 살림살이는 알뜰히 챙겨서…
수년 전, 사후 모든 재산을 카이스트에 기부한다는 유언을 남기고 돌아 가신 분이 있었다. 고인은 자녀들이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고 있고 경제적 어려움이 없었지만 생전에 유언의 내용이 알려지면 가족 간 갈등을 유발하여 기부에 차질이 빗어질 수도 있음을 우려하였다. 그리하여 고인은 유언장의 존재는 비밀에 붙였다.
가족들은 고인이 유언장을 비밀리에 작성하여 공증까지 마쳤다는 사실을 조문객을 맞는 과정에서 알게 되었다. 유족들은 고인의 노력으로 일구어 온 재산이니 고인의 뜻에 따라 기부하겠다면 말리지는 않았을 것인데 생전에 자신들에게 알리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했다.
비밀 유언장이 오히려 가족간 갈등을 부추긴 셈이 되어 버린 것이다. 유류분 소송을 제기하려 한 것이다.
망인이 사망 전에 제3자에게 증여를 한 재산은 원칙적으로 사망 전 1년 이내에 증여한 재산만 유류분 반환청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예외적으로 증여 당시에 유류분 권리자 즉 공동상속인에게 손해를 가할 것을 알고 증여한 경우에는 기한의 제한없이 유류분반환청구를 할 수 있다.
위 사례에서 고인의 유족들이 유류분 소송을 제기하였는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기부는 공개적인 것이든 비밀리에 한 것이든 선한 행동으로 본인은 물론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각박한 세태가 되었다하지만 비밀리에 선행을 베푸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이왕이면 미국의 워렌 버핏이나 빌 게이츠처럼 생전에 공개적으로 밝히며 하는 것이 좋겠다. 빈부격차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즈음에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으니 말이다.
라우레타의 절절한 청원은 어쨌든 성공하였다. 그 자신이 잔니 스키키의 상속인이니까. 물론 잔니 스키키가 모든 재산을 수도원에 기부한다는 비밀 유언장을 별도로 만들지 않았다면 말이다.
법무법인 원/Heritage ONE Team
정찬우 고문
[약력]성균관대 법학박사, 롯데복지재단 감사
[저술]통일세 도입론, 2024년 상속세 및 증여세법 해설 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