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1주기 다가오는데… 특검법 놓고 '거부권' 정국 대치

野 "채상병 순직 1주기 19일까지 특검법 처리" vs 與 "거부권 재행사 건의"

민주 '2특검(채상병·김여사)·4국조(채상병·양평道·방송장악·동해유전개발의혹) 추진

22대 국회 첫 법안으로 '채상병 특검법'이 통과된 가운데 여당인 국민의힘이 반발하면서 5일 예정된 국회 개원식이 연기됐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추진 중인 '김건희 특검법'과 '방송법' 등 여야 쟁점 법안은 산적해 있는 상태다.

특히 오는 19일 채상병 사망 1주기가 다가오는 가운데, 공교롭게도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시점과 불가피하게 맞물리는 모양새여서 국민적 관심도를 더욱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채상병 특검법은 4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190명 가운데 찬성 189명, 반대 1명으로 가결됐다. 국민의힘은 법안이 상정된 직후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신청해 24시간 이상을 버텼으나 우원식 국회의장이 4일 오후 5시 53분 강제 중단시키고 직권 상정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사실상 국회 일정을 전면 보이콧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민주주의의 흑역사를 쓰고 있다"며 유감을 표했다. 노종면 원내대변인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용산의 지시에 끌려다니는 여당의 처지를 모르지 않지만 여야가 합의한 일정, 그것도 대통령이 참석하는 개원식 하루 전날 불참을 통보하는 비상식과 무례함에 할 말을 잃게 된다"며 "1987년 민주화 이후 국회 개원식 파행은 한 번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채상병 순직 1주기인 오는 19일까지 특검법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채상병 특검법을 또 다시 거부한다면 폭풍같은 국민의 분노에 직면할 것"이라며 "그에 따른 후과가 어떨지는 권력을 농단하다 몰락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후가 잘 말해 주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다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번에도 국민의힘 이탈표 규모가 주목되는데, 국회 재적의원 300명 전원이 참여할 경우 재의결을 위해서는 3분의 2인 200표가 필요하다. 범야권은 192석으로는 전원 찬성표를 던지더라도 8표가 부족한 상태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은 5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미 당에서 거부권 재행사 건의를 하기로 했고 법무부 장관도 같은 입장인 것으로 공개를 했다"며 "이 법안 자체가 지난 21대 국회 말에 즉, 거부권 행사할 때와 달라진 점이 전혀 없기 때문에 일관성을 유지해야 되지 않겠나. 또 공수처에서 지금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이니까 그 결과를 보고 다시 판단해도 늦지 않다"고 했다.

■ 민주 '2특검(채상병·김여사)·4국조(채상병·양평道·방송장악·동해유전개발의혹)' 추진 민주당은 채상병 특검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 시작으로 '2특검(채상병·김건희 여사)·4국정조사(채상병·양평고속도로·방송장악·동해유전개발 의혹) 추진의 고삐를 죄고 있다. 황정아 대변인은 5일 국회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은 2특검 4국조 체제를 계획대로 추진해나가고 있다"고 했다.

황 대변인은 "국민권익위원회가 김건희 특검법과 관련해 내부 의견이 팽배했음에도 수사를 종결하고, 자문 의뢰가 없었던 것이 언론 보도를 통해 확인됐다"며 "권익위는 (사건을) 날림 종결 처리하더니 검찰은 김 여사를 수사하지 않고 뭉개고 있어 특검법 재추진 필요성만 점점 강화되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 등 야권에서는 22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김 여사를 둘러싼 의혹과 관련된 법안들을 쏟아내고 있다. 민주당은 21대 국회에서 윤 대통령의 거부권에 막혀 폐기된 '김건희 특검법'과 관련해 지난 13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부터 명품백 수수 의혹 진상 규명에 초점을 맞춘 특검법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발의한 바 있다.

민주당 이성윤 의원은 이에 앞서 5월 31일 김 여사와 관련된 7대 의혹에 더해 공무원의 무마·은폐 등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과 불법행위 의혹도 포함된 '김건희 종합특검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7대 의혹은 ▲주가조작 의혹 ▲허위 경력 기재 통한 사기 ▲뇌물성 전시회 후원 ▲대통령 공관 리모델링·인테리어 공사 관련 특혜 ▲민간인의 대통령 부부 해외 순방 동행 ▲명품 가방 수수 의혹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등에서의 특혜 등이다.

이성윤 의원실 측은 지난 1일 조세일보에 법사위에 계류 중인 김건희 특검법과 관련해 "1순위인 채해병 특검법을 최대한 빨리 처리하고 순서에 맞게 상정해서 심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의원실은 "법안을 상정해 심의하게 되면 조국혁신당 등 다른 야당과도 협력해 진행할 수 있다"며 "전략적인 부분으로 당에서 추진 중인 김건희 특검법을 먼저 할 예정이고, 그렇게 해서 결국에는 종합 특검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이 발의한 특검법안은 최장 6개월 동안 100여 명의 수사 인력을 투입해 수사하도록 했다. 또 이 사건 관련 압수수색 영장 등 발부 여부를 결정할 영장 전담 법관을 따로 지정하고, 재판도 전담 재판부가 집중 심리하게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특히 수사 과정에서 자수 또는 자백을 하거나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를 제출해 피의자가 되는 경우 의혹 관련자들이 진실을 스스로 말할 수 있도록 형을 감면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겨 기존 특검법과는 다른 점이 있다.

또 법안의 수사대상이 권력형 부패행위라는 의혹을 받고 있으므로 의혹과 관련된 부정한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은 환수할 수 있도록 규정을 정비했다. 이 의원실은 "부패 범죄의 하나로 보고 그 부패 범죄로 인해서 발생한 범죄 이익들에 대해서는 몰수나 추징을 하는 특례 조항도 포함됐다"고 전했다.

이밖에도 민주당은 21대 국회에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방송법, 양곡관리법, 노란봉투법 등과 민생회복지원금,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안 등에도 조속한 처리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