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등의결권 등 경영권 방어 수단 외면...'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격'"

상장협·한경협·코스닥협, '기업지배구조 개선 세미나...금감원 후원

이사충실의무, 경영권 방어, 상속세 개정 등 이슈 공방

권재열 교수 "이사충실의무 확대...주식수 비례 '다수결 원칙' 포기 조항"

김지평 변호사 "포이즌필 등 경영권 방어 법제 도입해야"

오문성 교수 "기업승계 위해 유산취득과세→자본이득과세로 전환해야"

22대 국회가 개원하면서, 그동안 논의되어 왔던 상법 개정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다양한 종류의 주식발행 허용 등과 함께 이번 국회에서 상속세법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국상장사협의회·코스닥협회·한국경제인협회는 금감원의 후원을 받아 26일 '기업밸류업을 위한 지배구조 개선 세미나'를 개최하고 이와 같은 이슈에 대한 치열한 토론을 벌였다.

이 자리에 참석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우리 경제의 높아진 위상에도 국내 증권시장에 대한 세계의 평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용어에 나타나듯이 인색하다"면서 "이는 기업지배구조의 모순이 원인이라고 지목되고 있다"고 국내 기업의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 원장은 이어 "현재 기업지배구조는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 이해상충에 취약하고, 기업성과와 주주가치가 괴리되기 쉽다"면서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좀 더 미래지향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축사와 함께 세미나 개최 이유를 설명했다.
 
권재열 경희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가 '이사 책임제도 개선방안' 발제를, 김지평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가 '경영권 방어 법제 도입 쟁점' 발제, 끝으로 오문성 한양여자대학교 세무회계확과 교수가 '기업승계제도 개선방안'을 주제로 발제한 후 토론이 이어졌다.
 

권재열 교수 "이사 충실의무 확대...주식수 비례 '다수결 원칙' 포기하는 조항"

최근 정부가 '이사의 충실의무'를 확대하는 입법안을 내놓으면서 재계는 반발과 함께 커다란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현재 상법 382조의3 '이사는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는 조항을 '이사는 주주의 비례적 이익과 회사를 위하여... (이하 동문)'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일반주주로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런 정부의 입법취지에 대해, 국내 증권시장에 참여하는 외국인이 '국내기업의 일반주주에 대한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첫 번재 주제토론에 나선 권 교수는 소액주주 등 투자자에 대한 지나친 배려라면서 "주식수에 비례해서 회사 의사결정을 하는 '다수결 원칙'을 포기하는 조항"이라고 반발했다.

또 재계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정부가 추가 제시한 '경영판단의 원칙(=배임죄 배제) 도입'에 대해서도 "경영판단의 원칙이 적용되더라도 이사의 주주와 회사에 대한 책임은 면책되지 않는다"면서 "원천적으로 충실의무 확대 입법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일부 토론자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우리 증권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이슈 관련 상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지평 변호사 "포이즌필 등 경영권 방어 법제 도입해야"

'경영권 방어 법제 도입'을 발제한 김 변호사는 20~30%의 낮은 지분율로 회사를 지배하는 국내기업의 경우 경영권 방어력이 취약하다고 지적하면서 "적대적 인수가 활성화될 경우 단기실적에 치중해 장기적인 성장전략을 수행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안정된 경영권을 보장해서 경영진이 기업특수적 인적자본에 충분히 투자하고 장래의 기업가치를 상승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또, 쿠팡이 뉴욕증시에 상장한 이유가 차등의결권 주식발행이 가능했기 때문이라는 업계 사례를 설명한 후 "거부권주식(황금주), 차등의결권주식, Tenure Voting 제도(보유기간에 따라 의결권 증가) 등 다양한 종류의 주식발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거부권주식'은 특별 안건에 대해 일반주주총회의 의결과 별도로 당해주식을 보유한 주주의 동의를 받아야하는 주식을 말하며, '차등의결권주식'은 의결권의 수량 혹은 내용이 다른 종류의 주식을 말한다.

김 변호사는 이러한 종류의 주식 소개와 함께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포이즌필 법안'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포이즌필 법'은 신주인수선택권 부여 대상과 인수금액을 회사가 따로 정할 수 있게 해서 경영권 공격이 들어왔을 때 상대방이 인수한 주식의 지분율과 가치를 떨어뜨리는 방법이다.

김 변호사는 "경영권 방어를 허용할 것인지, 인수합병 시장을 활성할 것인지는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해야한다"고 전제하면서 "그러나 제도가 오남용될 것이 두려워 포이즌필이나 차등의결권 등 경영권 방어 수단을 외면하는 것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격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오문성 교수 "상속세, 우선 유산취득과세로...장기적 '자본이득과세'로 전환"

기업승계를 위해 상속세를 낮춰야한다는 내용과 함께 우선 유산취득과세로 변경해 세율을 상속세보다 낮추고 장기적으로는 '자본이득과세'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관련 주제를 이끈 오문성 교수는 "상속세는 부(富)의 재분배를 통한 구조적 불평등 문제 해소라는 세목의 성격을 지니고 있어 부담을 완하하면 안된다는 생각이 있다"고 상속세에 대한 일반적 생각을 설명한 후, "세율이 매우 높고 공제의 불합리한 요인 등 자본이득세를 도입하지 않음으로 인한 비효율성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 교수는 상속세 개선방안으로 "우선 유산취득과세로 바꾸고 세율을 소득세보다 낮게 하고, 중소중견기업은 물론 대기업까지 기업승계제도를 확대해 경영에 꼭 필요한 재산은 처분시까지 과세를 이연해야 한다"고 제안하면서, 장기적으로는 '자본이득과세'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세미나 발제 및 토론자의 의견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