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강' 정부 "의협 해산" vs 의협 "27일 무기한 휴진"

정부는 해체 경고, 의협은 무기한 휴진 예고

윤 대통령 "불법 행위에 엄정 대처"

임현택 "27일부터 무기한 휴진…끝까지 싸우겠다"

박단 "의협 요구안 동의 안해…전공의 요구안에 후퇴"

환자단체 "죄 없는 환자들 불안과 피해"

정부가 집단휴진 등 불법행위 지속 시 대한의사협회(의협)를 해산할 수 있다고 밝힌 가운데, 의협은 정부에 대정부 3대 요구사항 수용을 촉구하며 무기한 휴진을 예고했다.

의협의 전면 휴진 및 총궐기대회에 앞서 18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오늘은 의사협회의 불법적인 진료 거부가 진행되고 있다"라며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킬 책무가 있는 만큼 환자를 저버린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 대처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도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병원에서 환자에게 사전 안내 없이 일방적으로 진료를 취소해 피해를 입히는 경우 의료법 제15조에 따른 진료 거부로 전원 고발 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 실장은 "대한의사협회는 국민 건강 증진과 보건 향상 등 사회적 책무를 부여받은 법정 단체이며, 집단 진료 거부는 협회 설립 목적과 취지에도 위배 되는 행위"라며 "시정명령을 내릴 수도 있고, 이를 따르지 않는 경우는 임원을 변경할 수 있고, 극단적인 경우에는 법인의 해산까지도 가능하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의협이 의료계 대화 창구는 의협으로 일원화한다고 발표를 했고 서울대 비대위도 여기에 같이 참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여러 요구도 그런 방식(일원화)으로 해주면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의협의 요구안 중 하나인 전공의에 대한 행정명령 취소와 관련해서는 "기본적으로 적법한 행정 행위는 취소를 못한다. 정부가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라며 "명령 위반이 있지만 앞으로 그에 대해 효력을 발생시키지 않겠다고 했고 전공의들이 복귀할 수 있도록 여러 조치들을 해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오후 임현택 의협 회장은 서울 여의도 여의대로에서 열린 '의료농단 저지 전국 의사 총궐기 대회' 폐회사를 통해 "정부의 우리나라 의료 수준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의대 정원 증원, 의료농단 패키지 강요, 전공의, 의대생에 대한 부당한 탄압을 즉각 멈춰줄 것을 요구한다"며 "의사들의 정당한 요구를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오는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임 회장은 "정부는 자기 미래를 포기하고 사직한 전공의들을 범죄자 취급하는 걸로도 모자라 이제는 도망간 노예 취급하며 다시 잡아 강제노동 시키겠다고 하고 있다"면서 "폭압적인 정부가 전공의를 포함한 의사들을 생명을 살리는 소중한 존재로 대우할 때까지 끝까지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의협은 27일 무기한 휴진에 앞서 정부가 ▲의대 증원 재논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쟁점 사안 수정 ▲전공의·의대생 관련 모든 행정명령 처분 취소 및 사법처리 위협 중단 등 3대 요구안을 수용할 것을 촉구했다.

아울러 대학병원 가운데서는 지난 17일부터 이미 무기한 휴진에 돌입한 서울대병원에 이어 오는 27일 연세의료원 산하 세브란스병원·강남세브란스병원·용인세브란스병원, 7월 4일 울산대병원 교수들이 무기한 휴진을 결의했고 가톨릭대와 성균관대 의대에서도 무기한 휴진을 논의 중으로 알려져 의료 대혼란이 예상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복지부 조사 결과, 18일 휴진한 의료기관이 전체 3만6059곳 중 5379곳(14.9%)에 불과한 점과 지난 3월 의협 총궐기대회 당시 전국에서 3만 명이 모인 것에 비해 이날은 1만 2000여 명이 참석한 것을 두고 27일 무기한 휴진에도 참여율이 저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의료계 내분 격화…박단, 임현택 회장에 유감
한편 정부와 의협의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는 와중에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이 임 회장을 저격하며 '범 의료계 협의체' 불참 의사를 밝혀 의료계 내 분열도 심상치 않다.

박 위원장은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임현택 회장에게는 여러모로 유감의 입장을 표한다"라며 "범 의료계 대책 위원회 공동 위원장에 대해서는 들은 바 없고 현재의 상황에서 범 의료계 협의체를 구성하더라도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표명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일 발표한 무기한 휴진 역시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및 시도의사회와 상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라며 "대한의사협회가 발표한 세 가지 요구안은 대한전공의협의회 일곱 가지 요구안에서 명백히 후퇴한 안이며,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이 요구안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며칠 전에도 박 위원장은 SNS에서 "임현택 회장은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냐. 뭘 자꾸 본인이 중심이라는 것인지. 단일 대화 창구? 임현택 회장과 합의한 적 없다. 범 의료계 대책위원회 안간다. 대한전공의협의회의 요구안은 변함없다"라며 임 회장에 대해 날을 세운 바 있다.

환자 단체, 의료계 무기한 휴진 반대…온라인 피켓팅 시작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으로 의료 공백이 장기화되자 환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한국백혈병환우회, 한국GIST환우회, 한국신장암환우회, 암시민연대,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한국건선협회,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한국신경내분비종양환우회, 한국PROS환자단체 등이 소속된 한국환자단체연합회(환단연)은 19일 "환자에게 불안과 피해를 주어 치료받을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전공의의 집단사직과 의대교수·개원의의 집단휴진을 반대한다"며 온라인 피켓팅을 시작했다.

환단연은 보도자료를 통해 "의료계의 이러한 무기한 휴진 선포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환자 불안과 피해를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휴진이라는 극단적인 카드를 꺼내 드는 의료계의 행태를 묵고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의사협회가 무기한 휴진 철회 조건으로 내세운 것은 '의대정원 증원 재논의,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수정·보완, 전공의·의대생 관련 모든 행정명령 및 처분 소급 취소'다. 그러나 의대정원 증원 재논의 가능 시기는 현실적으로 지나버렸고, 나머지 부분은 협상을 하든 다툼을 하든 정부와 할 일이지 아무 죄 없는 환자들에게 불안과 피해를 주면서 해결할 일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료계가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집단휴진, 무기한 휴진이라는 극단적인 방식을 택하기를 고집한다면, 분노한 국민으로부터 머지않아 거센 역풍을 맞을 것이다"라며 "환단연도 19일부터 의료계 집단휴진 장기화 저지를 위한 행동에 돌입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 첫 번째로, 의료계를 향한 항의의 메시지를 담아 온라인 피켓팅을 시작한다"라며 "의료계가 집단휴진, 무기한 휴진 결정을 철회하고 현장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하는 힘은 환자와 국민에게 있다고 우리는 믿는다"고 강조했다.