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채권랩어카운트 운용시 증권사간 자전거래 행위 엄단
KB증권·하나증권 제재결정...KB증권 이홍구 대표도 징계 대상에 포함돼
증권업계 "수십년 동안 이뤄진 관행...오히려 고객 이익 보전" 항변
증권가에서 관행처럼 이뤄지던 소위 '채권 돌려막기', 소위 '불법 자전거래(自轉去來)'에 제동이 걸렸다. 연관된 2개 증권사에 대한 제재조치가 결정됐고, 7개 증권사가 제재조치를 앞두고 있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전날(27일) 오후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를 개최해 채권형 랩어카운트·특정금전신탁을 운용하며 불법 자전거래로 고객 손익을 다른 고객에 떠넘긴 증권사들에게 중징계를 내렸다.
하나증권과 KB증권의 불법자전거래에 대해 제재 조치안을 의결했다. 하나증권과 KB증권은 일부 영업이 정지되고 KB증권의 경우 이홍구 대표도 징계 대상에 포함됐다. 두 증권사에 대한 징계수위는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와 금융위원회를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이번에 제재조치를 받은 증권사의 불법자전거래는, 증권사가 채권형 랩어카운트나 특정금전신탁을 운영하면서 증권사간에 채권가격을 미리 협의한 가격으로 주고받아 특정 고객이나 증권사에 이익을 챙겨주는 행위로, 고객의 이익을 훼손시킬 수 있어 당국이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하지만 증권업계에서는 수십년 동안 관행적으로 이뤄진 일이고, 오히려 고객의 이익을 보전해주기 위한 행위라고 항변한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가격이 떨어진 고객의 채권가격을 당초 고객에게 설명한 수준으로 맞춰주기위해 타증권사로부터 채권을 가져오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라면서 "금감원에서 9개 증권사를 조사했는데, 이들 모두 제재대상에 오른 것은 사실상 증권업계 전체에서 이뤄지고 있는 일반적인 영업행위라고 보면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감원은 이번 제재 결정에 앞서 지난해 12월 KB증권, 하나증권을 포함해,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키움증권, SK증권, 교보증권, 유진증권 등 9개 증권사의 불법 자전거래를 조사했고, 이들 증권사 모두가 자전거래를 통한 가격조작, 손익전가 등의 행위가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기관·기업의 수익률 보장을 해주기 위해 신규 고객 자금을 돌려막기 하거나 회사 고유 자금으로 일부 손실을 보전하는 등으로 자금을 운용했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앞으로, 이번에 결정된 두 증권사에 대한 제재조치 수위 등을 감안해 나머지 7개 증권사에 대한 제재조치도 빠른 속도로 추진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