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국방부“에이태큼스 4기 요격…나머지 1기 공중에서 폭발”
러 병합한 크림반도 세바스토폴 해변에 파편 떨어져 관광객 피해
러 “우크라에 무기 공급한 미국도 책임…대응할 것” 경고
◆…지난 2017년 미국군과 한국군이 동해상으로 에이태큼스(ATACMS)와 현무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사진 로이터>
우크라이나가 미국이 공급한 장거리 전술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로 크림반도를 공격했으며 이 과정에서 5명의 사망자와 124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러시아 당국이 밝혔다.
2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집속탄을 장착한 미국산 에이태큼스 미사일 4기가 대공방어시스템에 의해 격추됐으며 나머지 1기가 공중에서 폭발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보건부는 이 과정에서 미사일 파편으로 어린이 3명을 포함해 최소 5명이 사망했으며 124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영국 매체 텔레그래프는 어린이 사망자 중 1명이 러시아에 병합된 영토 북부에 위치한 한 마을 부시장의 9살 딸로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이날 공격받은 크림반도 세바스토폴 외곽의 해변은 연휴를 맞아 휴양객들로 붐비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광객이 촬영한 영상에는 인근 세바스토폴시 상공으로 미사일이 접근한 뒤 폭발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영상 속 관광객들은 파편이 모래에 부딪히면서 연이어 폭발음이 들리는 가운데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고 있다.
그간 러시아 본토와 러시아가 점령한 영토에서는 민간 표적에 대한 공격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으나 이날 피해가 발생한 크림반도 해변은 우크라이나 민간 기반 시설을 표적으로 삼는 전투기가 위치한 벨베크 비행장에서 약 10분여 정도 떨어져 있다.
아울러 이번 공격은 한낮에 발생해 민간인 피해를 더 키웠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흑해함대 주둔지인 세바스토폴을 자주 표적으로 삼지만, 공격은 주로 밤에 이뤄진다.
앞서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자국산 무기를 사용한 러시아 본토 공격을 허용했으나 에이태큼스 등 장거리 미사일 사용은 허용하지 않았다. 다만 미국은 2014년 러시아가 합병한 크림반도를 우크라이나의 일부로 간주, 우크라이나가 이곳을 공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번 공격에서 미국 측이 미국 정찰 위성 정보를 바탕으로 미사일의 비행 좌표를 설정했다며 미국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당국은 "세바스토폴 민간인에 대한 고의적인 미사일 공격에 대한 책임은 주로 우크라이나와 키이우 정권에 무기를 공급한 미국에 있다"며 "그런 행동엔 대응이 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는 이번 공격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은 내지 않았으나 이번 사태는 미국이 러시아 영토에 대한 자국산 무기 사용을 허가한 것과 관련한 확전 우려를 부각시킨다.
약 300개 이상의 집속탄 탑재가 가능한 에이태큼스는 사거리가 306km에 달해 러시아 본토의 병참기지나 크림반도의 러 해군기지 등을 타격할 수 있어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평가 받아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